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날인 15일 이른 아침, 세월호에 탑승했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동생 양모씨(54)가 '사랑의 두유' 배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세월호 침몰사고 30일째인 15일 오전 6시, 이른 새벽부터 따뜻한 두유 한 잔으로 팽목항의 아침을 깨우는 사람이 있다. 세월호에 탑승했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 양승진 교사(57)의 동생 양모씨(54)는 지난 주말부터 자원봉사를 시작했다.
두유차가 실린 수레를 끌고 팽목항에 늘어선 천막마다 '사랑의 두유'를 전달하는 얼굴엔 미소가 감돌았다. 한 시간 반쯤 지났을까, 한 바퀴를 돈 그는 "어제도 오늘도 '완판'"이라며 뿌듯해했다. 밤샘 근무와 봉사가 일상인 팽목항 사람들에게 따뜻한 차 한 잔은 정을 나누고 힘을 북돋아주는 매개체가 된다.
팽목항에서의 일상은 바쁘게 돌아간다. 낮이나 밤 정조시간엔 성실히 대책본부의 브리핑을 챙기고, 구조자 명단을 보고, 잠수사들도 지켜보느라 간신히 새벽시간을 빼 두유차 봉사를 시작했다. 그런데도 기다림의 시간은 더디게 간다.
"굉장히 좋은 분이셨어요. 순하고, 가정의 화목을 위해서 맏형으로서 본분을 다하셨고, 가정에서는 두 남매 뒷바라지를 잘 하셨어요."
그는 형님을 좋아했다. 든든하고 믿음직스러웠던 형님. 지난해 여름 형님 방학 때 4남매 가족을 모두 대동하고 여행을 떠났던 게 형님이 가족들에게 준 마지막 선물이 됐다. 노모는 평소 시간만 나면 고향집에 내려와 어머니가 차려주는 밥을 먹던 큰아들이 바다에 잠기자 몸져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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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이 선생님이시잖아요. 오늘이 스승의 날인데, 살아있으면 제자들과 얼마나 행복한 시간을 보내겠어요. 하나하나 생각하면 가슴 아프고 울컥하고…."
형님은 좋은 선생님이기도 했다. 30년 간 교편을 잡은 형님은 사회교사로서 인성교육부장도 겸했었다. 담임이 아닌데도 아이들과 수학여행을 떠났다가 사고를 당했다. 15일 오후 10시 현재 아직 가족 품에 돌아오지 않은 교사는 실종자 20명 중 4명에 이른다.
"애들 탈출시키는 데 최선을 다했겠죠. 최선을 다하다보니까 나올 기회를 놓쳤을 테고. 어딘가에 계시긴 할 텐데 몇 명 안 남으니까 혹시 잘못되지 않았을까 자꾸 불안해져요."
형님은 평소 많은 사람들을 껴안는 포용력과 리더십으로 제자들을 가르쳤다. 말썽부리는 학생들을 토닥거리며 끌어안았는데 훗날 멋진 사회인이 돼 연락이 올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고 말하곤 했다.
"제일 힘든 건… 수색이 진전이 안 되는 게, 형님이 안 나오는 게 제일 힘들어요." 희생자 중엔 성인이 드물다. 바다에서 수습된 시신 중 형님으로 추정되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는 그래도 혹시나 형님일까 싶어 희생자 시신을 세 번 봤다고 했다.
"오십 몇 번째 (사망자), 백 몇 번째 해서 세 분인가 봤어요. 아닌 거 뻔히 알면서도… 나이대랑 키가 조금만 비슷하면 가서 봤어요. 만에 하나 놓쳐 봐요. 아닐 것 같았는데 형님이었어 봐. 그 죄책감을 어떻게 하겠어요."
더딘 수색이 답답하기만 하지만 잠수사들 생각만 하면 미안해지는 그다. 바지선에 다녀온 그는 "잠수사들도 아이들 키우는 한 집의 가장인데 목숨 내놓고 빨리 들어가 꺼내오란 것도 우리 욕심"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스승의날인 15일 이른 아침, 세월호에 탑승했다 실종된 안산 단원고 양승진 교사의 동생 양모씨(54)가 '사랑의 두유' 배달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