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 신혼부부, 회사 그만두고 호주여행중 '대박'

머니투데이 홍재의 기자 2014.06.09 0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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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앱스타 2014]'대리의 전설'로 3월으뜸앱 '1506호'

1506호 사는 최신애, 박성필 부부(왼쪽부터)/사진=최부석 기자1506호 사는 최신애, 박성필 부부(왼쪽부터)/사진=최부석 기자


부부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는 존재라고 했다. 여기 게임개발을 통해 완벽한 한 쌍이 된 부부가 있다. 이들이 만든 회사 이름은 1506호다. 자신들의 작업실이자 사랑방인 아파트 호수를 따 만든 이름이다. 함께 기획하고 남편은 프로그래밍과 배경음악 작업을, 부인은 그래픽 디자인을 맡아 '대리의 전설'을 완성시켰다.

박성필(31)·최신애(32) 부부는 지난 3월 '대리의 전설'로 '2014 대한민국 앱어워드' 으뜸앱을 수상했다. 1506호는 으뜸앱 수상에 이어 지난달 대리의 전설을 카카오 게임하기에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대리의 전설'은 레트로월드에서 펼쳐지는 플랫포머 액션 게임이다. 1990년대 고전게임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그래픽과 16비트 사운드 등이 게임의 특징이다. 모바일로 만나는 '슈퍼마리오'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이들의 이야기는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반도체 회사에서 공장 자동화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박씨는 퇴근 후 취미로 유틸리티 애플리케이션(앱), 게임 등을 개발했다. 작곡 공부, 영어 강사 등 풍부한 경험을 갖춘 그는 가계부 앱, 손글씨 앱인 '리얼 메모', 가위바위보 게임 '잉여맨' 등으로 이용자들의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



이무렵 박씨의 친누나와 같은 직장에서 캐릭터 디자인 업무를 맡고 있던 최씨를 소개 받았다. 천생연분이었던 이들은 이듬해 11월 결혼에 골인했다. 이전까지 마우스로 삐뚤빼뚤 게임을 만들었던 박씨는 부인과의 공동 작업에 돌입했다. 비록 퇴근 후 재미삼아 만든다는 법칙은 달라지지 않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파트너를 만난 것이다.

대리의 전설은 결혼 후 만든 2번째 작품이다. 지난해 말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2개월 동안 호주 여행을 떠난 이들은 여행 직전 이 게임을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했다. 일단 게임을 올린 뒤 다녀와서 업데이트를 하겠다는 생각이었지만 미국 앱스토어 메인 페이지에 추천 게임으로 올라가는 등 폭발적인 반응이 되돌아왔다.

마침 뉴질랜드 여행 기간이라 마땅한 작업 공간과 인터넷 환경을 찾지 못해 즉각적인 대처는 불가능했다. 1주일 후 호주로 돌아와 대응에 나섰지만 이용자들이 밀물처럼 쏟아져 들어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간 뒤였다. 박씨는 궁금함에 대리의 전설을 티스토어에 올렸다. 역시 반응은 좋았다.


이들 부부는 귀국 후 게임 개발을 제대로 해보자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 부부창업의 특징을 살려 '허니문앱스'가 첫 회사명 후보였지만 너무 길었다. 막상 '문앱스'로 등록하려 보니 이미 회사가 존재해 자신들이 살고 있는 '1506호'로 정했다.

박씨는 "외국계 회사에 입사를 하려 했지만 좋아하는 일을 같이 해보자는 부인의 만류에 창업을 결심했다"며 "색다르고 참신한 게임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에 예전 오락실 그래픽과 비슷한 '도트' 그래픽으로 제작했다"고 말했다.

대리의 전설로 가능성을 확인한 1506호는 '대리의 전설2', 캐주얼 퍼즐 게임 등을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다. 일에 좀 더 집중하기 위해 1506호를 떠나 스타트업을 위한 사무실 입주도 계획 중이다.

박씨는 "예전보다 고정 수입은 줄었지만 부부가 늘 함께 할 수 있는 것이 부부창업의 장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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