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다운군(18)이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주 일요일에 지갑을 사러 간 동생과 주고받은 대화(왼), 이군이 세월호 침몰사고 전날과 당일 아버지와 주고받은 메시지. /사진=이군 아버지 제공
24일 오후 안산에 마련된 세월호 희생자 임시 합동분향소에 한 할머니의 통곡이 메아리쳤다. 손주가 세상을 뜬 지 일주일. 할머니는 아직도 손주가 너무 아깝고 아쉬워 그 자리에 그만 주저앉았다.
"우리 다운이가 너무 재능이 많아. 그 재능을 못 살리고 저기 있는 게 원통한 거야. 노래도 잘하지..노래 1등 되면 할머니 무릎 수술하고 허리 수술해야 한다고 그랬는데…."
이군의 꿈은 가수였다. 어려서부터 노래하길 좋아해 자작곡도 여러 개 만들었다. 오디션프로그램에 나갔다 탈락했지만 다시 도전할 작정이었다. 학교에서 동아리 활동도 활발히 하고 칭찬이 자자했다. 할머니는 "이 노래 불러볼게 들어보세요" 했던 손자의 음성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故이다운군(18)이 지난 15일 밤 세월호를 타고 수학여행을 가는 도중 아버지에게 카카오톡으로 보내온 사진. 안개가 짙게 깔려있다. /사진=이군 아버지 제공
"날이 흐려서 잘 안 보인다. 사진도 많이 흔들렸네. 다운아 지갑 잘 챙겨."
"네."
이 시각 인기 뉴스
할머니는 그날 밤 꿈을 꿨다. "세탁기가 물속에 잠겨 있는데 세탁기에 다운이가 빠져있는 거야. 놀라서 내가 포데기에 막 업고 나왔어." 할머니는 놀라서 새벽 4시쯤 잠에서 깼다. 할머니의 꿈 얘기를 들은 아버지는 불길한 마음에 애써 '그런 말씀 마시라'고 했다. 할머니가 본 세탁기는 '배'였다. 5시간 후 아버지는 아들의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아버지 배가 50도 기울었어요. 배가 가라앉아요." 이게 마지막이었다. 어떤 메시지에도 답이 없었다. 5분 뒤 뉴스속보가 나왔다. 가슴이 멎었다.
이군은 사고 다음날인 17일 시신으로 발견됐다. 평소 이군이 존경했던 故남윤철 선생님과 꼭 붙은 채였다. 가족들은 사인이 저체온증이라고 했다. 당연히 살아올 것이라 굳게 믿었던 가족들은 팽목항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받고 가슴이 무너졌다. "상처도 거의 없고 추워서 웅크린 채 자는 모습이었어요. 추워서 제대로 눈 감지도 못하고 얼어 죽은 거죠…."
이군의 바지 뒷주머니에서 아버지가 사준 새 지갑이 깨끗한 채로 발견됐다. 이군의 신원을 밝혀준 지갑 속 주민등록증도 제주도로 떠나기 이틀 전에 발급된 '새것'이었다. 아직 성인이 되기도 전에, 주민등록증을 써보기도 전에, 이군은 하늘나라로 갔다.
"정말 곱게 기른 아이인데 너무 마음이 걸리고.. 내 가슴에서 언제 벗어날까 걱정이에요…" 할머니는 눈물을 훔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