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산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핵 안보와 핵 군축, 핵 비확산 노력을 통합하자는 거다. 박 대통령은 핵무기 강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1993년부터 시작해 2013년 말 완료한 '핵무기 물질을 핵연료로 전환하는 사업'(Megatons to Megawatts)을 예로 들었다. 핵폭탄에 장전된 고농축 우라늄을 저농축 발전용 핵연료로 전환해 사용한 것으로 원전을 운전할수록 세계 핵무기 보유량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박 대통령은 또 "동북아 지역에는 전 세계 원전의 약 23%가 있고, 이처럼 원전 밀집도가 높은 지역에서 핵안보 지역협의체가 구성된다면, 원전 시설에 대한 방호는 물론 국가 간 신뢰 증진에도 기여할 것"이라며 핵 안보를 문제를 개별국가 차원이 아닌 지역협의 메카니즘을 통해 해결할 것을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 핵 안전 관리 문제성 등을 언급하며 북한 비핵화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런 기조는 앞서 23일(현지시간) 저녁열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에서도 확인됐다.
그간 중국을 제외한 핵심 당사국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6자회담은 6년째 답보 상태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가동했지만, 6자회담 재개를 위한 여건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중국은 6자회담 대표인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를 최근 평양에 급파하는 등 6자회담 재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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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6자 회담 재개와 관련해 진전된 모습을 보였고, 시 주석이 '북핵 불용'에 대해 보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는 등 6자 회담 재개에 대해 구체적인 대화가 오간 것으로 보인다. 시 주석은 특히 "중국은 북한의 핵보유를 확실히 반대한다"며 북핵 불용 입장을 재차 강조했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의 충실한 이행과 함께 "북한을 국제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잘 유도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능력 고도화 차단에 대한 보장이 있다면 대화 재개와 관련한 다양한 방안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회담 재개에 대한 구체적 전제조건으로 이를 언급한 것인지 확실치 않지만, 6자회담 재개 전 최소한 미북 간 2·29 합의의 핵심 합의사안이었던 '핵실험 및 미사일 실험 유예(모라토리엄)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박 대통령이 "한·중·미 수석대표 간 관련 노력을 하도록 하자"고 말한 것처럼 미국이 강경한 태도를 고수한다면, 한중간 공감대에도 불구하고 회담 재개를 낙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박 대통령은 헤이그에 도착한지 3시간여 후인 8시40분 쯤 곧바로 시 주석을 만날 정도로 이번 회담에 공을 들였다. 오는 25일 예정된 한·미·일 3자 정상회담에 앞서 삼각안보동맹에 대한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것으로 해석됐다. 회담 시간도 당초 30분 정도로 예상됐지만, 이를 훌쩍 넘겨 1시간 5분가량 진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