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은 없다···그러나 '혁신의 비밀'은 있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정현수 기자, 이지현 기자, 진경진 기자, 홍재의 기자, 박경담 기자 2014.04.23 16:23
글자크기

[2014 키플랫폼](종합) '비즈니스 모델의 와해… 혁신 101' 2014 키플랫폼 총회 개최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4 키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홍봉진 기자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4 키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 홍봉진 기자


머니투데이 미디어가 지난 9개월 간 미국과 영국, 독일, 스웨덴, 네덜란드, 일본 등 전세계에 걸쳐 16만km를 이동하며 글로벌 100개 혁신기업에서 찾아낸 '혁신의 비밀'이 그 베일을 벗었다.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비즈니스 모델의 와해...혁신 101'를 주제로 열린 '2014 키플랫폼' 총회에서다.

총회 사회를 맡은 마이클 트램 독일 드로기그룹 전략자문대표는 "지난해 '2018 글로벌 시나리오'를 제시했던 머니투데이 미디어는 올해 위기를 이겨 낼 대응 전략을 들고 제시했다"며 "이를 요약한 것이 2014 키플랫폼의 주제인 '비즈니스 모델의 와해… 혁신 101'이라고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4 키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이동훈 기자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 회장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2014 키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사진= 이동훈 기자
◇"기적은 없다···인간의 꿈으로 고통스럽게 일궈낼 뿐"

'2014 키플랫폼'을 관통하는 주제는 '혁신'이다.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 회장은 이날 총회에서 "머니투데이 취재팀이 세계 각지 기업들을 깊이 있게 취재한 결과, 어려운 상황에서도 역발상을 통해 성장을 거듭하고 있었다"며 "현장에서 파악한 취재팀은 그 혁신의 엄청난 속도에 흥미를 느끼기도 했지만 두려웠고, 그 모습을 가감없이 이번 키플랫폼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홍 회장은 "'2014 키플랫폼'의 주제인 '비즈니스 모델의 와해… 혁신 101'은 취재팀이 직접 만난 100곳의 혁신 기업을 숫자로 상징화한 것"이라며 "플러스 1은 이 자리에 있는 여러분의 기업이 그렇게 됐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홍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선친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0년대 서독 방문했을 때 라인강 기적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궁금해서 질문했다고 한다"며 "이에 대한 답은 '기적은 없다. 결국 인간의 땀으로 고통스럽게 일궈낼 뿐이다'는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반세기가 지났지만 그 답은 마찬가지다"며 "혁신은 인간의 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4 키플랫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이동훈 기자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이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4 키플랫폼'에서 주제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 이동훈 기자
◇혁신의 ABC


이날 총회에선 '2014 키플랫폼' 취재팀이 글로벌 100개 혁신기업들에게서 도출한 혁신기업들이 가진 기업문화의 비밀인 '혁신의 ABC'가 공개됐다. ABC는 '민첩한 대응'(Agility), '대담한 실행'(Boldness), '명료한 소통'(Clarity)이다.

장석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주제발표에서 "초연결성의 시대를 살아가는 감성 소비자의 출현으로 기업들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며 앞으로 비즈니스 모델이 △멀티 플랫폼 △혁신 프로세스 디벨로퍼 △혁신 아이디어 제공자 등 크게 3가지로 분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2014 키플랫폼' 총괄 디렉터인 정미경 머니투데이 편집부국장은 주제발표에서 "초연결성의 시대와 감성소비자의 출현은 기존의 비즈니스 모델 자체를 와해시키고 새롭게 바꾸고 있다"며 "기획취재팀이 100개 혁신기업들을 취재하면서 그들로부터 얻은 답은 패러독스 경영이다"라고 말했다.

'패러독스 경영'은 품질은 높으면서도 가격은 저렴한 제품처럼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두가지 이상의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것이다. 패러독스 경영을 설명하는 데 있어 가장 효과적인 분석 프레임으로 '밸류스틱'이 제시됐다.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독자적으로 사용해온 밸류스틱은 수직으로 그어진 하나의 선과 4개의 수평선만으로 이뤄졌다.

가장 위에 고객이 기업의 특정 제품에 대해 최대한으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인 '지불용의 최고가격'(WTP)가 있다. 또 맨 아래에는 부품이나 원료의 공급을 담당하는 협력업체들의 '납품용의 최저가격'(WTS)이 위치한다. 자연스럽게 가격은 지불용의 최고가격보다 낮게, 비용은 납품용의 최저가격보다 높게 형성된다. 가격과 비용의 차이가 바로 기업의 이익이다. 기업이 이익을 극대화하려면 지불용의 최고가격을 높이고, 납품용의 최저가격을 낮추는 혁신이 필요하다. 밸류스틱 혁신에 성공한 글로벌 혁신기업들의 기업문화에 공통된 DNA가 바로 '혁신의 ABC'다.

키플랫폼 취재팀은 이 같은 DNA를 갖춘 한국형 혁신기업으로 시몬느를 소개했다. 시몬느는 버버리, 지방시, 마이클코어스, 마크제이콥스, DKNY 등 유명 브랜드에 핸드백을 디자인해 공급하는 업체다. 세계 명품 핸드백의 10%가 시몬느의 작품이다. 지난해 매출액은 약 6900억원에 달했으며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이상 성장하고 있다.

박은관 시몬느 회장은 "시몬느는 직원들의 지갑을 채워주고 가슴을 채워주고 성취감을 맛볼 수 있는 마당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혁신은 전문가가 돼야 하고 존중하는 정신이 있어야 가능한데 전문가 중에서 생각이 자유롭고 호기심이 많은 구성원, 리더의 생각을 공감하는 구성이 많은 곳이 좋은 기업이며 혁신을 잘 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라스 다니엘슨 주한스웨덴대사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4 키플랫폼'에서 주제발표에 대해 코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 이동훈 기자라스 다니엘슨 주한스웨덴대사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4 키플랫폼'에서 주제발표에 대해 코멘트를 하고 있다./ 사진= 이동훈 기자
◇"혁신은 초등학교 교육부터 시작한다"

주제발표 후 전세계에서 경제·사회·문화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혁신'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어졌다.

미국 보스턴 현지와 화상 통화를 통해 연결된 헤더 헨릭센 미국 하버드대 지속가능센터장은 "혁신을 위해선 리더와 조직원들이 명확한 비전을 갖고 소통해야 한다"며 "리더들은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하고, 내·외부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보고 고찰해야 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하버드대는 총장부터 시작해 학장 등 모든 리더들이 주도적으로 나서고, 기본적인 것부터 챙기면서 지속가능성에 힘을 모으고 있다"며 "리더들이 목표설정과 명확한 비전 설정에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하고, 조직원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한다"고 말했다.

네덜란드에서 온 마크 헨드릭세 NTS 그룹 대표는 "네덜란드는 물, 바다와 싸워야 했고, 바다로부터 땅을 간척하면서 국토를 넓혀왔다"며 "수십년, 수백년 바다와 싸움에서 이기려면 모든 사람의 노력과 지식을 한데 모아야만 했고 협력을 통해 네덜란드가 탄생하고 많은 장인들의 노력으로 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런 새로운 시대를 맞아 열린 자세를 견지하면서 다른 기업에 비해 지식을 더 빨리 구축해야 한다"며 "열린 소통과 열린 데이터의 시대에 협업을 통해 비로소 누가 생존할 것이냐가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알렉산더 켈러 롤랜드버거 글로벌 화학산업부문 대표는 "전세계 산업은 너무 빨리 변하고 있어 예측이 불가능하다"며 "앞으로 미래는 더 예측하기 힘들다는 점에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화에 대한 견고한 모델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며 "예측하지 않은 방향으로 갈 때 대응을 잘 해야 성공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세계 최고의 혁신 국가로 꼽히는 스웨덴 출신의 라스 다니엘슨 주한스웨덴 대사는 "혁신에 성공하려면 국가 교육제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특히 초등학교 교육부터 창의성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어린 학생의 상상력이 뿌리 내릴 수 있도록 해야 성공할 수 있다"며 "기초 지식도 중요하지만 상상력과 아이디어를 키워야한다"고 말했다.

또 "선진 시장경제 체제에선 실패할 수 있어야 한다"며 "실패는 혁신 사회에 떼려야 뗄 수 없는 부분이고, 실패와 실수로부터 배울게 많기 때문에 실패해도 그 사회가 받아줘야 한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경영·경제포털 허쉰왕의 천지엔펑 부회장은 중국의 미디어 시장을 사례로 비즈니스 모델의 와해를 설명했다. 그는 "1990년에 중국에선 전통 매체인 신문 산업이 와해되는 게 보였다"며 "이미 중국에서 정보의 흐름 변화와 정보가 전파되는 과정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와해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이기범 기자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콘래드 서울에서 열린 머니투데이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에서 특별강연을 하고 있다./ 사진= 이기범 기자
◇"한국인의 두뇌는 세계 유일의 '글로벌 믹스'형"

일본 최고의 경영전략 권위자인 미타니 고지 가나자와공업대학 토라노몬대학원 교수는 '경영전략 논쟁사로 본 비즈니스 모델의 재창조'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혁신은 불가능에 대한 도전이지만 한편으로 우리 인류는 혁신가들의 후예이기도 하다"며 네안데르탈인과 호모사피엔스의 예를 들었다.

미타니 교수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커다란 포유류를 사냥할 만큼 신체적 조건이 우월했고 지능도 갖춰 15만년 전 빙하기에도 생존하면서 유럽을 호령했지만, 20만년에 걸쳐 유사한 도구만 사용할 정도로 변화에 둔감해 약 2만5000년 전 멸종했다는거다. 반면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 달리 지역과 시대에 따라 다양한 유형의 도구를 사용하면서 꾸준히 변화를 꾀했다. 호모 사피엔스의 시행착오는 빙하기 때 결실을 맺었다.

미타니 교수는 "현생 인류가 바로 호모 사피엔스인데, 우리는 무엇인가를 계속 발명해온 이들의 후손이다"며 "혁신은 제품의 라이프스타일과 연속성과의 단절이고, 혁신 제품은 열등하게 시작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종전의 제품을 추월하고 결국엔 경쟁자의 멸종을 유도한다"고 말했다.

이날 총회의 대미는 각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담은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로 유명한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가 장식했다. 이 교수는 '한국의 혁신 DNA…글로벌 믹스형 국가의 저력'이라는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우리나라 국민만의 고유한 두뇌 구조를 파헤쳤다.

이 교수는 20세기에 가장 실패한 나라로 청나라와 조선을 꼽았다. 이 교수는 "청나라는 문화적 자존심 때문에 변화를 선택하지 않았고, 조선은 '글로벌'이란 개념이 가장 약했던 국가로 평가받는다"며 "19세기 중순까지 세계사에 흔적도 없었던 일본이 개국과 함께 성장을 거듭했던 것과 대조적이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교수는 20세기말 가장 성공한 나라로 역설적이게도 독일과 함께 중국과 한국을 꼽았다. 이 교수는 "21세기는 콘텐츠와 정체성이 중요한 시대인데, 중국과 한국은 이를 유지, 발전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일본과 함께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서양 기독교 국가의 지배를 받지 않은 나라로, 한국의 고유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상태에서 1945년 해방과 함께 서양의 문화 원형을 그대로 받아들였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한민국이 독특한 것은 바로 서양적 원형과 한국적 원형을 동시에 갖고 있는 '글로벌 믹스형 구조'라는 점이다"며 "한국의 정신으로 서양의 것을 잘 만들어보려는 노력이 오늘날 유행하는 한류의 배경이기도 하다"고 덧붙였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