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부처 모아만 놓고···" 산단 안전관리 '구멍'

머니투데이 송정훈 기자, 김도윤 기자 2014.06.04 0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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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4·16'…"안전이 복지다" <2부>"안전은 시스템이다"]<6-1>'유명무실'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

편집자주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침몰했다. '안전'에 대한 기본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탓에 여전히 '안전불감증'에 빠져있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유례없는 빠른 성장을 이뤘지만, '안전'에는 둔감했다. 안전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기본적인 가치란 인식이 사회 구성원 사이에 확산되지 못한 것이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 일터에선 9만2000명이 재해를 당했다. 이중 2100여명이 사망했다. 희망과 꿈을 일궈야 할 일터에서 매일 250여명이 다치고 6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에 따른 경제적 손실도 연간 18조원이 넘는다. 이 모든 게 '안전'이 비용에 불과하다는 국민적 인식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진정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물질적인 것들을 뛰어넘어 문화적으로도 선진화를 이뤄야 한다. 행복한 가정과 번영하는 기업, 풍요로운 사회를 위해 '안전'이 복지체계로 정착돼야 한다. 선진 복지문화는 사회구성원 모두가 함께 생각하고 행동해야 만들어진다. 머니투데이는 '안전'을 비용으로만 여기는 인식을 바꾸기 위해 '안전이 복지다'란 기획을 마련했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는 거대한 시스템부터 우리 생활속 작은 부문까지 들여다보고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이고 해결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알아본다.

그래픽=최헌정그래픽=최헌정


"여러 부처의 기능을 하나로 통합했지만 정작 책임자가 없는 반쪽짜리 조직으로 전락했습니다."(산업단지 입주기업 고위관계자)

"부처간 권한이나 책임소재를 놓고 힘겨루기가 여전한 게 사실입니다."(유관기관 고위관계자)

안전사고가 빈번히 발생하는 산업단지의 부실한 안전관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산업단지 안전관리를 전담하는 정부 화학재난 합동방재센터가 가동에 들어갔지만 아직 제기능을 못한다는 것이다.



정부 직제에 반영되지 않은 협업기구라는 태생적 한계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담당할 센터장이 없고 부처간 이기주의가 여전하다는 게 주된 이유다.

◇센터장 없고 부처 이기주의 여전



지난해말 본격 출범한 합동방재센터는 정부조직법에 따른 정규조직이 아닌 협업기구다. 안전행정부와 환경부, 고용노동부, 산업통상자원부, 국방부, 소방방재청 6개 관련 부처와 유관기관 등에서 파견된 인력이 협업체계로 운영한다. 다만 센터의 효율적 운영·관리를 위해 환경부가 간사 역할을 한다.

방재센터는 지난해 12월 구미를 시작으로 올 1월 시흥·서산·익산·울산·여수 국가산업단지 등 전국 6개 권역에 설치됐다. 기능별로 5개팀으로 구성되며 관할지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모든 화학사고와 테러 등 각종 재난 예방과 대응업무를 전담한다.

환경부 관계자는 "방재센터는 산재한 정부의 안전관리 기능과 조직을 물리적으로 통합한 것"이라며 "이를 통해 유기적인 협업체계를 갖춰 화학사고 등 각종 재난에 신속히 대응한다는 게 설립 취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방재센터가 협업기구로 출범해 별도 센터장 직제를 두지 않았다는 점이다. 안전관리업무를 전담하는 막강한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정작 이를 총괄하는 현장지휘자가 없는 것이다.

형식적으로 여러 부처를 한 곳에 모아놓았을 뿐 부처간 칸막이가 여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유기적 협업체계라는 당초 설립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면서 각종 재해예방과 대응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시화단지 한 안전관리 전문가는 "관할지역의 시흥합동방재센터 출범 이후 부처나 기관간 업무를 놓고 혼선을 빚으면서 산업단지 내 시설물 점검 등 예방과 사후처리 등 대응이 다소 지체되거나 책임소재가 불명확한 한계를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반월단지 입주기업 전문가는 "시흥합동방재센터에 안전관리에 대해 문의하려고 해도 총괄책임자가 없고 전담인력들이 서로 권한과 책임소재를 미루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여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현정그래픽=김현정
◇"공직사회 특성 배제, 현장 중심 개편해야"

전문가들은 방재센터가 공직사회의 특성을 감안하지 않다보니 제 역할을 못한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공무원의 전형적 상명하복식 문화와 부처이기주의가 여전한 상황에서 부처간 협업체계에만 초점을 맞춰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방재센터는 각각 관련부처의 국장급과 센터내 실무팀장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 실무협의회 등 다양한 부처간 협업체계를 갖췄다.

국가산업단지 안전관리 한 전문가는 "방재센터가 안전관리 강화라는 명분 아래 협업체계를 구축했지만 정작 공직사회는 협업체계와 여전히 거리가 멀다"며 "공직사회의 문화를 바꾸지 않으면 부처간 협업체계라는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방재센터의 조직과 기능을 현장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지범 한국행정연구원 재난관리연구실장은 "방재센터가 수평적 협력체계라는 설립 취지를 달성하려면 현장 전문가 출신의 센터장 직제를 신설, 센터장에게 전권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개편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산업단지의 현장 의견을 수렴해 중복된 안전규제를 완화하는 등 현장 중심으로 기능을 바꿔야 관련부처간 유기적 협력체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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