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는 아래로 향하지만 시선은 위로 보자

머니투데이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4.03.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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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박성현 한화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필자는 지난해 4분기부터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접근을 권고해왔다. 연초 집중된 매크로 이슈의 영향력에 한국시장이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실제로 미국의 자산매입 축소가 개시되자 취약국가를 중심으로 신흥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이머징 포트폴리오 펀드 리서치(EPFR)에서 제공하는 자료에 따르면 1월 초부터 2월 중순까지 신흥시장 전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 나간 자금은 총 216억달러에 달한다. 같은 기간 외국인은 대략 3조원에 달하는 물량 폭탄을 한국 거래소 시장에 투하했다.



매크로 이슈의 부정적인 영향력은 현재도 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중국의 환율과 금융경색 문제로 시끄러운데 이머징에서 가장 핵심적인 국가에서 벌어지는 사건이니 당연히 긴장감을 가지고 바라보는 것이 옳다. 설비 과잉 업체나 부동산 관련 업체, 그리고 여기에 뒷돈을 대 주던 이재상품 등의 디폴트 사례는 앞으로도 얼마든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중국정부는 금년에도 7.5% 성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지만 최근 중국의 금융 및 실물시장 동향을 보면 1분기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나올 가능성도 크다. 중국의 성장률 저하와 금융경색 문제는 당분간 우리 시장에 악재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한국 주식시장의 약세 또는 박스권 추세는 좀 더 이어질 것이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주가에 따라 아래로 향하던 시선을 위로도 열어 두어야 한다는 판단이다. 필자는 세 가지 정도의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첫째, 글로벌 중앙은행이 주도하는 'Don’t fight the Fed' 모드가 작동되기 시작했다. 연초 신흥시장에서 무차별적인 자금 유출 공세가 펼쳐졌던 것은 미국의 테이퍼링이 결국 조기 금리 인상으로 연결되리라는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2월 들어 중앙은행들은 일제히 이 시나리오에 대한 우려를 차단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시일 내에 미국의 포워드 가이던스 조정이 이루어진다면 긴축 우려와 연계해 금융시장을 흔들던 논리도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앉게 될 것이다.


둘째, 외국인의 '셀 코리아'와 기업실적 쇼크가 정점을 통과했을 가능성이다. 연초 신흥시장에서 한국 쪽의 외국인 매도가 유독 거셌던 것은 예년에 비해 기업실적 추정치 하락이 강했던 이유가 컸다.

그러나 다가오는 실적시즌에서는 기저효과(base effect)를 바탕으로 일부 경기민감주 쪽에서 성장 모멘텀이 나올 수 있다. 금년 기업실적 추정치 하향 속도도 둔화될 것으로 본다. 실제로 외국인의 매도 강도도 연초에 비해서는 둔화되고 있다.

셋째, 신흥시장 내 중위험vs중수익 국가로의 리밸런싱(rebalancing) 움직임이다. 2월 중순 이후 신흥시장에서 상대적으로 위험이 작거나 정치적 기대감이 있는 국가들로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는 현상이 관찰되고 있다. 대표적인 나라가 대만과 인도다.

신정부 출범 2년차로 정책 모멘텀을 가지고 있고 외환보유고 및 순대외 투자포지션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는 한국 또한 중위험vs중수익 국가로 분류된다. 남미와 동유럽 국가들과 같이 위험도가 상승한 나라들로부터의 자금 유출은 이어지겠지만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양호한 국가들로의 포트폴리오 이전은 더욱 강화되리라 본다.

결론적으로 다가 오는 2분기에도 한국 주식시장의 급격한 반전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중국 이슈가 아직 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몇가지 긍정적인 변화를 감안한다면 지수가 1900선에 접근할 때 단기적으로나 중기적으로나 주식 비중을 확대하는 플레이는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중국 문제도 지나치게 확대 해석할 필요는 없다. 현재 중국의 구조조정은 그들 스스로가 원하고 계획해서 벌어진 이벤트(self-induced event)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노이즈는 있겠지만 조절 과정을 거치면서 해결해 가는 시나리오를 기본으로 보는 것이 좋겠다. 그들의 계획대로 과잉설비가 해소되고 소비가 진작된다면 채산성 하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수출기업들에게도 궁극적으로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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