"잊고 싶은 과거기록 지워드려요"

머니투데이 최광 기자 2014.06.14 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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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질 권리' 대행업 뜨는 유망직종?…디지털 장의사 이용 고객 60%는 청소년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디지털 흔적관리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디지털 흔적관리


최근 구글에게 과거의 검색결과를 삭제하라는 유럽사법재판소의 판결 이후 '잊혀질 권리'가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현행법에도 정보주체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게시물을 삭제를 요청하면 서비스 제공자들은 이를 수용해야 하지만, 자신의 정보가 어디까지 확인하기는 일은 개인이 감당하기에는 버거운 일이다.

이에 따라 자신이 원치 않는 정보들을 삭제 처리해주는 '디지털 장의사'가 미래 유망직종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지난해 7월 디지털장의사를 미래 유망직업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3월부터 활동을 시작한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가 대표적인 디지털장의사 업체다. 산타크루즈는 단순히 망자의 디지털 기록을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 현재 살아있는 사람이 지우고 싶은 과거 기록들의 삭제도 맡고 있다.



산타쿠르즈에는 매달 300건 정도의 과거 기록 삭제 요청이 들어오는 데 이 중 60% 이상이 청소년이다.

김호진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 대표는 "많은 청소년이 한때의 혈기를 참지 못하고 연예인이나 친구들에게 격한 욕설을 남기거나, 친구들에게 관심을 받기 위해 유언비어를 남기는 경우가 많다"며 "철이 들면서 자신의 행동에 반성하면서 과거 기록을 지우고 싶다는 청소년들이 많다는 것은 씁쓸하지만 반길만한 일"이라고 말했다.

산타쿠르즈는 청소년들에게는 비용을 받지 않고 삭제 작업을 대행해주고 있다.


삭제 대상은 게시물과 사진, 동영상 등 다양하다. 게시물은 비공개 커뮤니티로 확산할 경우 이를 검색으로 찾기는 어려워 사람이 많은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회원가입을 하고 게시물을 추적한다.

사진이나 동영상은 더욱 어렵다. 해당 동영상의 이름이 시간이 지나면서 매번 변경되기 때문에 관련 영상정보를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것.

김대표는 "우리나라에 유통되는 불법 음란물 중 10~15만건 정도는 연인들이 호기심에 찍었던 것들"이라며 "결혼이나 취직을 위해 과거 영상을 지워달라는 요청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디지털 장의는 우선 자신의 과거를 지우고 싶은 이용자와 이메일이나 전화 상담 후 구체적인 게시물 찾기에 나선다. 이를 위해 산타크루즈는 별도의 검색엔진을 개발해 국내외 사이트를 모두 뒤져가며 게시물을 찾아낸다. 이후에는 위임장을 받아 서비스 관리 주체에 게시물 중단 요청 작업에 들어간다.

동영상 게시물은 삭제 이후에도 수시로 변종 동영상이 올라오기 때문에 지속적인 추적관찰이 필요하다.

김대표는 "삭제를 요청한 동영상 중에는 중국이나 미국 등에서 운영하는 커뮤니티나 동영상 공유 서비스에서 발견되는 것들도 상당하다"며 "해외 서비스에서 자신의 권리를 침해하는 게시물이 발견됐더라도 끝까지 추적해 삭제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말했다.

산타크루즈캐스팅컴퍼니는 모델 캐스팅 사업을 하면서 모델들의 악플 삭제를 대행해주는 업무를 담당해왔다. 시간이 갈수록 과거 게시물 삭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디지털 장의사업을 새로운 사업영역으로 추가하면 본격적인 업무에 나서고 있다.

김호진 대표는 "과거의 잘못을 늬우치고 새로운 삶을 살기로 한 이들에게 과거의 기록이 주홍글씨처럼 따라다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서비스를 이용하는 대다수 이용자가 청소년이나 일반인인 경우에서 알 수 있듯 잊혀질 권리는 개인의 권리 보호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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