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엘라의 초콜릿박스] 사는 동안 절대 잊어선 안될 것들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 겸 작가 2014.05.2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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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라의 초콜릿박스] 사는 동안 절대 잊어선 안될 것들


1780년대 초, 아프리카에서 노예들을 실어오던 배에 전염병이 돌았다. 그러자 선장이 노예들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당시 배에 들려있던 보험은 질병으로 죽은 노예에 대해서는 보험금이 지급되지 않았지만 실종된 노예들에 대해서는 지급됐기 때문이다. 돈에 눈이 먼 선장은 이같이 끔찍한 짓을 저질렀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을 화가 윌리엄 터너는 약 40년 뒤, < 노예선 >이라는 작품을 통해 고발한다. 터너는 이 작품에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자들을 바다로 던지는 노예 상인들, 태풍이 다가온다'라는 부제를 달았다. 바다와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다. 피와 분노의 색이다. 바다도 분노한 듯 파도가 몰아친다. 그림을 통해 화가는 우리에게 일어나서는 안 될 사건을 고발함과 동시에 각성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1808년 5월 3일 깜깜한 밤, 언덕아래 무고한 시민들이 처형을 당하고 있다. 나폴레옹 군대의 총구가 스페인 민중을 향하고 있는 것이다. 나폴레옹은 왕위에 오른 후 주변 국가들을 점령하기 시작했다. 1808년, 그는 스페인을 점령하고 자신의 형 조세프를 왕위에 올린다. 이에 민중들이 반발하자 시민들을 학살한다. 화가 고야는 이 장면을 실제로 목격했다. 그리고 1814년, < 1808년 5월 3일 >이라는 작품을 완성한다. 이때 고야는 난폭함과 잔인함을 표현하기 위해 자신의 피를 그림에 직접 발랐다고 한다.



일어나서는 안될 참혹한 현장, 몇 년이 지나도,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이 흘러도 잊혀 져서는 안될 잔혹한 사실. 터너와 고야는 고스란히 그림에 담아냈다. 당시의 분노와 잔인함까지도.

살아가면서 절대 잊어서는 안될 것들이 있다. 되새기고 반성하고 각성해야 할 것들이 있다. 그래서 다시는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죽을힘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것들이 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 지하철, 그리고 작금의 세월호 참사. 참으로 많이도 겪었다. 너무나 많이도 아팠다. 수많은 이유와 변명, 외면, 왜곡, 그리고 은폐. 하지만 아무리 가리려고 해도 드러나는 것들이 있고, 절대 감춰서는 안 되는 것들도 있다.



진실은 그 자체만으로도 우리에게 살아갈 길을 제시해 준다. 진실을 알 때, 그 진실을 기억할 때, 또 다른 비극을 막을 수 있다. "진실을 아는 것만이 인간에게 올바른 힘을 부여해준다. 그것이 설령 어떤 모습의 진실이라 해도." -무라카미 하루키 '1Q84'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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