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투자자가 바라보는 금(金)

머니투데이 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 2014.04.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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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부장


2014년 3월 24일 KRX 금 현물시장이 개장됐다. 이제 일반인들도 주식처럼 금을 사고 팔 수 있게 됐다. 국제 금 가격은 2011년 말 온스당 1900달러에 육박하는 수준으로 최고치를 경신한 후 급락, 현재는 1300달러 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중국과 인도로부터 금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던 상황에서 미국발 금융위기와 함께 제로금리 정책에 이어 양적완화가 추진되자 달러화 가치에 대한 불안이 증대되면서 금을 찾는 이들이 더욱 증가했다.



금이 안전자산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자본시장에서 하나의 투자대상으로 자리잡게 됐다. 그러나 가치투자자 입장에서는 금을 투자의 대상으로 인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워렌 버핏이 금을 논하면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다. "우리는 아프리카 또는 어떤 곳에서 땅을 파 금을 채굴한다. 그리고 이를 녹인 후 다른 구멍을 파서 금을 묻고 돈을 주고 사람을 고용해서 금을 지킨다. 금은 효용이 없다. 만약 누군가 화성에서 이러한 광경을 목격한다면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또 금은 배당도, 이자도 없으며 금을 통해서 수익을 얻기 위해서는 내가 매입한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누군가에게 매도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고도 했다. 금은 산업에서 일부 사용되고 있고 장신구로서의 효용가치도 지니고 있는 만큼 워렌 버핏의 표현은 다소 극단적으로 들릴 수도 있으나 큰 맥락에서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이해하면 될 것이다.

금을 통해 인플레이션에 대한 헤징이 가능하고 불안정한 기축통화(달러)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사회통념이 됐다. 그렇다면 대안통화로써의 금을 대상으로 환(煥) 트레이딩은 가능하지 않겠냐는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우선 트레이딩은 투자와는 차이가 있다. 가격이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사고,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파는 행위는 트레이딩이며 가치투자로 인정되기 위해서는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트레이딩을 한다고 해도 이 역시 만만치 않다. 전 FRB의장 앨런 그린스펀은 본인이 아는 한 그 어떤 환율 예측 모델도 동전 던지기와 비교해서 더 나을 바가 없다고 말했다. 그린스펀의 시각에서는 환(換) 트레이딩은 동전 던지기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또한 금 가격 추이를 살펴보면 안전자산으로 인정하기에는 변동성이 크고, 인플레이션보다는 불확실성, 엄밀히 말해 공포에 대한 헤징 수단처럼 여겨진다. 금 가격은 시장에 공포가 확산되면 상승하고 안정되는 분위기에서는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금을 투자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금의 가치를 평가하는 일이다. 금의 채굴원가가 바닥가격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지만 채굴원가는 고정된 것이 아니다. 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 원가경쟁력이 떨어지는 광산부터 문을 닫게 되고 이 과정에서 채굴원가 역시 낮아질 것이다.

필자는 금의 적정가치를 평가하는 합리적인 방법을 아직 찾지 못했다. 누군가 그러한 능력을 지녔거나 알려줄 사람이 있다면 금을 대상으로도 적정한 가치평가를 하고 투자를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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