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팩트]이건희 삼성 회장 위독설 사실은?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4.05.16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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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절·브리핑…' 온갖 '설' 난무…주가 급등락 등 '의도' 가능성도

편집자주 보도되는 뉴스(NEWS)는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에게는 사실(FACT)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뉴스가 반드시 팩트가 아닌 경우는 자주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머니투데이 베테랑 기자들이 본 '뉴스'와 '팩트'의 차이를 전하고, 뉴스에서 잘못 전달된 팩트를 바로잡고자 한다.

지난 10일 저녁 심근경색으로 한남동 순천향병원에서 심폐소생술 후 삼성서울병원에서 심장 스탠트 시술 후 수면진료를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 회장과 관련한 루머가 15일 저녁부터 본격 돌기 시작해 16일에는 급기야 위독설까지 퍼졌다.

일부에선 이를 특종이라고 보도했다가 기사를 삭제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머니투데이는 이 회장의 입원부터 현재까지의 각종 루머를 실제 경험한 사실을 토대로 정리해봤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10일 밤 이태원동 자택 인근인 순천향대 병원 응급실에 도착 직후 심장마비 증상이 나타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 받았다. (사진은 11일 오전 2시 모습)/사진=김남이 기자이건희 삼성 회장은 10일 밤 이태원동 자택 인근인 순천향대 병원 응급실에 도착 직후 심장마비 증상이 나타나 심폐소생술 등 응급조치 받았다. (사진은 11일 오전 2시 모습)/사진=김남이 기자


◇그날 저녁에 무슨 일이 있었나=15일 저녁 퍼진 루머는 이 회장이 이태원동 자택에서 이미 심정지 상태에서 순천향병원에 도착해 사실상 생명유지가 어렵다며, 당시 병원 관계자에게 들었다는 식의 그럴 듯한 표장까지 입혀졌다.

머니투데이가 당일 저녁 순천향병원 응급실 현장에서 당시 목격자들에게 확인한 것은 "이 회장이 두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응급실로 들어갔다"는 것.



심정지 상태로 몸을 지탱할 수 없어 들 것에 실리거나 업혀서 온 상황이 아니라, 몸이 늘어지긴 했지만 두발을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는 설명이다. 병원 측에서 설명했듯이 도착 직후 심정지 상태가 왔다는 것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하와이에서 여러 번의 기절이 있었다는 루머=지난 겨울 하와이에 여러 차례 기절을 해 몸을 추스르고 귀국했다는 루머다. 논리적으로 몇 번을 기절했다면 귀국하자마자 삼성서울병원에서 건강검진을 했을 게 뻔하다. 또 루머에 얘기한 하와이에서 바로 귀국했다는 주장도 사실과 다르다.

이 회장은 2월부터는 일본에 체류했고, 체류기간 동안 최지성 실장과 이재용 부회장 등 삼성 수뇌부들이 이 회장에게 업무 보고를 위해 방일한 것을 확인했다. 또 일부 보도는 귀국 후 심장시술을 한차례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지난달 17일 귀국 5일 후인 22일 서울 삼성전자서초사옥에 오전 8시 30분경 출근했다. 귀국 후 심장시술을 하고 5일 만에 출근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22일에 이 회장은 미래전략실의 업무보고를 받고 점심은 삼성전자 사장단과 먹고 12시 30분경 주차장을 빠져나가는 것을 여러 기자들이 함께 목격했다. 심장시술을 했다면 4개월간 해외에 체류한 이 회장이 아픈 몸을 이끌고 굳이 출근할 이유가 없었다는 얘기다.

11일 오전 2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자택인 서울 이태원동 자택 앞 모습 /사진=정지은 기자11일 오전 2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자택인 서울 이태원동 자택 앞 모습 /사진=정지은 기자
◇16일 본격적으로 퍼진 루머들=16일 점심 쯤 퍼진 내용은 "모 신문의 계열사 재계출입기자가 전하는 얘기를 들었다"로 시작된다.

카카오톡을 통해 급속히 퍼진 이 루머는 "이미 사망했는데 삼성이 1시간 정도 엠바고(언론용어로 보도제한)를 걸었다"는 그럴 듯한 전문용어를 동원해 소설을 덧붙였다. 그 소위 엠바고라는 것이 풀리는 시간대인 1시간 후 보도된 곳은 없었다.

삼성 출입기자나 삼성서울병원에서 취재를 하던 병원출입기자 중 그 누구도 엠바고 요청을 받은 적이 없을 뿐더러, 언론계에서는 이런 뉴스에서 엠바고는 의미가 없고 지켜지지도 않는다는 사실을 누구나 다 안다.

오후 3시에 '유고'와 관련한 공식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는 루머도 돌았다. 모 매체는 그 시간 경 실제 이를 보도하기도 했다. 그 시간 삼성 수뇌부들은 서울 삼성전자 (78,000원 ▲500 +0.65%)서초사옥에서 지난 사장단 회의 때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이 "흔들림 없이 본업에 충실하라"라고 했던 것처럼 아무 일 없이 일하고 있었다.

오후 3시를 넘어 3시 발표설이 허위사실이라는 게 확인되자, 이제는 '오후 5시 공식 브리핑'이 있을 것이라고 루머가 시간만 변경된 채 유포됐다.

오후 4시를 조금 지나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 있는 40층으로 동료 기자 한명과 같이 올라갔다. 그곳엔 이런 저런 루머에 대응하느라 바쁜 직원들 외에는 평상 업무를 하는 미래전략실 직원들과 간간이 어이없는 루머에 허탈한 웃음을 짓는 직원들도 눈에 띄었다. 현장에서 5시까지 있었지만 그 어떤 공식 브리핑도 없었다. 또 루머였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 증세를 일으켜 병원에서 응급 심장시술을 받은 가운데 11일 오후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경기소방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급성 심근경색 증세를 일으켜 병원에서 응급 심장시술을 받은 가운데 11일 오후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으로 경기소방 헬기가 착륙하고 있다.
◇병원 기자실 폐쇄와 의료진이 브리핑을 안하는 이유가?=삼성서울병원의 임시기자실 폐쇄조치와 의료진이 브리핑을 하지 않는 이유도 이 회장의 위독설의 근거로 활용하는 루머다.

현장 기자실의 기자들 사이에서 오간 얘기는 여러가지가 있었다. 그 중 하나는 "기자실을 폐쇄하면 현장에 안와도 되니 기자실 폐쇄를 검토해보시라"는 것이었다. 젊은 취재 기자들이 밤 12시까지 중환자실에 접근도 되지 않는 기자실에 앉아서 힘들게 보내는 시간을 병원 홍보팀에 농반진반으로 한 얘기다.

이 같은 얘기가 오가면서 임시기자실 폐쇄가 실제 논의되기 시작했다. 의료진의 브리핑이 진행되지 않는 이유는 굳이 현재 진료가 잘되고 있는데, 브리핑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는 의사들의 주장과 의료법을 어기면서까지 환자의 정보를 나서서 얘기하고 싶지 않다는 의견에 따른 것으로 전해진다.

윤순봉 삼성서울병원 지원총괄 사장이 "이 회장의 건강은 더 좋아지고 있다"거나 삼성그룹이 SNS를 통해 공식적으로 위독설을 부인해도 사람들은 얼굴을 들어낸 주장보다는 익명을 더 선호하는 이상한 구조다.

이름 없이 '아는 기자가...', '아는 의사가...', '아는 정보기관에서..'라는 익명성에 숨어 루머를 퍼트린다. 이는 단순히 재미삼아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증시 등에 관련 주가를 움직여 이익을 취득하려는 특정 목적의 세력에 의해 양산되고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자주 듣다보면 거짓이 진실처럼 들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후배들에게 "부도 기사와 사망 기사는 낙종을 해도 좋다"라고 얘기한다. 충분히 사실 확인 후 써도 늦지 않다. 기자가 수십명의 삼성 고위직 관계자들을 통해 듣고 아는 한 현재 "이 회장은 처음 입원했을 때보다 훨씬 좋은 건강상태로 진료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얼굴을 숨기고 익명으로 사적 이익을 위해 퍼트리는 허위정보는 가급적 믿지 않는 것이 독자들에게 좋을 듯하다. 얼굴을 드러낼 자신이 없기 때문에 익명 뒤에 숨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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