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2014프로야구 '하향 평준화'가 문제다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4.05.31 07:05
글자크기

이만수감독 분노의 침묵과 오지환 스퀴즈에 대한 명확한 '해설’

시간이 조금 흘렀다. 그래도 야구 팬들은 정확하게 알고 넘어가야 한다. 특히 LG의 신임 양상문(53) 감독이 밝힌 ‘독한 야구’와 3년 계약 기간 마지막 해인 올시즌 의외로 고전하고 있는 SK 이만수(56) 감독의 분노가 담긴 침묵 장면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글로써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며 의문을 가지게 한 경기 상황을 해설 해본다.

5월23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SK-LG전 경기 영상을 찾아서 참고하면 좋겠다. 결국 LG가 10-6으로 승리했는데 8회초까지 7-6으로 LG가 박빙의 한 점 리드를 지켜가던 게임이었다.



최하위에서 반등을 노리던 LG에도 중요했고, 4위권 진입을 위해 총력을 집중시키던 중위권의 SK도 반드시 잡아야 하던 경기였다. 특히 LG 양상문 감독이 투수, SK 이만수 감독은 포수 출신이어서 이들의 수 싸움이 흥미진진했다. 주말 3연전 첫 경기였다.

<장면-7회말 SK 공격>



LG가 7-6으로 한 점 앞선 7회말 SK 공격, 외국인 용병 스캇이 선두타자로 나서 LG 투수 신재웅으로부터 볼넷을 골라냈다. SK 이만수 감독은 기다렸다는 듯 발 빠른 대주자를 기용했다.

다음 타자는 리그 정상급 공격력을 보여주고 있던 이재원(우타)이었고 LG는 투수를 우완 이동현으로 교체, 추격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스플리터를 잘 던지는 이동현으로 병살타를 유도하겠다는 것이 LG 양상문 감독의 전략이었다.

이동현은 연속으로 바깥쪽 높은 볼을 던진 뒤 1루 견제를 한번 하고 4구째 떨어지는 공을 던져 이재원을 유격수 병살타로 유도했다. 특별하게 이상하게 보이는 부분은 없었다.


그런데 SK 이만수 감독이 성준 투수코치와 함께 나와 구심에게 항의를 했다. 전문가도 그 이유를 알기 쉽지 않았는데 이만수 감독이 배 앞에서 두 손을 모으는 동작을 해서 ‘보크가 아니냐?’는 지적임을 알 수 있었다.

당시 상황이 무사 1루여서 LG 이동현은 완전한 와인드업(full windup position)이 아니라 스트레치(stretch) 자세에서 던졌다. 스트레치 포지션은 주자의 도루에 대비해 와인드업 동작을 생략하면서 투구 시간을 단축하는 투구 자세를 말한다.

이만수 감독은 LG 투수 이동현이 셋 포지션에서 양손을 몸 앞에 모아 타자가 봐서 알 수 있을 정도로 완전히 정지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정지 동작 없이 곧 바로 포수에게 투구했다며 ‘보크가 아니야’고 항의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만수 감독은 매우 낙담한 표정으로 덕아웃으로 돌아갔다. 만약 보크가 선언됐다면 1루 주자는 2루에 진루하게 된다. 물론 이동현이 던진 공은 노 카운트, 이재원의 타격도 무효이다. 무사 2루로 경기 분위기가 SK로 넘어갈 수 있는 순간이었다.

<장면-8회초 LG 공격>

곧 이은 8회초 SK는 수비에서 경기를 놓칠 위기를 맞이했다. SK의 우완 박정배는 첫 타자 최경철을 유격수 땅볼로 유도해 원아웃을 만들었다. 이 무렵 중계화면는 SK 이만수 감독이 덕아웃 의자에 허탈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장면이 잡혔다.

이후 LG는 좌타자 김용의와 박용택의 연속 우익수 쪽 안타로 1사 1,3루 기회를 만들었다. 다음 타자는 좌타자 오지환. LG 양상문 감독은 덕아웃을 나서는 오지환을 잡고 무엇인가 말을 건넸다.

손동작도 보여줬다. 전문가가 아닌 관점에서도 작전을 걸 수 있다는 것을 미리 얘기해주며 신중하게 상대하라는 것이거나, 아니면 자신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공격하라는 뜻을 전달하는 것으로 보였다.

SK 투수 박정배도 신중했다. 오지환을 상대로 원 볼 후 1루 견제, 2구 스트라이크 후 또 1루 견제를 했다. 오지환은 초구 볼 때는 정상 타격 자세, 2구에도 정상 자세였다. 스퀴즈 번트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SK 수비진도 내야 수비를 약간 당기기는 했으나 스퀴즈 번트에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제3구에 오지환이 갑자기 번트로 전환해 떨어지는 낮은 공에 절묘하게 배트를 대는데 성공했다.

SK 1루수 박정권이 1루 베이스 근처에서 1루 주자를 묶고 있다가 1루 선상 쪽 기습 번트 타구에 급히 들어왔으나 늦었다. LG에서 스퀴즈가 나올 가능성을 크게 보고 대비한 수비 포메이션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흔히 말하는 타자가 스스로 알아서 번트를 대는 ‘푸시(push)’가 나올 수 있다는 정도로 수비를 하는데 그쳤다.

3루 주자 김용의는 번트를 대는 것을 확인하고 홈으로 뛰어 들었다. 번트를 대기 전에 먼저 홈으로 스타트 했다면 양상문 감독이 스퀴즈 번트 작전을 구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

그러나 김용의의 동작은 사전에 작전이 걸린 것이 아님을 확인시켜주었다. 경기 후 양상문 감독은 인터뷰에서 ‘작전은 없었다. 오지환이 영리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8회초 7-6 한 점차 LG가 앞선 상황 1사 1,3루라면 당연히 수비하는 SK는 스퀴즈 번트에 적극적으로 대비했어야 한다. 1루수 박정권이 1루 주자를 묶는 것은 8회라면 별 의미가 없다.

이 상황에서 LG 오지환의 스퀴즈 번트가 의외이거나, 예상치 못했다거나, 작전인가, 타자 개인이 알아서 한 것인가 혼란스럽다면 프로야구라고 하기 어렵다.

글쓴이는 당시 스퀴즈 대비 수비를 적극적으로 안한 SK나 스퀴즈 번트 작전을 공격적으로 구사 하지 않은 LG 벤치를 지금도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2014 프로야구 수준은 ‘타고투저’의 문제가 아니라 여러 분야에서 ‘하향 평준화’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