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맛있는 詩 읽기]돌문어 국물이 왜 붉은가 했더니

머니투데이 오인태 시인 2014.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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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어애호박수제비와 '오래된 연애'

편집자주 페이스북과 본지를 통해 밥상 앞으로 독자들을 불러 모아 자신의 시를 읽어 주던 시인이 이번에는 동료시인의 시를 읽어준다. 맛난 시를 골라 맛나게 읽어준다는 취지다. 물론 이번에도 밥이 빠질 수 없다. 본지 100회 연재를 한 [오인태의 시가 있는 밥상] 속편이라 할 수 있는 이 코너에서는 독자들의 요청에 따라 밥상 차림에 대한 시인만의 비법도 함께 제공한다. 밥상을 둘러싼 공동체 삶의 복원에 대한 시인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

[오인태의 맛있는 詩 읽기]돌문어 국물이 왜 붉은가 했더니


"쥐가 들어와 입술을 깨물어 깠다는 거짓말 같은" 연애라니, "지퍼 사이에 블라우스 단추가 함부로 끼어드는" 연애라니, 누구나 한 번씩은, 아니 옛날에는 다 그런 식으로 했던 연애를, 그 오래된 추억의 여관을 시인은 다시 들고 싶어 하는데, 그리하여 그런 연애를 꿈꾸는데, 아, 저 아득한 벽, 숙박계 글씨처럼 또박또박 돋아나는 별, 또는 육십 촉 알전구 빛깔을 지닌 달!

돌문어를 삶은 국물에 애호박을 반달처럼 썰어 넣고 청양고추 두어 개 다져넣은 이 칼칼한 맛이라니, 여기에 너덜거리는 문풍지 같은 밀가루반죽을 떼 넣으면 바로 문어애호박수제비가 된다. 해장국으로는 문어애호박국을 덮을만한 게 없다.



돌문어는 주로 한류와 난류가 교차하는 남해 연안의 돌밭에서 서식하는 문어로 타우린이 풍부하다. 타우린은 콜레스테롤 증가를 억제하고, 간을 해독하는 데 뛰어난 효과가 있다.

백문이 불여일식, 일단 문어숙회 하나로 소주 두 병 반씩 비우고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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