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봄에 만나는 설벽…서일본 '알펜루트'

머니투데이 조용만 어반트래블 대표 2014.04.26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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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TV]가장 가까운 '겨울왕국'…日 설경 여행

편집자주 조용만의 딱거기 - 구름에 달 가듯 가는 나그네, 구름여행자. 어디서나 찾을 수 있는 관광 정보 대신 여행이 주는 여백의 미를 전해드립니다.

여름을 향해가는 길목에 있는 따뜻한 봄 날, 어느덧 차가운 겨울의 추억이 떠오른다. '겨울왕국'처럼 눈이 가득한 곳으로 여행을 꿈꾼다면 가까운 일본의 '알펜루트'가 대안이 될 수 있다.

봄기운이 완연한 4월로 접어들면 겨울에 대한 이미지는 어느 사이 자연스레 퇴색한다. ‘눈’이 보고 싶다면 동쪽의 태백산맥 줄기의 높은 봉우리에나 가야 희미하게 남아있는 눈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한겨울처럼 가득 쌓인 눈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신록이 푸르러 지는 4월과 5월에 갑자기 눈이 가득한 경치가 보고 싶다면 가까운 일본의 다테야마와 구로베를 연결하는 알펜루트를 추천한다. 일본의 알프스라는 다테야마 알펜루트는 일본 서쪽의 도야마현과 동쪽의 나가노 현을 잇는 약 90km 길이의 루트다.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서쪽 다테야마의 도야마현이나 동쪽의 오오기사와(나가노현) 둘 중 어느 쪽에서 출발해도 상관없다.

출처: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공식사이트 (http://www.alpen-route.com/kr/)출처: 다테야마 구로베 알펜루트 공식사이트 (http://www.alpen-route.com/kr/)


알펜루트의 특징은 트레킹이나 등산이 아닌 트롤리 버스, 무궤도 전차, 로프웨이, 케이블카 등의 다양한 교통수단을 이용한다는 점이다. 다테야마 정상은 해발 3015미터이고 관광객들이 올라갈 수 있는 가장 높은 곳은 해발 2450미터인 무로도이다. 단순 이동시간은 알펜루트 구간만 1시간 30분 정도, 서쪽 도야마 역에서 동쪽 마쯔모토 역까지의 이동과 관광시간까지 고려한다면 5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오오기사와 역에서 출발해서 트롤리 버스를 타고 긴 터널을 지나면 구로베 댐을 만난다. 구로베 댐은 해발 1457미터에 건립된 높이 186미터와 길이 500여 미터의 아치형 댐으로 일본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알펜루트의 동쪽 시작점이기도 한 이곳은 구로베 호수에서 유람선을 타고 다테야마의 설경의 멋진 설경을 감상할 수 있다.

↑ 구로베댐↑ 구로베댐
↑ 구로베 케이블카↑ 구로베 케이블카
구로베 댐을 지나면 산 밑으로 뚫린 경사도 높은 케이블카는 구로베다이라 역으로 향한다. 해발 1828미터에 위치한 구로베다이라 역은 다이칸보로 가기 위한 로프웨이를 타는 곳이다. 정류장 건물 밖으로 나가서 나가노 방향으로 넓게 펼쳐진 설원에서 멋진 기념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 구로베다이라 로프웨이↑ 구로베다이라 로프웨이
↑ 구로베다이라 설경↑ 구로베다이라 설경
구로베다이라 역에서 해발 2316미터 다이칸보까지는 로프웨이를 타고 7분 정도 이동을 하게 된다. 이 다테야마 로프웨이를 타고 오르는 다이칸보(해발 2316미터)는 후지산, 하쿠산과 함께 일본 3대 영산의 하나인 다테야마 최고의 봉우리다. 알펜루트의 최고의 경치를 아우르는 코스로 여름에는 울창한 숲을, 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을, 겨울에는 백색의 설원으로 철마다 웅장한 광경을 자아낸다.



↑ 다테야마 로프웨이↑ 다테야마 로프웨이
Reggaeman (CC-BY-SA-3.0-migrated)

↑ 다이칸보에서 바라보는 구로베호수↑ 다이칸보에서 바라보는 구로베호수
다이칸보에서 다시 트롤리 버스를 타고 무로도까지 이동한다. 바로 이 무로도에는 알펜루트의 대표적인 명물인 설벽 걷기 체험이 있다. 무로도에서 도야마 방향으로 내려가는 약 700미터 길이의 도로다. 눈을 치우면서 도로 양쪽에 자연히 생겨난 설벽은 최고 20여 미터의 높이까지 올라간다고 한다. 설벽 사이를 걸어보는 것만으로도 진귀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이 설벽은 공식적으로 5월 말까지 볼 수는 있지만, 최근, 지구 온난화의 영향 때문인지 5월 중순이면 급격히 녹아내린다. 그래서 설벽 걷기 체험의 최적 기간은 5월 초 까지라고 볼 수 있겠다.

↑ 설벽↑ 설벽
Uryah (CC-BY-SA-3.0,2.5,2.0,1.0)

↑ 무로도 고원↑ 무로도 고원


시간이 허락된다면 일본의 요세미티라 불리는 중부산악국립공원의 카미코우지 공원을 돌아보는 코스도 추천한다. 카미코우지는 일본 북 알프스의 시작점으로 유명한 곳이다. 일본의 노벨상 후보였던 이노우에 야스시의 ‘빙벽’이라는 소설의 무대가 된 곳이다. 일본 사람들이 눈 내린 가미코우지를 산책하는 것을 최고의 휴가여행 중 하나로 꼽을 정도로 경치가 수려하다.

↑ 카미코우지↑ 카미코우지
그 밖에도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구로베 협곡을 지나는 토롯코 열차가 있다. 토롯코 열차는 다테야마를 중심으로 해서 해발 3000m가 넘는 봉우리들 사이로 난 계곡을 달린다. 양옆이 칸막이가 없는 개방형 열차로 20여 km에 달하는 구간을 달리기 때문에 날씨가 좋은 때라면 반드시 타보길 권하고 싶다.



↑ 구로베협곡 토롯코 열차 ↑ 구로베협곡 토롯코 열차
두 손을 모아 합장한 듯한 독특한 건축양식을 간직한 사라카와 마을의 갓쇼즈쿠리 합장촌(合掌村)도 있다. 시라가와고 합장촌은 1995년에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곳이다. 마을에 있는 110여 개의 갓쇼무라 양식(지붕에 눈이 쌓이지 않도록 만들어진 양식)의 건축물들 하나하나가 유산으로 지정되어 있을 만큼 그 문화적 가치가 높은 곳이다. 겨울밤에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눈 덮인 시라가와고의 경치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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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봄에 만나는 설벽…서일본 '알펜루트'


알펜루트는 눈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한겨울에는 개방하지 않으며, 4월 중순부터 개방해서 11월 하순까지만 운영된다. 초봄과 늦가을에는 기온이 많이 내려가기 때문에 겨울옷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계절과 상관없이 산 위에서는 햇볕이 강하기 때문에 긴 소매 옷과 선글라스는 필수이며, 방수 기능이 있는 등산화나 트레킹화가 좋다. 또한, 4월 중순부터 11월 하순까지 8개월 정도 루트가 열리기는 하지만 4월과 11월에는 구간에 따라 이동 수단 자체가 운행이 안 되는 곳이 있으니 반드시 확인을 해봐야 한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4월 26일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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