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가 남긴 노란물결··· 온국민의 슬픔이 만든 분노의 문화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4.05.1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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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한달]민간인부터 문화예술인까지 애도 물결…서울시 "미래유산으로 보존"

세월호가 남긴 노란물결··· 온국민의 슬픔이 만든 분노의 문화


'낯설음에 대한 용서할 수 없음, 실망스러움에 대한 인정할 수 없음, 비겁함에 대한 치 떨림, 거절당함에 대한 납득할 수 없음, 부당함에 대한 조건 반사 … …. 우리는 우리 안에 존재하는 정답 이외의 것이 너무나 엉뚱하고 실망스러울 때에 분노를 느끼고 치욕스러워한다. 특히 정의롭지 못함에 대한 분노는 역사를 바꾸는 힘이 될 때도 있다.'

김소연 시인이 쓴 '마음사전'(마음산책 펴냄)이란 책에서 '분노'를 찾아보면 이렇게 서술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 한달. 세월호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은 애처로움과 구슬픔에서 노여움과 원망, 분개와 치욕으로 변하며 대한민국을 흔들고 있다. 온 국민이 함께한 그 슬픔과 분노는 기다림을 상징하는 '노란리본'을 통해 새로운 문화와 역사를 만들어가는 중이다.

'2005년에서 2009년 저는 단원고에서 가장 행복한 교사였습니다. 너무 착하고 예쁜 제자들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 단원고가 이런 불행을 겪다니 슬픔의 눈물은 그치질 않습니다. 사랑합니다. 단원고!'



단원고에서 교사생활을 한 어느 시민이 노란 종이에 쓴 글이 서울광장 한쪽을 장식했다. 노란리본과 함께 노란색종이로 접은 종이배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마음을 싣고 전국 곳곳에서 그 물결이 거세진 지 오래다. 서울시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노란 리본과 희생자 추모글 등을 미래유산으로 보존, 관리하기로 했다.

지난주 안산에서는 학생들의 촛불문화제가 이어졌다. 세월호 침몰사고 24일째인 지난 9일 저녁,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동 문화광장에는 안산시내 고등학생 약 1500여명이 모였다. 왼쪽 손목에 노란 리본을 묶고, 오른손에는 촛불 하나씩을 든 학생들은 묵념으로 시작해 한 시간 가량 자유발언과 추모편지 쓰기 등을 진행하며 끝내 참았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시인과 작가 등 예술인들의 추모 작품도 이어지고 있다. 안동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작가회의 부이사장 안상학 시인이 세월호 애도시를 발표했다. '엄마 아빠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라는 제목의 시는 숨진 200여명의 단원고 아이들이 엄마아빠에게 이야기를 전하는 문체로 전해진다. 한국작가회의는 고은 시인을 시작으로 백무산, 신현림 등 모두 7명의 회원이 연속 애도시를 발표했다.


국내외 젊은 시인들의 모임인 빈터문학동인회도 세월호 추모시를 잇따라 내놓으며 원망과 슬픔의 목소리를 동시에 쏟아냈다.

김정수 시인은 '세월호 바다'란 시에서 '나는 파도로 슬픔을 전해요. 하얗게 부서져요/착한 꽃잎들 목 놓아 부르는 슬픈 목소리 들려요/내 품은 어린 영혼들 찾아올 곳 아니니, 나에게 보내지 말아요'라고 적었고, 전영관 시인은 '밥이라도 한 그릇'이란 시에서 '안산에서는 오월도 가난하다. 저녁상의 빈자리가 채워지지 않는 오월이다'라고 슬퍼했다. 이들은 블로그나 페이스북들을 통해 글을 게시하고 촛불문화제에서 시낭송을 이어가고 있다.

김주대 시인 역시 본지 신문과 사이트,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애도하고 추모하는 글과 그림을 남기며 온 국민과 슬픔을 함께 나누고 있다. 촛불, 상처, 사랑 등을 소재로 한 그의 문인화는 잔잔하게 울림을 전하며 네티즌들과 소통하고 있다.

오는 17일 경기 고양시 일산문화공원에서는 고양블리스챔버오케스트라(대표 이헌제)가 오후 8시부터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촛불행사와 연주회를 연다. 문화와 예술을 통해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신 담는 셈이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에 '추모 기록물'의 또 다른 문화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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