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고펀드 '애증의 아이리버' 7년 만에 판다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2014.03.11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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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F 투자부실화 사례서 회생기업 탈바꿈… 고음질 음향기기 본업 재평가 기대

토종 PEF(사모투자전문회사) 운용사 보고인베스트먼트그룹(이하 보고펀드)이 2007년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디지털 기기제조사 '아이리버'를 매각한다.

10일 M&A(인수·합병) 업계에 따르면 보고펀드는 최근 내부적으로 아이리버 매각 계획을 확정하고 이 거래를 도울 매각 자문사로 다이와증권을 선정했다. 다이와는 최근 기업 실사를 시작했고 현재 M&A 시장에서 아이리버 기업 가치를 키울 수 있는 잠재 인수자를 물색하고 있다. 스마트폰 생태계의 확장으로 IT(정보·기술) 산업계가 점점 더 커지고 있어 이 영역에서 창조적인 제품을 만들어 승부를 볼 수 있는 전략적·재무적 투자자가 대상이다.



보고펀드는 7년 전인 2007년 초에 약 600억원을 조달해 당시 MP3 플레이어 제조사였던 레인콤을 인수했다. 유상증자 참여형태로 지분 33%를 갖고 전환사채(CB) 100억원 어치도 취하는 형태로 경영권을 사들였다. 하지만 인수 초기엔 창업주였던 양덕준 전 사장의 권한을 보장하는 형태로 동행을 시작했다.

[단독]보고펀드 '애증의 아이리버' 7년 만에 판다


레인콤은 보고펀드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아이리버(2009년 3월 사명변경)'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자동차 내비게이션과 전자사전 사업 등 사실상 본업과 차이가 있던 이종사업을 벌였다. MP3 플레이어 시장이 미국 애플의 공세로 경쟁력이 약화되자 이 부문 매출을 줄이고 신성장 동력을 찾아 나섰던 것이다.



하지만 MP3 플레이어로 한때 세계시장 1위에 올랐던 레인콤은 경영전략이 비핵심분야로 흩어지면서 처참한 실패를 맛봐야 했다. 내비게이션 분야는 국내 중소기업들에 밀렸고 전자사전은 일본 업체들에 비해 뒤쳐지면서 이도저도 아닌 회사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들었다. 보고펀드는 3~4년간 계속 경영자를 바꿨지만 별다른 소득을 얻지는 못했다.

아이리버는 보고펀드의 인수 이전인 2008년 매출액이 2068억원, 영업이익이 56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2년 후인 2010년에는 매출액이 1072억원으로 반토막 나고 약 20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는 적자회사로 전락했다. 이 회사는 한때 사모펀드가 인수해 경영이 파탄난 대표적인 기업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보고펀드는 이후 아이리버에 대한 비상경영을 실시하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이어 이른바 '본업'인 음향기기 사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폈다. 신종 사업으로 펼쳤던 스마트폰 제조나 전자책 단말기 사업 등을 접고 회사의 기원이었던 오디오 시장으로 돌아와 프리미엄 제품을 육성한 것이다.


[단독]보고펀드 '애증의 아이리버' 7년 만에 판다
2011년 말 삼보컴퓨터 회생의 주역이던 박일환 대표를 영입한 보고펀드는 경영난에 빠진 아이리버의 전략적 방향을 재설계했다. 위기를 극복할 단초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디자인을 꼽고 자신들이 성공했던 저음질의 MP3를 넘어설 고음질 음원(MQS) 재생기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남들을 따라하던 아이리버가 오랜 시행착오 끝에 스스로를 극복의 대상으로 여기고 수년 만에 제자리를 찾은 것이다.

아이리버는 지난해 3분기 말까지 528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연말까지 약 700억원대 매출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영업손실은 지속적으로 줄어 두 자리 수가 예상된다. 아직까지 적자는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근 미국 가전박람회(CES)에서 대표제품인 '아스텔앤컨(Astellnkern)'이 좋은 평가를 받아 올해 매출 확대와 수익성 개선이 기대된다.

보고펀드는 7년간 동고동락한 아이리버를 펀드 만기시한에 따라 떠나보낼 채비를 하고 있다. 코스닥 상장사인 이 회사의 시가총액은 약 400억원으로 경영권 지분 39.84%의 예상 매각가치는 프리미엄을 더해 약 200억~300억원으로 전망된다. 보고펀드는 7년 전 투자당시보다는 저조한 수준이지만 시장에서 사라질 뻔했던 기업을 각고의 노력으로 다시 살려냈다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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