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땅 '27.1㎡' 덕분에 개나리4차 2000억 '대박'

머니투데이 김유경 기자 2014.03.14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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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아이파크 조합장, 남몰래 '지목변경'…검찰 '고발'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2길 16(역삼동) '테헤란아이파크' 입구. / 사진=김유경 기자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2길 16(역삼동) '테헤란아이파크' 입구. / 사진=김유경 기자


서울 강남땅 27.1㎡가 땅주인들도 모르게 지목(토지용도)이 바뀌었다. 이 땅의 지목변경에 수천억원의 수익사업이 연관돼 있었지만 정작 땅주인들은 알지 못했다.

문제의 땅 27.1㎡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52길 16(역삼동)에 위치한 '테헤란아이파크' 아파트의 땅이다. '테헤란아이파크'는 지하철 2호선·분당선 선릉역과 진선여중·고 사이에 있는 성보아파트를 재건축, 올 1월부터 입주하고 있는 새 아파트다.



오른쪽으론 현대까르띠에 아파트가 있고 그 뒤로 개나리4차가 있다. 성보아파트의 땅은 바로 '개나리4차'의 재건축사업을 위해 지목변경이 필요했던 것이다.

테헤란아이파크와 현대까르띠에 사이엔 일방통행도로가 있는데 진입로 일부가 7.5m다. 차도가 8m가 되려면 테헤란아이파크쪽 보도블록의 일부인 27.1㎡가 필요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개나리4차의 경우 8m 도로를 확보해야 재건축때 가구수를 늘릴 수 있는데, 테헤란아이파크와 현대까르띠에 사이에 난 길이 유일한 도로였다"며 "결국 성보아파트가 대지 27.1㎡를 도로로 변경해줘 기존 7.5m 도로가 8m로 확대, 재건축 추진이 쉬워졌다"고 설명했다.

'테헤란아이파크'에서 도로로 내준 27.1㎡(8평)가 표시된 보도블록. / 사진=김유경 기자'테헤란아이파크'에서 도로로 내준 27.1㎡(8평)가 표시된 보도블록. / 사진=김유경 기자
1979년에 준공된 개나리4차는 3개동에 264가구로 오랫동안 재건축사업을 추진해왔지만 공용면적이 189㎡, 204㎡ 등 대형으로만 구성돼 있는데다 1대1 방식의 재건축만 가능해 조합원들의 부담이 컸다. 조합원들이 다수 현금청산을 원하면서 사업은 사실상 중단됐었다.

테헤란아이파크 준공은 개나리4차에 다시 올수 없는 기회가 됐다. 강남구청은 개나리4차의 민원에 따라 8m 도로가 될 수 있도록 테헤란아이파크 조합에 27.1㎡의 대지를 도로로 변경해줄 것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당시 성보아파트 조합장은 이를 단독으로 결정, 27.1㎡의 지목변경을 포함해 준공신청을 했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27.1㎡의 지목변경은 개나리4차와 성보아파트가 협의하에 신청된 것"이라며 "구청은 민원이 있으면 종합적으로 공문 등을 통해 의견을 전달해줄 수 있다"고 밝혔다.

결과적으로 개나리4차는 테헤란아이파크가 27.1㎡를 내주면서 가구수를 두배 가까이 늘릴 수 있게 됐다. 개나리4차는 용적률을 법적상한선인 300%까지 올려 총 가구수를 264가구에서 540가구로 늘려 재건축을 추진할 계획이다.

테헤란아이파크 조합 감사인 김모씨는 "공급면적 100㎡짜리 250가구를 일반분양할 경우 1가구에 10억원씩만 잡아도 건축비를 빼고도 2000억원 이상 남는 사업이 됐다"며 "반면 우리는 500대 이상의 차량이 매일 지나가며 내뿜는 소음과 분진에 시달리게 됐다"고 토로했다.

'테헤란아이파크'와 '현대까르띠에' 아파트 사이의 일방통행로. / 사진=김유경 기자'테헤란아이파크'와 '현대까르띠에' 아파트 사이의 일방통행로. / 사진=김유경 기자
김씨를 포함한 테헤란아이파크 조합원들은 지난 8일 임시총회를 개최, 조합장을 비롯한 임원진을 해임했다. 조합장이 조합원들의 동의도 구하지 않고 보상, 할인분양, 지역난방 등으로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하고 공개하지도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특히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재산인 대지를 단독으로 용도변경하고 개나리4차 조합으로부터 지난 3일 11억3173만원을 받았지만 조합원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다는 게 조합원들의 주장이다.

개나리4차아파트에서 테헤란아이파크 방향으로 나가는 길. 지금은 인도지만 개나리4차 재건축 후에는 차도가 될 예정이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테헤란아이파크. / 사진=김유경기자 개나리4차아파트에서 테헤란아이파크 방향으로 나가는 길. 지금은 인도지만 개나리4차 재건축 후에는 차도가 될 예정이다. 정면에 보이는 건물이 테헤란아이파크. / 사진=김유경기자
조합원 이모씨는 "지금 주차장에 몽골천막을 치고 영업하고 있는 통신사 등이 조합에 비용을 냈다고 하는데 조합장은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며 "집값은 많이 떨어졌는데 추가분담금은 계속 늘고 있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5년전 8억원에 성보아파트를 매입, 분담금 3억원을 내고 재건축을 했는데 금융비용 외에도 추가분담금만 3000만원을 더 내게 됐다"고 덧붙였다.

테헤란아이파크 조합원들은 전 조합장을 여러 사안별로 검찰에 고발했다. 27.1㎡의 지목변경도 취소시킬 방안을 찾고 있다. 하지만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지목변경을 취소하려면 준공을 취소해야 하고 준공이 취소되면 공사중으로 바뀌기 때문에 현 입주자 모두 퇴거해야 한다"고 밝혔다.

테헤란아이파크는 6개동에 임대 11가구를 포함해 총 411가구이며 현재 120가구가 입주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주자 중 조합원은 30% 가량이며 대부분 세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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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나리4차, 2000억 대박' 관련 정정 및 반론]
<머니투데이>는 지난 3월14일자 19면 「"27.1㎡ 지목변경이 2000억 챙겨줬다"」 기사에서 그동안 사실상 중단되었던 서울 역삼동 '개나리4차' 재건축 사업이 인접 아파트의 대지 27.1㎡ 지목변경으로 재건축 가구수를 540가구까지 늘리게 되었으며, 일부에서는 '2000억원 이상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보도하였습니다.

그러나 확인 결과, 이 기사 중 '개나리4차'가 사업계획 중인 가구수는 '540가구'가 아닌 '498가구'인 것으로 확인돼 바로잡습니다.

한편 이에 대해 개나리4차 재건축조합은 '그동안 사업이 중단된 것이 아니라, 중소형 평수로 사업계획을 변경하던 중이었으며, 지목변경으로 2000억원이 남는다는 것도 확인되지 않은 주장"이라고 알려왔습니다.

이 보도는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에 따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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