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부서, 격무라고 안 그래도 기피하는데…"

머니투데이 김희정 기자, 기성훈 기자 2014.04.25 0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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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사기 저하된 안전·재난 공무원, 격무부서로 기피… 인센티브 미미

사진공동취재단 =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7일째인 지난 22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 수색작업을 위해 정박한 청해진함에서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 감압장치에 들어가 잠수병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7일째인 지난 22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 수색작업을 위해 정박한 청해진함에서 해군 해난구조대(SSU) 대원 감압장치에 들어가 잠수병 치료를 받고 있다./사진제공=뉴스1


"완전히 사기가 저하됐다. 한 마디로 우린 다 전사했다."

세월호 침몰 이후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은 안전행정부의 한 관계자 말이다. 집에 들어가지 못한 건 둘째치고 제대로 씻지도 못했다. "적과 죽을 듯 싸우고 있는데 뒤에서 아군한테 칼을 맞은 심정"이라고 했다.

세월호 사고발생 이후 정부의 대응체계를 지켜보며 재난전문가가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 이리뛰고 저리뛰는 담당 공무원들은 재난 전문가가 양성되기 어려운 공직풍토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안전·재난 담당부서는 대표적인 격무부서라 업무량이 많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인센티브는 턱없이 미약하다는 것이다.

한 지자체 공무원은 "다른업무를 맡다 재난관리를 맡은지 4개월째라 제반 업무를 익혀야 하는데 밤에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잠을 설치는 날이 많다. 수시로 재난상황 문자가 오다보니 새벽에 깨는 것이 부지기수"라고 말했다.



이어, "동료들도 재난이나 안전관련 부서는 일단 꺼린다. 1년도 못 채우고 다른 부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인사상 인센티브는 커녕 대형사고가 터져 불이익을 받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지자체 수방업무 관계자는 "수방기간인 5월 중순부터 10월까지는 비가오면 일단 밤새 대기해야 한다"며 "누구도 안전에 관해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심적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기존공무원 인력풀 안에서 전문가를 키우기 어렵다보니 민간전문가를 '전문관'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지만 대부분 소수직렬이라 승진 기회가 제한되고 대체인력이 부족해 교육훈련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의 경우 지난해부터 외부 경력채용 외에 내부공모를 거쳐 전문관으로 육성하고 있으나 인센티브는 미약하다는 평가다.

시의 한 전문관은 "전문관이 되면 직위수당이 월 3만원인데 일단 전문직위로 선발될 경우 3년간 전보가 제한된다. 안전·재난분야의 전문관이 되려는 직원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지방공무원수당규정22조에 따라 현재 전문직위 수당은 월 3만원(1년)에서 15만원(5년 이상)수준이다. 세월호 사고현장에서 인명구조 및 구급업무를 직접 맡고있는 경찰공무원의 특수업무 수당 역시 직급에 따라 월 4만원 이하 혹은 8만원 이하에 그친다.

한 공무원 노조 관계자는 "재난·안전 분야의 전문성은 유사시의 경험에서 우러난다. 행정직이 배려해 기능직의 이탈을 막고 전문성을 보강하되, 신분 보장이 확실히 돼야 재난발생 시 소신있는 판단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제일 중요한게 승진이 되느냐 여부인데 재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한다고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게 아니라 오히려 이득이 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전행정부 인사 관계자는 "재난·안전 분야가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기피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고 특정인만 특정업무에 오래 묶어 둘 수도 없는 일"이라며 "전문관 제도의 취지를 잘 안착시키는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월 전문직위 임용 공무원의 전보제한 기간을 해당 직위군 내에서 최대 8년으로 늘리는 것으로 골자로 '공무원 시행령'을 개정, 내년 1월부터 시행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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