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레일도 '관피아'식 낙하산 인사…파견법 위반 '논란'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2014.05.15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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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년 앞둔 고위간부 마구잡이 꽂아넣기…감사원 주의조치도 무시

그래픽=김지영그래픽=김지영


코레일이 정년퇴임을 앞둔 고위직 간부들을 자회사에 파견하는 형식으로 자리보전을 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법상 파견대상기업의 고유업무를 위한 파견은 불법임에도 특수·전문직이 아닌 대표·본부장 등이 다수를 차지, 법 위반이란 지적도 나온다.

15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레일이 다수의 고위 간부들을 자회사에 파견한 뒤 자회사 대표나 본부장 자리에 앉힌 것으로 밝혀졌다. 산하기관 내지 민간 협·단체를 상대로 한 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 이른 바 '관피아' 행태를 고스란히 따라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최근 물류·관광 공공기관들의 출자회사 관리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드러났다. 감사원이 2011년 1월부터 2013년 7월까지 코레일의 직원 파견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 파견자 36명의 44.4%인 16명을 자회사 대표나 본부장, 경영지원실장 등 경영층에 임명했다.

이 기간 코레일 경북본부장(1급)이던 박모씨가 코레일로지스 대표이사로 파견되는가 하면 경주역장(1급) 김모씨는 같은 회사 사내이사 자리를 꿰찼다. 강원본부장(1급) 이모씨는 코레일공항철도 기술본부장으로서 그 역시 등기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코레일은 정년 잔여기간이 3년 미만인 직원은 파견자로 선발할 수 없도록 한 사규(대외기관 인적교류 지침)도 무시했다. 정년이 채 2년도 남지 않은 3급 간부를 코레일관광개발로 보내 2급에 해당하는 처장 자리에 앉히기도 했다. 이런 식으로 정년을 코앞에 둔 6명의 고위직들이 자회사로 파견돼 정년을 채웠다.

감사원에 따르면 이 기간 52차례 자회사로 파견을 나간 코레일 직원들 가운데 2급 이상 간부 비율이 55.8%로, 3급 이하 직원 비율(44.2%)를 훨씬 웃돌았다. 고위 간부들의 정년을 보장해주면서도 코레일 내 고위직 인사적체를 해소하는데 자회사들이 동원된 셈이다.

코레일의 무리한 '고위직 자리보전'은 파견법 위반 논란으로 이어졌다. 파견법상 파견된 직원들은 원래 소속된 기업을 위한 업무를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대표이사나 본부장 관리직은 코레일이 아닌 자회사 고유 업무를 다루기 때문에 법의 취지를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감사원측은 "파견법 위반 소지가 있어 대표 등 특정업무가 아닌 관리자로 보내지 않도록 주의를 줬다"며 "코레일이 정년 잔여기간이 3년 미만인 직원을 파견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파견한 데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부각되지 않았던 공공기관들의 자회사를 상대로 한 낙하산 행태도 이번 기회에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기업이 자회사를 세우고 자회사 업무 영역을 넓혀 모회사의 자리보전용으로 활용해온 건 정부의 관리감독 부실"이라며 "공공기관의 자회사 설립을 정부가 엄격히 검증하고 제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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