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男 혼자 사는데… 상도동 '층간소음 칼부림' 왜?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4.03.17 0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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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아파트 다른 동에서도 갈등…"설계·시공 등 잘못일수도"

40대男 혼자 사는데… 상도동 '층간소음 칼부림' 왜?


허모씨(45)는 그날을 떠올리기만 해도 아찔하다. 지난 14일 오후 5시10분쯤 초인종이 울렸다. 집 안에 있던 허씨는 아무런 의심 없이 현관문을 열었다. 현관 앞에는 키가 크고 마른 남성 한 명이 서 있었다. 처음 보는 얼굴. 아랫집 아들 김모씨(24)였다.

김씨는 다짜고짜 허씨에게 "좀 조용히 다니라"며 허씨가 쿵쿵거려 시끄럽다고 비난했다. 실랑이를 벌이던 중 김씨는 뒤로 돌아서더니 파카 속에서 미리 준비해온 흉기를 꺼내 휘둘렀다. 허씨는 재빨리 뒤로 물러났으나 열여덟 바늘을 꿰매야 하는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사건 배경은 최근 지어진 상도동의 한 아파트. 주민 간의 소음 갈등이 칼부림으로 이어져 층간소음에 대한 논란이 다시 한 번 불거질 것으로 전망된다.

◇아랫집 그가 이사오던 날…갑자기 시작된 '층간소음'



허씨 주장에 따르면 김씨와의 다툼은 지난해 여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씨네 집이 아래층으로 이사를 온 지 한 달 후부터 아랫집 아주머니가 올라와서 "윗집 방과 거실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심해 아들 공부에 지장을 받는다"고 항의하기 시작했다.

허씨는 2010년 3월부터 이 아파트에 입주해 살고 있지만 김씨네 집이 이사 오기 전까지 소음으로 갈등을 겪어본 적이 없었다. 허씨는 계속 "내가 혼자 살고 있고, 거의 대부분 생활을 거실에서 하기 때문에 소음이 날 리가 없다"며 이해시켰다.

두 집은 서로 조심하기로 약속했고, 원만히 해결되는 듯했다. 허씨는 이후 집 안에서 발꿈치를 들고 생활했고 혹시나 소리가 날까봐 늘 노심초사했다. 허씨는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소음이 안 나도록 노력했지만 갈등은 계속됐다"고 말했다.


사건이 발생하기 한 달 반 전, 소음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허씨와 김씨 양측은 결국 관리소장과 김씨의 부모가 참석한 가운데 소음에 대한 논의를 하기에 이르렀다. 허씨는 계속해서 "소음의 원인은 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관리소장도 소음의 원인이 꼭 바로 윗집은 아닐 수도 있다면서 서로 이해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끝까지 김씨네 가족이 주장하는 소음의 원인은 규명되지 않았고, 소음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결국 며칠 지나지 않아 아랫집에 사는 이웃이 윗집에 사는 이웃에게 흉기를 휘두른 사태까지 벌어지게 됐다.



◇소음 진원지 알 수 없어…"시공사에 진정 낼 것"

허씨는 소음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는다. 김씨가 어디선가 시끄러운 소리를 들었으니 그렇게까지 반응했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소음의 원인은 자신이 아니라고 끝까지 주장했다.

허씨는 "층간소음 살인은 남의 일인 줄만 알았다"며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층간소음 원인을 꼭 밝혀낼 것이다"고 강조했다. 허씨는 이번 주 안에 아파트 시공사에 층간 소음에 관련한 설계 증명을 신청하고, 소음의 원인을 밝혀달라는 진정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에 따르면 허씨네와 김씨네 집뿐 아니라 층간 소음으로 갈등을 겪는 이웃이 다른 동에도 있다. 한 동에 6개 집이 일렬로 붙어있는 이 아파트 구조도 소음에 영향을 미쳤는지 여부도 조사를 요청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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