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당국, 은행의 장내파생 참여 허용방침 논란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2014.06.02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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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생시장 건전화 방안의 하나...선물사 "도산위험에도 제도 실효성 없다"며 반발

[단독] 당국, 은행의 장내파생 참여 허용방침 논란


시중은행들이 장내파생시장에서 직접거래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현재는 증권사나 선물회사를 통해서만 장내파생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1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파생시장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면서 은행들의 장내파생시장 직접거래를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시켰다. 금융당국은 조만간 이를 확정해 지방선거가 끝난 뒤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달러나 국채선물을 주로 거래하고 있는데 자기매매분에 대해 증권사나 선물회사를 통하지 않고 직접 거래하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은행들이 장내파생시장에 직접 진출하면 단기적으로 증권사와 선물회사의 수탁수수료 수입이 줄어드는 등 파장이 있겠지만 장기적으로는 파생거래가 활성화되고 신규 투자자가 유입되면서 자본시장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지난해 국내 파생상품 거래규모는 장외 1경2020조원을 포함 총 5경7121조원에 달했다. 파생상품은 주식과 이자율, 통화, 신용 등에 대한 선물과 옵션거래로 이뤄진다. 은행은 지난해 통화 관련 파생 8721조원, 이자율 파생 3605조원으로 전체 파생거래의 21%를 차지했다. 자기매매분은 정확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에대해 증권·선물업계는 반발하고 있다. 은행의 장내파생시장 직접거래를 허용한다고 해서 파생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근거가 불분명한데다 가뜩이나 은행에 편중된 금융시장에서 증권사와 선물회사의 입지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파생시장 활성화는 거래승수 인하와 FX마진(환율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내는 외환거래) 증거금 인하 등 규제 완화로 풀어야 하는데 엉뚱하게 은행의 직접거래 허용으로 해결하겠다니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은행들의 고유계정을 통한 파생거래는 채권과 달러 헤지가 주목적인 만큼 허용해도 수요가 일정할 수 밖에 없다"며 "파생상품 활성화에 기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은행들의 장내파생시장 직접거래가 허용되면 직격탄을 맞는 선물업계의 반발이 심하다. 선물회사는 전체 수입 중 70%가 국내 선물이고 이중 대부분이 국채와 달러선물이다. 국내 선물 거래의 절반 가량을 은행이 차지해 은행의 직접거래가 허용되면 전체 수입의 30% 안팎이 사라져 군소 업체는 도산이 불가피하다.

금융당국의 이같은 방침이 은행에 대한 특혜라는 지적도 있다. 은행의 장내파생을 위해서는 한국거래소에 회원으로 가입해 수수료를 납부해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거래소와 협의해 은행이 매매전문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도록 허용할 방침이다. 매매전문 회원은 증권사나 선물회사와 달리 별도의 거래소 회비나 손해배상공동기금 충당의무가 없이 매매수수료만 납부하면 된다.

거래소의 매매전문회원 허용 자체가 특혜인데다 가뜩이나 은행 중심인 금융시장에 파생거래마저 허용하면 금융투자업권은 더 쪼그라들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선물회사만큼 타격이 심하지 않은 증권업계도 금융당국의 방침에 반발하고 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는 주식선물에 주력하는 만큼 이번 조치의 충격이 덜하지만 이를 빌미로 채권이나 주가지수선물 같은 영역도 침범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위탁수수료 부담이 적어지면 은행들이 헤지든, 투기성 거래든 고유계정을 통한 파생상품 거래 빈도를 늘릴 것으로 본다"며 "이 방침이 아직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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