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대희 국무총리 후보자가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창성동 정부서울청사별관에서 국무총리 후보자 사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이날 승부는 참 아이러니했다. 경기후 매팅리 감독이 말했듯 3득점을 올린 7회말 공격이 퍼펙트를 노리는 류현진에게는 독이 됐다. 약 30분에 걸친 7회말 공격이 아녔으면 류현진의 퍼펙트 가능성은 한결 높아졌을 것이다. 퍼펙트, 노히트 노런등은 투수의 어깨가 식기 전에 빠르게 경기가 진행돼야 가능성이 높다. 늘어진 공격에 더해 류현진은 득점을 위해 홈플레이트까지 전력질주를 해야 했고 곧바로 이어진 공수교체에 숨고를 틈 없이 다시 마운드에 올랐다. 어깨는 식고 숨은 가쁘고.. 하지만 역으로 이 7회말 공격을 통해 얻은 3점이 아녔으면 류현진은 패전의 멍에를 쓸 수도 있었다. 결국 류현진은 이날 퍼펙트와 패전이란 극단의 경우를 피해 홈 첫승, 시즌 5승을 챙겼다.
이날 사퇴한 안대희 후보의 이력을 보면 눈부시다. 1975년 만20세 사시패스-25세 최연소 검사-서울 중앙지검 특수 1,2,3부장- 대검중수부 과장-대검 중수부장-부산고검장-서울고검장-대법관. 마치 '승승장구하기로 세팅된' 인생 같다. 비단 관운만이 아니다.
27일 류현진의 7회까지처럼 안대희 후보의 인생은 '퍼펙트'했다. 그리고 마치 27일 다저스의 7회말 공격처럼 변화의 시점에서 그는 국무총리 후보를 수락했고 류현진이 홈플레이트를 향해 전력질주 했듯 '11억 추가 사회 환원' 등 국무총리 후보로서 노력했다. 그리고 이닝이 바뀐 후 그는 후보직을 사퇴했다. 안대희의 퍼펙트가 깨졌다. "열리(十里)가 모래밭이라도 눈찌를 가시 하난 있다"는 속담처럼 지켜보기에 탄탄대로였던 그의 인생길에도 뜻밖의 허방은 있었던 것이다.
선택하기에 따라선 국무총리 후보로서 퍼펙트 대신 차선의 완봉, 차차선의 완투승을 노리고 분투하며 청문회란 8,9회를 넘을 수도 있었다. 본인이 잘하면 완봉투수, 완투승투수의 영예를 안을 수도 있었다. 이 경우 물론 본인의 실투로 패전투수가 될 위험을 감수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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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는 강판했다. 이제 다저스 벤치처럼 청와대는 적절한 불펜을 찾아 올려야 한다. 류현진은 후속 윌슨으로 인해 패전의 멍에를 안을 뻔 했다. 간신히 홈 첫승, 시즌 5승을 챙길 순 있었지만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순 없었다. 이제 막 강판한 안대희 전 후보도 이제는 덕아웃에서 후속 불펜의 선전을 기도하며 아직 끝나지 않은 경기를 지켜봐야할 모양이다. 나름 선방이 될 지, 패전이 될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