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보다 비싼 전세 중개수수료율 조정한다는데…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김지산 기자, 박성대 기자 2014.06.02 06:31
글자크기

국토부 "고무줄식 수수료율 조정" 관련 용역 진행중

- 매매보다 비싼 3억이상 전세수수료율 조정 딜레마
- '의뢰인 0.3% vs 중개사 0.8%' 갈등에 소송까지도
- "전세가격 고려 현실화" vs "정부 일방적 조정 반대"

매매보다 비싼 전세 중개수수료율 조정한다는데…


정부가 관련용역을 진행 중인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조정을 둘러싸고 이해당사자간 의견 다툼이 한창이다. 매도·매수자 등 거래당사자나 거래알선 후 중개수수료를 받는 공인중개사들 모두 '고무줄식' 중개수수료율 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세부방안에 대해선 의견차가 분명하다.



◇중개수수료율 논쟁, 문제는?

부동산 중개수수료는 국토교통부가 정한 범위에서 자치구별로 정하도록 규정,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서울의 경우 매매거래 중개수수료율은 6억원 미만은 거래금액에 따라 0.4~0.6%로 정해졌고 임대차거래 수수료율은 3억원 미만이 0.3~0.5%로 정해졌다.



문제는 3억원 이상 전세의 경우다. 이때 중개수수료는 거래금액의 0.8% 내에서 공인중개사와 중개의뢰인이 협의하도록 돼 있다. 같은 금액의 매매거래에선 수수료율이 0.4%로 정해졌다. 같은 3억원짜리 주택이지만 매매냐 전세냐에 따라 수수료가 120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이유다.

중개수수료율 범위가 넓어 공인중개사와 의뢰인간 실랑이도 다반사다. 의뢰인은 0.3%만 지급하려 하지만 공인중개사는 상한선인 0.8%까지 요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같은 문제로 갈등의 골이 깊어져 결국 법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는 게 관련업계의 설명이다.

국토부는 이같은 문제점을 반영, 중개수수료율 조정을 위한 용역작업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말을 아낀다. 어느 한쪽의 편도 들 수 없는 '민감한 사안'이어서다.


실제로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별도 용역에 들어갔고 시민단체들도 국토부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국토부의 최종방안이 나오더라도 이를 둘러싼 입장이 팽팽히 맞서 조정안이 적용되기까지는 적잖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중개수수료율, 치솟은 전셋값 맞게 현실화해야"



시민단체들은 부동산 중개수수료율 조정에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서울 YMCA 관계자는 "전세가격은 치솟았는데 현실과 동떨어진 중개수수료율이 서민·중산층들에게 이중부담을 준다"며 "근본적으로 전·월세 안정화 대책이 마련돼야겠지만 중개수수료율도 치솟은 전세가격을 고려해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부동산 중개업계는 중개사무소 과다경쟁 등을 이유로 들며 요율 제한에 반대하는데 자격증을 남발해 생긴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해선 안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서울시의회 소속 김명신 전 민주당 의원도 3억원 이상 중개수수료율을 금액별로 세분화하고 최고 요율을 하향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조례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공인중개사협회 등의 집단반발로 철회했다.



◇업계 "일방적 수수료율 조정 동의못해"

업계도 수수료율 조정의 필요성엔 공감한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수수료율을 내리는 방식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침체, 중개사무소 과당경쟁 등으로 최고 요율의 절반을 수수하는 것도 어려운 현실"이라며 "외국사례와 비교해도 한국의 중개수수료율은 0.3~0.9%(매매·임대 포함)로 미국(4~6%) 일본(3%) 중국(2.5~2.8%)에 비해 현저히 낮다"고 주장했다.



수수료율 조정 논란이 계속되자 협회에선 별도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국토부가 타당한 근거를 들어 조정한다면 서로 협상 가능한 부분이 있겠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조정하겠다면 우리 측 의견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협회 홈페이지에서 공인중개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 중이며 7월쯤 결과물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개업계는 그러면서도 자신들의 주장이 욕심으로만 비쳐지는 게 안타깝다고 호소한다. 성동구 S공인중개소 대표는 "수수료를 적게 받든 많이 받든 상관없이 조금만 잘못해도 그에 따르는 책임은 큼에도 그 가치를 무시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시장에서 많은 문제점이 드러난 중개수수료율 조정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일방적으로 공인중개사들의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도 무리라고 밝혔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액 전세의 중개수수료율 조정뿐 아니라 중개서비스 수준, 월세의 수수료율 계산 방식 등도 함께 조정 방안에 담겨야 한다"며 "다만 장기침체로 공인중개소 등에도 수입문제가 발생하는 만큼 이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