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중의 을' L이사의 눈물 "일할수록 불안"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14.05.24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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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딩블루스]건설운송업 출혈경쟁, '배째라'식에 돈 못받기도

"건설업계 분위기가 안좋다보니 일하기가 불안합니다. 로비를 해도 수주 못하는 경우가 허다해요. 그러다보니 저가수주도 많아 회의감마저 급니다."

건설자재와 기계 등을 전문적으로 운반하는 H운수 영업이사 임정제(가명)씨는 요새 일하기가 무섭다. 30년 넘게 운수업계에서 일하고 있지만 요즘 같아선 일을 그만두고 싶을 정도다. 결혼을 앞둔 막내아들을 생각하면 답답하다.



건설산업 자체가 침체를 겪고 있다 보니 '밥줄' 자체가 끊어질 상황이어서다. 국내 도로나 교량 등 SOC(사회간접자본) 공사 물량이 거의 없어 공급물량 자체가 없을 뿐더러,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도 대부분 몇 년씩 멈춰있는 상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무엇보다 운수업체간 경쟁이 치열해 졌다. 과거 우수죽순으로 생겨난 운수업체들이 서로에게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몫을 여럿으로 나누다 보니 수주를 하더라도 규모가 매우 작다.



25톤 덤프트럭 편도 200㎞를 기준으로 기름값과 기사인건비 등을 포함해 평균 30만~35만원을 받아 보통 5~10만원 가량을 남겨야 하지만 지금은 1~2만원 남기기도 힘들다.

발주업체에 대한 충성경쟁도 심하다. 불법에다 손실까지 감수하면서 중형세단 차량을 제공하는 기업도 있을 정도다. 건설공정에서 운수업체는 그야말로 '을 중의 을'이란 게 해당 업계의 볼멘소리다. 공공기관이 발주한 공사를 일반건설업체들이 수주하고 이를 다시 전문업체들에게 하청을 맡긴다.

하청업체는 자재업체와 공급계약을 맺고 최종적으로 운수업체와 운반계약이 이뤄진다. 굳이 따지자면 10간 중에서 5번째인 '(갑-을-병-정)무'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계약을 맺은 업체가 부도날 경우 일을 하고도 돈을 못받는 경우도 발생한다.


그렇다고 발주처나 원도급업체들에게 받을 수도 없다. 대부분 개인사업자로 움직이는 기사들에게 먼저 돈을 주고나면 결국 손해는 운송업체 몫이다. 임 이사는 "큰 업체들도 쓰러지는 판에 밑바닥인 하청업체들은 더 심각하다"며 "특히 '배째라'는 식으로 나오는 업체들도 많아 더 힘들다"고 토로했다.

대형건설업체들의 경우 해외시장 등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지만 수주 자체가 없는 하청업체는 답답한 상황이란 게 그의 지적이다. 임 이사는 "국내 건설관련 운송업체들은 기로에 서 있다. 가끔 지난 일을 떠올리면 울컥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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