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모는 작지만, 습지 가운데로 오밀조밀하게 조성해 놓은 다리를 따라 걸으면 각종 수초와 곤충들을 볼 수 있다. 한라산으로부터 내려와 생태공원을 둘러싸고 흐르는 계곡물과 함께 여러 종류 새들의 지저귐도 들을 수 있다. 공원 바로 위가 도로임에도 이곳은 무척이나 조용해서 물소리와 새의 지저귐이 어우러진 또 하나의 작은 자연을 감상할 수 있다.
↑ 걸매 생태
↑ 새섬에서 바라본 풍경
이곳에서 바라보는 성산 일출봉 또한 색다른 풍경을 이룬다. 제주도에서 올레길이 열리기 전에는 좀처럼 알려지지 않았던 숨은 풍경들이 올레길과 더불어 널리 알려지면서 많은 관광객을 이끌었는데 광치기해변은 그중에서도 으뜸이다. 올레길 1코스를 거슬러 올라가도 좋고 새로이 2코스를 시작해도 좋은 곳이다.
↑ 광치기 해변
이 시각 인기 뉴스
제주도를 여행하면서 가장 많이 만나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지나고 밟고 스치고 하는 것들이 있으니 바로 수많은 ‘오름’이다. 제주도에는 360여 개에 달하는 오름이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주도를 방문하는 분들에게 권하고 싶은 오름을 몇 군데 소개해 볼까 한다.
우선 동부권에 있는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 아끈다랑쉬오름, 거문오름 등이 대표적인 것들로 그 중 용눈이오름과 다랑쉬오름은 서로 지척에 자리 잡고 있다. 체력과 시간이 허락한다면 두 오름을 다 오를 수도 있다. 용눈이오름은 주로 새해에 일출을 맞기 위한 곳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가파르지 않은 완만한 능선길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오를 수 있다.
용눈이오름으로부터 북서쪽으로 위치한 해발 380미터의 다랑쉬오름은 제주도 오름 중에서도 규모나 경사도, 분화구 등이 화산 지형을 잘 나타내는 오름이다. 정상까지는 약 40여 분 정도 소요되기에 가벼운 트레킹으로도 적합하다. 다랑쉬오름 입구 반대쪽으로 아끈다랑쉬오름이 있는데, ‘아끈’은 ‘작은’을 뜻하는 제주도 방언이다. 다랑쉬오름이 힘들다면 아끈다랑쉬오름에서 다랑쉬오름을 바라보는 것도 괜찮다.
↑ 아끈다랑쉬오름
높지는 않지만, 제주도 서쪽 지역을 360도 둘러볼 수 있는 탁 트인 풍광을 자랑한다. 고속화 도로인 탓에 운전 중에 무심코 지나치기 쉽지만, 주의 깊게 본다면 오름으로 향하는 출구로 빠질 수 있다.
↑ 새별오름
거문오름은 안내자가 동반하지 않는 자체적인 탐방을 금지한다. 탐방은 최소 한 시간에서 최대 세 시간 삼십 분 정도 소요되는 코스까지 총 네 가지 코스로 운용되는데, 본인의 체력에 따라 적절한 코스를 선택하면 된다. 세계자연유산 보존 규칙이 까다로워 등산화, 등산복 외의 스틱이나 지팡이, 아이젠, 우산, 음식물 등은 반입이 금지되어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 거문오름 탐방 안내도
연북은 북쪽에 대한 연정을 뜻하는 것으로 제주도에 유배된 자들이 북쪽을 바라보면서 풀려날 시기만을 그리던 곳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북쪽에 있는 임금에 대한 충성을 기리는 뜻에서 세워진 것이다. 높지는 않지만 연북정은 낮게 깔린 채로 조천항 전체를 조망할 수 있는 특징이 있다.
↑ 연북정
조천을 벗어나면 바로 제주시로 들어오게 된다. 사라봉을 지나 공항으로 가기 전, 동문로터리에 자리한 ‘산지천’은 동문시장 앞에 자리 잡고 있어 찾기가 아주 쉽다. 산지천은 모양새가 일반 평범한 하천과 다를 바 없어서 그냥 지나치곤 하는데, 시간을 내서 산지천을 따라 한 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이곳에는 예전에 아낙들이 빨래하던 빨래터가 있는데 지금은 들어가서 목욕을 해도 좋을 정도로 아주 맑은 물이 있다. 또한, 이 빨래터에서 가까운 곳에 조천석 제사 터가 있다. 산지천에 태풍이 오면 홍수가 자주 나서 인명 및 재산피해가 심해지자 해마다 이곳에서 제를 지낸 곳이다.
산지천 주위로는 동문시장을 비롯하여 제주도 내에서도 비교적 저렴한 음식점들이 탑동 주변으로 자리하고 있다. 동행과 함께 각종 회나 자리물회 등으로 저녁을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 산지물빨래터
↑ 조천석제사터
1100도로가 지나는 입구에서부터 주차장까지의 약 1km에 달하는 길은 항상 푸름이 가득한 벚나무와 삼나무로 조성되어 있다. 언제 어느 때 걸어도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특히나 햇살 가득한 오후에 굴곡진 도로 끝 부분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낀다.
↑ 천왕사 입구
1편의 서두에서도 밝혔듯 제주 곳곳을 이미 알고 있는 분들도 있을 테고, 몇 번씩이나 제주를 방문하면서도 이 글을 통해 처음 안 분들도 있을 것이다. 제주에는 어느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것이 없다. 아직 소개하지 못하고 지나쳐 버린 것들에게는 오히려 미안한 마음조차 들 지경이다. 가까운 시일 내로 아직 말하지 못한 제주도의 숨겨진 부분들을 다시 소개할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 본 기사는 딱TV (www.ddaktv.com) 에 4월 11일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