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30m 탓에 허리끊긴 72만㎡ '코엑스~잠실' 개발사업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2014.04.04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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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서울의료원 사이 8000㎡ 대지, 9개 노후빌딩 가로막아

그래픽=김다나그래픽=김다나


 총 72만㎡ 규모의 서울 영동권 국제교류 복합지구가 불과 30m의 폭을 연결하지 못하고 허리가 끊겼다. 한국전력 본사 부지와 서울의료원 부지 사이에 약 8000㎡의 사유지가 가로막고 있어서다.

 지난 1일 서울시가 발표한 '국제교류 복합지구'의 밑그림을 보면 크게 4개 땅덩어리로 나뉜다. △19만㎡ 부지를 갖춘 코엑스 일대 △7만9000㎡ 규모의 한국전력 부지 △4만3000㎡의 서울의료원과 한국감정원 부지 △41만4000㎡의 잠실종합운동장 부지다.



 서울시는 이들 부지를 이어 봉은사부터 한강까지 보행네트워크를 조성, 시민들이 걸으면서 쇼핑과 여가, 문화시설과 자연자원을 즐기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코엑스와 한전 부지 사이에 지상과 지하로 입체 보행연계체계를 구축하고 서울의료원, 한국감정원 부지와 잠실종합운동장을 잇는 보행브릿지 구축과 탄천주차장 이전 및 탄천 주변도로 지하화사업을 통해 공간적 단절을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한전과 서울의료원 부지를 잇는 보행시설 계획은 미흡하다. 시의 종합발전계획안의 보행축 예상도를 살펴보면 두 부지를 잇는 연결고리는 봉은사로114길이 맡을 것으로 예측된다.

 이 도로는 왕복 1차선의 비좁은 골목길인 데다 낡은 건축물에 둘러싸여 국제교류 복합지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평가다. '봉은사-코엑스-한전-서울의료원-탄천-잠실종합운동장-한강시민공원'을 잇는 보행네트워크의 허리가 끊겼다는 것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복합지구가 끊기면 통합개발가치가 떨어지게 마련"이라며 "주변 건물들 간의 유기적 결합을 통해 보여주는 이미지나 시너지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전과 서울의료원 사이에 있는 삼성동 166일대 약 8000㎡ 민간부지는 4~6층 높이의 소형빌딩 9개가 들어서 있다. 이 부지를 포함해야 복합지구의 연속성이 유지되는 상황이다. 대부분 20년 이상 된 노후건축물이 부지 위에 있어 건물의 가치는 거의 없지만 땅값이 통합개발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국토지정보시스템(KLIS)에 따르면 이곳의 ㎡당 개별공시지가는 628만원에서 최고 1000만원이다. 3.3㎡로 계산하면 2000만~3300만원 수준이지만 실제 호가는 2배를 넘는다.



 일대 빌딩매매업을 하는 이석빈 두바이중개법인 이사는 "2010년 3.3㎡당 3500만~4000만원 하던 호가가 한전부지 개발계획이 흘러나오면서 올해 8000만원까지 올랐다"며 "이미 개발이 끝난 삼성동 공항터미널 맞은편보다 개발이 시작되지도 않은 이곳의 건물가격이 어떻게 더 높을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매수의향이 있는 가격대인 3.3㎡당 6000만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8000㎡ 규모의 민간부지 매입비용은 1500억원에 육박한다. 때문에 시는 해당 부지 매입을 고려하다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 관계자는 "한전부지와 서울의료원 사이의 민간부지 매입을 검토했으나 사업을 지연시킬 우려가 있어 이번 사업에서 제외시켰다"며 "사업계획에 개별소유자의 토지까지 포함하면 용산개발처럼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게 이유"라고 설명했다.



 앞으로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해당 부지 매수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시 관계자는 "병목처럼 좁아지는 구간이 발생해 보행네트워크 등 연계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되면 앞으로 민간사업자를 통해 부지 매입을 고려할 수 있다"며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나올 얘기지 당장 고려해야 할 사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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