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부르는 마법 지팡이 '밸류스틱', 뭔가 보니···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4.04.23 07:01
글자크기

[미리보는 2014 키플랫폼] '경영전략' 분과회의 소개

성장을 부르는 마법 지팡이 '밸류스틱', 뭔가 보니···


# '콜게이트 치약'으로 유명한 미국 소비재기업 콜게이트 팔모리브. 이 회사가 2010년 소비자 행태 분석을 위해 전세계에서 수집된 모든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그랬더니 결과가 나오는데 77분이 걸렸다. 가정을 조금씩 바꿔가며 100회 정도 시뮬레이션을 하자 꼬박 일주일이 지났다.

그러나 2011년 같은 목적의 시뮬레이션을 했을 때에는 소요시간이 33초에 불과했다. 시간이 140분의 1로 단축된 셈이다. 차이는 단 한가지였다. 독일의 기업용 솔루션기업 SAP의 '인메모리' 데이터베이스시스템 '하나'(HANA)를 도입한 것이다.



모든 데이터를 주메모리에 보관해 처리 속도가 빠른 '인메모리' 기술은 서울대 차상균 교수팀이 개발했다. SAP는 2005년 이 기술을 사들여 2011년 '하나'를 출시했다. 이듬해 SAP의 매출액은 '하나' 덕에 전년보다 140%나 늘었다.

'하나'의 성공은 SAP의 '롱테일 전략'이 주효했던 결과다. 고객이 소수에 불과하더라도 높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시장에 주목한 것이다. SAP에게는 비싸더라도 초고속 데이터 분석시스템을 원하는 고객들이 '롱테일'이었다. 이렇게 '틈새시장' 개척에 성공하고 나면 나머지 시장도 자극을 받으면서 기존에 없던 수요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이른바 '수요혁신'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리는 머니투데이 미디어 주최 글로벌 콘퍼런스 '2014 키플랫폼'의 '경영전략' 분과회의에서는 이 같은 '수요혁신' 뿐 아니라 '공정혁신'과 '공급망혁신'의 전략들이 실제 사례들과 함께 공개된다.

◇ '밸류스틱 혁신'이란?

'경영전략' 분과회의에서는 '수요혁신', '공정혁신', '공급망혁신' 등의 개념을 '밸류스틱'(Value stick)이라는 새로운 분석기법을 통해 설명한다.


이번에 국내에서 처음 소개되는 '밸류스틱'은 그동안 미국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에서만 독자적으로 사용해온 분석틀이다. 밸류스틱의 가장 큰 장점은 기업의 가치 창출 과정을 지극한 단순한 막대 그림 하나로 쉽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밸류스틱은 수직으로 그어진 하나의 선과 4개의 수평선만으로 이뤄져 있다. 가장 위에 고객이 기업의 특정 제품에 대해 최대한으로 지불할 용의가 있는 가격인 '지불용의 최고가격'(WTP·Willingness to pay)이 있다. 또 맨 아래에는 부품이나 원료의 공급을 담당하는 협력업체들의 '납품용의 최저가격'(WTS·Willingness to supply)이 위치한다. 자연히 가격은 지불용의 최고가격보다는 낮게, 비용은 납품용의 최저가격보다는 높게 형성된다.

이때 가격과 비용의 차이가 그 기업이 누리는 이익이다. 이익을 늘리려면 가격은 올리고 비용은 낮춰야 하지만 WTP와 WTS라는 한계가 놓여있다.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WTP 자체를 높이는 것이 바로 '수요혁신'이고, WTS 자체를 낮추거나 WTS와 비용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 '공급망혁신'과 '공정혁신'이다.

실제로 이 3가지 혁신을 모두 이룬 곳이 바로 SAP다. '하나'를 통해 수요혁신을 실현했을 뿐 아니라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 초기 협력업체들과 상생의 생태계를 구축하며 '공급망혁신'을 이뤘다. 또 제품 개발 초기부터 엔지니어 뿐 아니라 마케팅, 세일즈 분야 인력들까지 참여시키는 '디자인 싱킹'(Design Thinking) 기법을 통해 개발기간을 약 절반으로 단축하는 '공정혁신'을 실현했다.

◇ '비즈니스모델의 진화'

이 같은 혁신을 직접 경험하고 이끌고 있는 SAP의 폴 메리어트 아시아태평양·일본 데이터베이스·분석솔루션 담당 수석부사장이 직접 '경영전략' 분과회의에서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조언을 들려준다. 메리어트 부사장은 20년 이상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일해 온 '베테랑'으로 오라클에서도 13년간 데이터베이스 분야 등의 경력을 쌓았다.

'경영전략' 분과회의의 좌장은 독일계 경영전략 컨설팅기업 롤랜드버거스트래티지컨설턴츠코리아의 이혁수 부사장이 맡는다. 11년의 컨설팅 경험을 가진 이 부사장은 과거 SK그룹, 대우그룹, 대림그룹, 데이콤 등 국내 대기업에서 14년간 실무 경험을 쌓은 바 있다.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경기도 등의 산하기관에서 자문위원 또는 사외이사를 맡고 있으며 최근에는 '창조경영'과 관련해 활발한 강연 및 저술 활동을 펴고 있다. 저서로는 '창조혁명보고서', '2015 산업발전 비전과 전략', '넥스트 미디어'(Next Media) 등이 있다.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에 초점을 맞춘 특별강연은 네덜란드 국영 연구·개발(R&D) 지원기관인 TNO의 박병훈 한국대표와 유효상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가 맡는다.

개방형 혁신에 기반한 융합과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을 주제로 강연할 박 대표는 LG이노텍 발광다이오드(LED) 부문 마케팅 이사와 반도체기업 인테그리스의 아시아·일본본부 엔지니어링 책임자 등을 지낸 기술 및 마케팅 전문가다. TNO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사업으로 연결되고 상업화될 수 있도록 투자자를 연결해주고 기업공개(IPO)를 지원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밸류스틱 혁신이 가져올 비즈니스 모델의 진화'에 대해 강연할 유 교수는 국내 경영학계에서 가장 실무에 정통한 학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삼성그룹, 동양그룹 등 대기업에서 인력개발팀장, 그룹기술사업팀장, 기획실장 등을 지냈고 일진그룹 창업투자사 대표, 인턴벤처 대표를 맡기도 했다. 실무 및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모델 혁신에 대해 깊이 있으면서도 실질적인 조언들을 들려줄 예정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