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유병언 일가, 법정관리 악용 450억 챙겨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4.04.24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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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기이사에 빌딩 넘긴 후 부채탕감 뒤 재매입

서울 강남구 논현로(옛 역삼동)의 문진미디어 빌딩. 이 빌딩 3,4층에는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입주해 있었으나 세월호 사고 후 사무실을 닫은 상태다./사진=뉴스1서울 강남구 논현로(옛 역삼동)의 문진미디어 빌딩. 이 빌딩 3,4층에는 아이원아이홀딩스가 입주해 있었으나 세월호 사고 후 사무실을 닫은 상태다./사진=뉴스1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이 회사가 어려운 시점에 부동산을 직원이나 지인에게 넘겼다가 주요 계열사 매입이 끝난 시점에 부동산을 재매입하는 방식으로 재산을 지켜왔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청해진해운의 실소유주인 유 전 회장 일가가 소유회사를 통해 서울 강남구 논현로(옛 역삼동) 일대 8개의 빌딩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정황이 포착됐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과 등기부등본상에 드러난 세모그룹과 연관된 부동산은 모두 8곳이다. 방문판매회사 '다판다'가 798-1~3, 5번지와 777-12번지 등 5개 빌딩을 소유했고 영어교육 출판회사인 '문진미디어'가 798-7, 797-26번지를 소유하고 있다. 797-27번지는 주식회사 세모의 직장신용협동조합인 세모신용협동조합 소유다.

그래픽=김지영그래픽=김지영
역삼동 빌딩 매입의 중심에 있는 다판다는 유 전 회장의 장남 유대균씨가 32%의 지분을, 최측근인 김혜경씨가 24.4%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유 회장 일가 소유의 회사다. 다판다는 2006년과 2012년에 집중적으로 이들 건물을 매입했다. 문진미디어는 차남 유혁기씨가 대표로 있는 회사다.



빌딩을 이들 회사에 매각한 이는 이모씨와 구모씨다. 앞서 이씨와 구씨는 공동명의로 ㈜세모 소유의 역삼동 빌딩 2개동와 조모씨 명의의 빌딩 1개동을 2004년 5월과 9월, 11월에 차례로 매입한 뒤 2010년 10월과 2012년 10~11월에 다시 문진미디어와 다판다에 되팔았다.

유병언 측은 2005년 세모의 법정관리 과정에서, 조선사업부 매각을 통해 채권단의 동의를 얻어 600억원의 채무면제 혜택을 얻었다. 유병언 측은 통상 법원이 일반채권자 2/3 이상, 담보채권자 3/4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회생계획안을 승인 해주는 규정을 악용했다.

이에 앞서 이씨와 구씨가 세모 소유의 빌딩을 매입한 것이다.


이후에도 세모는 드러난 재산이 없어 다양한 방식으로 부채를 탕감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2007년 12월 다판다는 모회사인 세모를 168억원에 인수하는 과정에서 1900여억원을 출자전환 방식으로 부채 2200여억원의 상당액을 탕감받기도 했다.

이씨와 구씨는 세모그룹과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공정거래위원회 다단계판매업체 정보공개에 따르면 이씨는 2008년 세모그룹의 등기이사로 선임된 경력이 있다.

이 빌딩에서 병원을 운영하면서 아토피 환자들을 회원으로 모집해 유 전 회장의 아방궁으로 알려진 '금수원'으로 치료 여행을 떠난 사실도 있다. 구씨 역시 세모 소유의 빌딩에서 함께 병원을 운영했다.

한 부동산업계 전문가는 "도산하는 기업이 채무를 면탈하기 위해 직원이나 지인을 내세워 재산을 세탁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며 "만약 명의신탁이 이뤄졌다면 사법당국의 처벌 수위가 꽤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지난 23일 인천지검 특수부는 유병언 일가의 재산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전국 20여곳을 압수수색하고 부동산 등 유 전 회장 일가의 자산이 불법으로 형성된 과정을 수사하고 있다.

세모그룹이 소유하고 있는 역삼동 일대 부동산의 장부가액은 224억원 수준이지만, 실제 가치는 두배에 이른다는 게 관련 업계의 판단이다.

김원상 원빌딩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2011년 이후 일대에서 거래된 빌딩 12건을 비교 분석한 결과 세모 소유의 역삼동 부동산 가치는 모두 400억~45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정정 및 반론
지난 4월 16일 이후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및 유병언 전 회장 관련 보도에 대하여, 기독교복음침례회와 유병언 전 회장은 오대양사건과 무관하며 이는 지난 5월 21일 검찰이 공문을 통해서 확인해 준 바 있으며 유 전 회장이 정치적 망명이나 밀항을 시도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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