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된 '신생아 매매', 그들의 거래는 타당한가?

딱TV 낭만파괴법 2014.05.27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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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법으로 동화를 뒤집어 보기…'라푼젤'

편집자주 그녀들의 앙큼한 딱야동! - ‘야’매예비변호사와 금융전문가가 색다른 시선으로 ‘동’화를 읽으며 등장인물들의 범죄를 파헤치는 낭만파괴법

한 농부의 아내가 임신한 뒤 식음을 전폐한다. 오직 먹고 싶은 건 마녀의 정원에 있는 양상추 뿐. 아내를 걱정한 남편은 마녀의 정원에 몰래 숨어들어 양상추를 훔쳐내지만, 곧 마녀에게 발각되고 만다.

겁에 질린 남편은 마녀에게 죄를 묻지 않는 대가로 아내가 낳은 아이를 주겠다고 약속해버린다. 결국 마녀는 아이를 데려가고, 마녀는 그 여자아이에게 독일어로 양상추를 뜻하는 라푼젤(Rapunzel)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것이 동화 '라푼젤'의 탄생 비화이다.



돈을 받고 아이를 파는 것이 가능할까?

지난해 '신생아 매매' 사건이 알려지면서 세간이 떠들썩해졌다. 임신한 부부들이 자신의 아이를 1000~2000만원에 판매한 사실이 밝혀졌다. 음성적으로 신생아를 매매하는 인터넷 카페와 커뮤니티가 무더기로 적발된 것.



이러한 거래를 중간에서 연결해주는 전문 중개업자는 건당 50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전문 업자까지 등장할 만큼 거래가 빈번하고 산업화돼있다는 사실이 더 충격적이다.

동화 '라푼젤'에서 주인공의 친부모들이 양상추와 아이를 맞바꾼 행위 역시 아이를 마녀에게 판 행위로 볼 수 있다. 아이를 판 경우는 아동복지법 제17조 제1호 아동을 매매하는 행위에 해당해 아동복지법 위반으로 10년 이하의 징역,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해당한다.

그리고 중간에서 신생아 거래를 도운 브로커들 역시 아동복지법 제17조 10호의 정당한 권한 가진 알선기관 외의 자가 알선하고 금품을 취득한 상황에 해당해 3년 이하의 징역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단, 라푼젤의 부모가 마녀의 협박으로 어쩔 수 없이 거래에 응한 것이라면 강요된 행위 때문에 불법을 자행한 것에 해당하므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산업화된 '신생아 매매', 그들의 거래는 타당한가?


라푼젤의 부모가 양상추만 받고 잠적을 한다면?

만약 라푼젤의 부모가 마녀에게서 양상추를 받아 먹은 뒤 아이를 주지않고 종적을 감추었다면 어떻게 될까. 시쳇말로 ‘잠수를 탔다’면 마녀는 양상추를 돌려받을 수 있을까?

이를 현실에 빗대어 보면, 신생아를 사기로 거래하고 선불로 돈을 지급했는데 부모가 아이를 줄 수 없다고 버티거나 도망간 경우에 해당될 것이다.

이 경우 신생아를 매매하는 계약 자체가 무효다. 우리나라는 계약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어 개인간 계약에 대해 법이 개입하는 경우는 극히 제한된다. 대부분의 자유로운 약정, 즉 거래 내용은 개인의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다.

하지만 아이를 사고파는 거래는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내용으로 계약했다고 하더라도, 사회상규에 위반되는 행위로 민법 제103조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해 ‘무효’다.

따라서 라푼젤의 부모는 마녀가 와서 계약에 따라 아이를 내놓으라고 하더라도 그 계약은 무효이므로 아이를 넘겨줄 필요가 없다. 따라서 마녀의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

그렇다면 마녀가 라푼젤을 받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이 라푼젤의 부모에게 준 양상추 값은 받을 수 있을까? 이는 무효인 신생아 거래 계약에 따라 아이를 사고자 한 부모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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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법률상 원인 없이 이득을 얻는 경우, 그리고 이 때문에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면 그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이를 민법 제741조의 부당이득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계약하고 이미 돈을 냈는데 계약이 무효가 되는 경우 그 지급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따라서 계약이 무효라면 마녀는 양상추 또는 양상추 값을 돌려받을 수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은 동시에 불법원인급여에 대해 그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민법 제746조).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된 상황에 해당하는 계약 등 원인을 근거로 해서 돈을 냈을 때 그 돈을 돌려달라고 할 수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불법 도박장 업주가 손님에게 도박에 쓸 돈이라는 걸 알면서도 돈을 빌려주었다면 그 손님에게 돈을 갚으라고 할 수 없다.

‘나쁜 짓’ 그러니까 도덕 관념으로 용인되지 않는 행위에 기초해서 돈을 지급했다면, 그 돈은 돌려받을 수 없다. 이는 불법, 부도덕한 행위의 대가로 금전을 제공하는 것을 막고자 하는 취지다.

마녀는 양상추를 주는 것이 나중에 신생아를 사기 위한 대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라푼젤의 부모가 양상추를 먹고 아이를 주지 않겠다고 버티더라도, 아이를 받을 수 없는 것은 물론 대가로 주었던 양상추를 내놓으라고 할 수 없다.

늦은 결혼으로 고령 출산과 불임 늘어나는 시대에서 신생아 거래는 달콤한 유혹이자, 안타까운 현실이다. 하지만 동화 ‘라푼젤’처럼 이는 명백한 불법행위이고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다.

아이를 원하는 절박한 마음에 음성적으로 신생아 거래에 응했다가 어마어마한 벌금을 내는 것은 물론, 지급한 막대한 돈도 돌려받지 못한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PODCAST- 낭만파괴법】
※ 이에 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팟캐스트 낭만파괴법에서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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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5월 27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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