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반 담임 유니나 교사(28·일본어) /사진=가족 제공
아버지의 목소리는 떨렸다. 54일 만에 들려온 딸의 소식. 사고 직후부터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오매불망 딸을 기다린 아버지는 머리모양과 반지, 옷차림뿐인 딸의 '신호'에도 감격했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8일 오전 10시35분쯤 세월호 3층 식당 의자 밑에서 구명동의를 착용하지 않은 여성 희생자 1명을 수습했다"고 밝혔다. 가족 확인 결과 희생자는 안산 단원고 2학년 1반 담임 유니나 교사(28·일본어)로 밝혀졌다. DNA검사 결과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가족들은 유 교사임을 확신했다.
"우리 니나는 1반이잖아요. 19명 내보내놓고, 빨리 나가라고 소리 질러놓고… 난간인가 봉 같은 걸 붙잡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데 9시반쯤 반 학생한테 전화가 왔대요. 식당 쪽에 친구가 다쳐서 있으니 빨리 오시라고. 그 전화 받고 3층으로 뛰어 내려간 다음에 연락이 끊겼대요."
유 교사는 속 한 번 안 썩인 착하고 예쁜 딸이었다. 어려서부터 부모가 맞벌이를 했지만 흐트러지지 않고 바르게 자라줬다. 일본 유학도 장학생으로 발탁돼 무료로 다녀왔다. 학원 한 번 안 가고 임용시험도 한 번에 합격했다. 젊을 때 배워야 한다며 대학원도 다닐 만큼 열심이었다. 그런데 첫 발령을 받은 단원고에서 교편을 잡은 지 4년 만에 사고를 당했다.
유 교사는 어머니에게 친구 같은 딸이었다. 4~5시간 거리의 고향집에 틈만 나면 내려와 쇼핑도 하고 엄마와 영화도 보고 밤새 이야기하는 걸 좋아했다. 아버지에겐 눈에 넣어도 안 아픈 천상 딸이었다. 5월 어버이날 선물도 미리 챙길 만큼 효녀였다. 54일이 지났지만 딸의 죽음이 실감나지 않는 어머니는 '아직도 기가 막혀서 자다가도 발딱발딱 깬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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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일주일 전엔가 친구 결혼식이라고 집에 왔더라고요. 애가 밝고 상냥하긴 한데 쑥스러워서 덥석 안기는 건 못 하는데, 그날따라 안 하던 짓을 하더라고. 막 '엄마' 하면서 애기처럼 안기기에 토닥거리면서 '우리 막둥이' 그랬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사고가 나려고 그랬는지…"
가족들은 지난 54일간 눈물로 유 교사를 기다렸다. 4년간 단원고 앞에서 함께 자취하며 여동생을 물심양면으로 뒷바라지해왔던 오빠는 사고 당일부터 진도를 지켰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진주에서 사고소식을 듣고 진도까지 4시간 반이 걸려 내려왔다. 아버지가 운전하며 눈물을 쏟아 계속 길을 잘못 들었기 때문. 아버지는 수차례 바지선을 오르며 딸을 기다렸다.
아버지는 "늦게나마 딸이 돌아와줘 고맙고, 교사로서 본분을 다한 딸이 자랑스럽다"며 "구조에 힘써준 관계 부처와 잠수사들, 봉사자들과 도움의 손길을 준 여러 단체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남은 실종자들도 하루 빨리 가족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길 기원한다"고 위로의 말을 전했다.
8일 오후 5시 기준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사망자는 291명, 실종자는 13명이다. 양승진(57·일반사회·인성생활부장)·고창석(43·체육) 교사 등 단원고 교사 2명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