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강요하지 마세요

머니투데이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4.03.27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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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시장의 방향이 없어지면서 시장과 투자자들 모두 무기력증에 빠져 버린 모습이다. 심지어는 큰 조정이 오는 것이 '차라리' 낫겠다는 푸념도 있다.

다만 냉정하게 보면 방향을 잃은 것은 보여줄 것이나 가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이 주식을 사러 올 것이라는 기대가 버리지 못한다.



보여줄 것은 실적이고, 가진 것은 국내 자금일 것이다. 실적은 지난해 계속해서 실망의 연속이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면 어닝쇼크를 보여준 기업들이 더 많았다.

올해 들어서 받아본 지난해 4분기 실적은 이미 지난간 것이라 가볍게 넘겼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4분기 실적까지 체크 당한 셈이다. 그러니 이젠 1분기 실적을 확인해보고 싶어 하는 투자자들의 심정은 100% 동의할 수밖에 없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Show me the money'라는 주문을 할 수밖에 없다. 현재까지 올해 1분기 순익은 지난해 1분기에 비해 15%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지만 실제로 숫자를 봐야 믿겠다는 'Seeing is believing' 마인드가 시장에 팽배해 있는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적을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

그럼 과거 2007년과 같이 증시 주변에 자금이 많은가 하면 그렇지 못하다. 우리는 돈이 없지만 외국인은 돈이 많아 우리 주식을 사러 올 것이라는 기대는 조금은 모순된 기대가 아닐까 싶다.

외국인이 가는 길목을 지키겠다는 지역방어의 전략을 쓰는 것은 잘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 감내해야 하는 피로도가 커진다. 지난해 내내, 그리고 올해 들어서도 지금까지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다.


나는 사고 싶지만 살 돈이 없는데 다른 누군가가 와서 살 줄 것이니 그 기회만 잘 노리면 된다는 것은 가장 현실적인 전략임과 동시에 구차스럽기도 하다. 결국 외국인이 사주기를 기대하려면 다시 원론으로 돌아가 실적이 눈높이를 맞출 수 있는가를 확인해야 한다. 그렇다면 당분간 주식은 또 박스에 묶여 있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한된 자금으로 투자에 나서다 보니 기대보다도 강한 염원이 담기면서 시장 주도주가 나타나지 못하고 있다. 제한된 자금으로 수익률을 올리려면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가 유리하다.

성장이라는 꿈을 먹고 자라는 기업들은 대형주보다는 중소형주에 더 많은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적은 자금으로 높은 수익률을 찾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중소형주가 접근하기 용이하다.

물론 중소형주에 접근할 수 있는 근간은 대형주가 오르지는 못해도 지수의 하단을 잘 받쳐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 기본이다. 그런데 냉정하게 보면 중소형주는 점차 밸류에이션이 비싸지고 있다.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제외하고 구해본 향후 12개월 주당순익배율(12MF PER)은 2007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즉 우리나라 상장사의 이익 중 45%를 벌어들이는 두 기업의 제외하면 우리나라 시장이 싸다고 말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서 중소형주가 오를 때는 꿈을 먹고 오르지만 빠질 때 냉정한 평가를 받는 것이 바로 '밸류에이션'이라는 잣대를 들이 대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또 대형주로 옮겨갈 구실을 찾고 있다. 최근에 좋은 구실이 생겼으니 바로 중국이 경기부양 정책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다. 아마도 중소형주가 비싸지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싶었던 차에 좋은 빌미를 잡은 셈이다.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내놓는다는 것은 결국 불안정함을 방어하기 위해서인데 이로 인해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경기민감주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은 결국 'Me too' 현상으로 해석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중국 경제가 휘청거리거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중국은 나의 길을 가겠다고 하는데 그 길에 뭔가 새로운 것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차라리 염원에 가깝다.

중국이 지난해와 같이 7.5% 경제성장률 목표치를 내놓았다. 내수를 축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하겠다고 언급했고 그 과정에서 구조조정도 병행하겠다고 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기업들이 얻어 낼 것이 있는가의 여부가 주식을 고르는 축이 되어야 할 것이다.

얻어낼 것이 있다면 그 주식은 무조건 사는 것이 답이다. 그러나 아직 경기민감주 중에서 그런 주식을 찾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중국의 정책에 기대고, 외국인의 매수에 기대어 주식을 사는 전략을 권하고 싶은 생각은 아직 가지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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