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야할 세금 내지마라?"…'직무유기' 자인한 정부

머니투데이 송학주 기자 2014.03.14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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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가 꿈인 나라]<16>2년간 임대소득과세 유예해주고 건강보험료 안내도 돼

"내야할 세금 내지마라?"…'직무유기' 자인한 정부


 #서울 양천구 목동중앙북로(옛 목동)에 살고 있는 최모씨(62)는 2010년 30년간 다닌 직장을 그만두면서 살고 있는 단독주택을 4층짜리 다세대주택으로 공사해 4층은 가족이 거주하고 1~2층은 분양했다.

 3층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 90만원을 받고 세놓았다. 3층은 아내 이름으로 등기했지만 1가구2주택자에 해당돼 월세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낸다. 해마다 19만원씩 세금을 내야 함은 물론 소득이 있다는 이유로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도 다달이 꼬박꼬박 낸다.



 최근 최씨는 연간 임대소득이 2000만원이 안되는 집주인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얘기를 듣고 세금이 얼마나 줄어드는지 궁금해 세무사를 찾았다. 세무사는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란 얘기와 함께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았어야 큰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씨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힘들게 일해 번 돈으로 다른 사람들만 호강시킨 것 같아 억울하다"며 "세상에 어느 나라 법이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하는 사람들에겐 혜택이 없고 그동안 탈세한 사람들에게 혜택을 주냐"고 하소연했다.




"내야할 세금 내지마라?"…'직무유기' 자인한 정부
 정부가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 이하인 2주택 보유자에 대해 분리과세를 적용, 세부담을 줄여주고 건강보험료를 내지 않는 방향으로 관련법 개정에 나서자 형평성 논란이 뜨겁다.

 최씨처럼 '성실납세자'의 경우엔 혜택이기보다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주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소득세법상 과세를 해야 함에도 '직무유기'를 해온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라며 현 과세시스템으론 임대소득의 투명성을 높이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오히려 '2000만원 이하' 등의 기준을 만들어 이를 회피하기 위한 집주인들이 편법만 초래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꼬집었다.


 ◇정부 '직무유기' 스스로 인정한 셈…전문가들 "공평과세부터"

 지난 5일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10차 경제장관회의' 논의를 통해 '주택임대차선진화방안 보완조치'(3·5 집주인대책)를 확정해 발표했다. 확정일자 자료활용 등으로 임대소득과세 '정상화'(?)가 기대되면서 은퇴자 등 소규모 임대자의 세부담 증가와 세부담 전가에 따른 임대료 인상 가능성 등을 우려해 대안을 내놨다고 밝혔다.

 대안은 2주택 보유자로 임대소득이 연 2000만원 이하인 경우는 한시적으로 2년간 비과세하고 2016년부터 분리과세한다는 것과 전세 임대소득(간주임대료)에 대해서도 월세소득과 마찬가지로 과세한다는 것이다. 이어 기획재정부는 다른 소득이 없는 2000만원 이하의 임대소득은 금융소득으로 보아 건강보험료도 내지 않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에는 2주택자 이상(부부합산) 임대소득자가 1주택이라도 월세소득을 얻는 경우엔 의무적으로 신고해 소득세를 내야 한다. 전세보증금에 대해선 3주택자 이상 3억원 이상에 대해서만 간주임대료를 계산해 세금을 내야 한다. 이 경우 전용 85㎡ 이하, 기준시가 3억원 이하 주택은 주택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즉 정부는 그동안 2주택 보유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고 있었으니 앞으로도 2년간 세금을 추징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국세청 등 과세당국이 그동안 임대주택에 대해선 과세를 하지 않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한 세무전문가는 "정부의 이번 대책은 집주인들이 임대소득에 대해 세금을 내지 않고 있다는 것을 전제하고 세부담을 줄여주겠다고 발표한 것"이라며 "제대로 세금을 걷을 생각은 하지 않고 혜택부터 주는 이상한 논리"라고 지적했다.

 임대소득을 자진신고한 성실납세자가 상대적으로 손해를 보게 되고 임대소득 과세는 더욱더 힘들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임대소득은 '불로소득'이란 잘못된 인식과 관행을 바로잡고 과세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는 "비정상이 정상화된 현상이지만 정부가 추진하는 방식으론 임대소득의 투명한 과세나 임대료 세액공제 등이 제대로 시행될 수 없다. 되더라도 각종 파행과 편법을 수반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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