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최헌정
"부처간 권한이나 책임소재를 놓고 힘겨루기가 여전한 게 사실입니다."(유관기관 고위관계자)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산업단지의 부실한 안전관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단지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정부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가 가동에 들어갔지만 아직 제기능을 못한다는 것이다.
◇센터장 없고 부처 이기주의 여전
방재센터는 지난해 12월 구미를 시작으로 올 1월 시흥·서산·익산·울산·여수 국가산업단지 등 전국 6개 권역에 설치됐다. 기능별로 5개팀으로 구성되며 관할지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모든 화학사고와 테러 등 각종 재난 예방과 대응업무를 전담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방재센터는 산재한 정부의 안전관리 기능과 조직을 물리적으로 통합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갖춰 화학사고 등 각종 재난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게 설립 취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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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방재센터가 협업기구로 출범해 별도 센터장 직제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전관리업무를 전담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총괄하는 현장지휘자가 없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여러 부처를 한 곳에 모아놓았을 뿐 부처간 칸막이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유기적 협업체계라는 당초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각종 재해예방과 대응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시화단지 한 안전관리 전문가는 "관할지역의 시흥합동방재센터 출범 이후 부처나 기관간 업무를 놓고 혼선을 빚으면서 산업단지 내 시설물 점검 등 예방과 사후처리 등 대응이 다소 지체되거나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반월단지 입주기업 전문가는 "시흥합동방재센터에 안전관리에 대해 문의하려고 해도 총괄책임자가 없고 전담인력들이 서로 권한과 책임소재를 미루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정
전문가들은 방재센터가 공직사회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다보니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공무원의 전형적 상명하복식 문화와 부처이기주의가 여전한 상황에서 부처간 협업체계에만 초점을 맞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방재센터는 각각 관련부처의 국장급과 센터내 실무팀장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 실무협의회 등 다양한 부처간 협업체계를 갖췄다.
국가산업단지 안전관리 한 전문가는 "방재센터가 안전관리 강화라는 명분 아래 협업체계를 구축했지만 정작 공직사회는 협업체계와 여전히 거리가 멀다"며 "공직사회의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부처간 협업체계라는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방재센터의 조직과 기능을 현장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지범 한국행정연구원 재난관리연구실장은 "방재센터가 수평적 협력체계라는 설립 취지를 달성하려면 현장 전문가 출신의 센터장 직제를 신설, 센터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산업단지의 현장 의견을 수렴해 중복된 안전규제를 완화하는 등 현장 중심으로 기능을 바꿔야 관련부처간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