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랑 '표준계약서' 한 장으로 제작관행 바뀔까

머니투데이 김성호 기자 2014.03.19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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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호의 엔터만상]

달랑 '표준계약서' 한 장으로 제작관행 바뀔까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7월 방송사와 외주제작사간 표준계약서를 내놓았다. 불공정하고, 불투명한 드라마 등 방송프로그램 제작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표준계약서에는 양측이 부담할 제작비 내역이 세부적으로 명시되고, 출연료 미지급 사태를 막기 위해 제작사가 출연료의 지급보증 절차를 밟거나 미지급시에는 방송사가 제작비 지급을 중단하는 등의 세부적인 내용들이 담겼다.



강제성이 없는 권고 가이드라인이었지만, 정부가 잘못된 방송 제작 관행을 개선하기 위해 나섰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환영을 받았다.

하지만 표준계약서의 등장에도 여전히 출연료 미지급 등 기존 방송제작 시스템의 고질적인 병폐들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 수목극 시청률 1위를 기록중인 ‘감격시대 : 투신의 탄생’이 출연료 미지급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것이 단적인 예다. 방송사는 정해진 제작비 이외엔 책임을 지려하지 않고, 제작사는 초과된 제작비를 감당하지 못해 결국 스텝과 배우들이 피해를 보게 된 것이 이번 논란의 핵심이다.



정부까지 나섰는데 이런 문제들이 지속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편성권을 갖고 있는 방송사가 부실 제작사를 걸러낼 수 있는 장치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않은데다, 상대적으로 수익확보가 용이하면서도 제작사에 대한 지원에 박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드라마의 시청률은 광고와 직결된다. 드라마가 흥행하면 광고는 완판되고, 이 수익은 방송사의 몫이다. 여기에 방송사 입장에선 해외판권까지 확보할 경우 크게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다.

반면, 제작사는 방송사로부터 제작지원비를 받지만, 스스로 감당해야할 부담이 만만치 않다. 기업 협찬을 통해 부족한 부분을 일부 메우지만, 장르에 따라 변수가 크다. 또한 저작권을 모두 방송사에 넘기다보니, 설사 높은 제작비를 받더라도 수익률은 5~10%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반복되는 출연료 미지급 논란의 사슬을 끊기 위해서는 방송사가 변해야한다. 드라마를 통한 수익창출에만 관심을 둘 것이 아니라 제작사의 제작능력을 철저히 점검하고, 제작사에 대한 지원시스템도 대폭 강화해야만 한다.

방송사는 공영성을 띄고 있다. 방송사가 제작사와 철저한 계약에 따라 방송을 제작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출연료 미지급 논란으로 제작에 차질이 생기고, 자칫 방송이 중단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면 시청자를 위해서라도 문제점이 무엇인지 다시금 계약서를 꼼꼼히 들여다봐야한다.

문화콘텐츠가 창조경제를 주도한 분야로 꼽히는 상황에서 실효성 없는 계약서 하나로 정부가 제 할 일을 다했다고 자부할 순 없는 일이다. 무엇보다도 열악한 제작환경이 바뀌려면 방송사들이 ‘지금 이대로’가 아니라 ‘제대로’를 외치며 큰 틀에서 제 역할을 해줘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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