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탈출' 세월호 선장…'유명무실' 선원법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4.04.17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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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형 높이려면 업무상과실치사죄 적용해야…선원법 개정 필요성 제기

 (진도=뉴스1) 박정호 기자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사고해역에서 해군 SSU 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4.4.17/뉴스1 (진도=뉴스1) 박정호 기자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해상에서 인천을 출발해 제주로 향하던 6825t급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 이틀째인 17일 오전 사고해역에서 해군 SSU 대원들이 구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4.4.17/뉴스1


선박 사고 시 선장이 승객들의 구조 의무를 명시한 선원법에 대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처벌 규정이 지나치게 경미해 실제 처벌에서는 이 법을 적용하기 어려워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17일 해경 등에 따르면 세월호 선장 이씨는 200명이 넘는 승객들이 선내에 남아있음에도 먼저 탈출해 명백하게 선원법을 위반한 것으로 지적된다. 현행 선원법에 따르면 10조 '선장의 재선의무'에서 선장은 화물을 싣거나 여객이 타기 시작할 때부터 화물을 모두 부리거나 여객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서는 안된다고 명시했다.



11조 '선박 위험 시의 조치'도 밝혀놨다. 선장은 선박에 급박한 위험이 있을 때에는 인명, 선박,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해야 한다고 분명히 명시했다. 선원법상 선장은 선원을 지휘감독하고 선박의 운항에 책임을 짐으로써 선박 사고 등 위험이 닥칠 경우 이를 해소하고 항해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지휘명령체계를 유지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박 사고가 일어나면 승객들을 구조하기 위해 선박의 구조와 시설을 잘 파악하고 있는 선원들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선장이 인솔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 같은 점에 비춰봤을 때 '세월호' 선장은 법적 책임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선장 이 모씨는 세월호 선체가 크게 기울면서 구조 활동이 시작된 직후 가장 먼저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승객 상당수가 빠져나오지 못한 상황에서 선장이 1차로 구조되자 구조활동에 나서야할 선원들도 대피했다. 여승무원인 박지영씨는 승객 대피를 돕기 위해 끝까지 남아 결국 숨진 것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현행법상 이 선장에게 부과되는 양형은 5년 이하의 징역에 불과하다. 선원법은 선장이 제11조를 위반해 인명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면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정했다. 여기에 선박과 화물을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다하지 않았을 때 추가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이러다보니 선장이 승객과 선박을 버리고 도망쳐도 선원법 위반으로 처리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법조계의 지적이다.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로 처벌할 경우 최대 7.5년의 징역형을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선원법으로 처벌한 사례가 없다. 결국 선장의 의무를 법으로 명시했으나 있으나마나한 유명무실한 법조항인 셈이다.

마찬가지로 세월호 선체가 기울기 시작하고도 선장이 그 어떤 보고조치를 하지 않았음에도 이에 대한 처벌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전부다. 선원법은 선박의 충돌이나 침몰, 화재, 기관의 손상 등 승객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사고가 발생했을 때 해양항만청에 즉시 보고하도록 조항을 두고 있지만 정작 처벌 규정은 인명이나 선박을 구조했을 때와 같은 수준에 그치고 있어 역시 구속력이 없다는 지적이다.

박의준 보리움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선원법 위반으로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검찰, 법원이 대부분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적용을 우선하고 있고 선원법 상 처벌 정도도 경미해 선원법이 적용될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해경은 세월호 선장의 신병을 확보하고 선원법 등 위반 혐의로 조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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