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서방과 러시아간 가스戰

머니투데이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스트레지스트 2014.03.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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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방에 있던 우크라이나의 정치상황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1월 친러시아 성향을 갖고 있는 우크라이나 정부가 EU와의 경제협력을 폐기한 이후 반정부 시위가 격화되더니 급기야 크림 공화국은 러시아로의 편입 여부를 국민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이러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경제적 취약성을 더욱 가중시키며 우크라이나를 디폴트 위험으로 몰고 가고 있다. 경상적자가 GDP대비 8% 이르는 가운데 환율방어로 외환보유고를 소진하면서 대외부채가 외환보유고의 600%를 넘어서고 있다.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아르헨티나 등으로 대변되는 신흥시장의 취약국가들과 체력적으로 별 차이가 없다.



최근 우크라이나 사태를 민족-정치적 갈등으로 해석하는 경향이 높다. 그러나 다른 관점에서는 가스시장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미국과 러시아 신구(新舊)세력의 헤게모니 싸움으로 볼 수도 있다.

유럽 천연가스시장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국영기업 가즈프롬(Gazprom)을 앞세워 러시아는 유럽 가스시장의 30% 이상 장악하고 있다. 이중 절반 이상은 우크라이나 송유관을 통해 러시아의 천연가스가 유럽에 공급되고 있다.



하지만 천연가스로 러시아에 종속된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미국의 셰일혁명으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즉 우크라이나는 독일, 헝가리 등으로 가스공급처를 다변화하려는 한편 서방 자본을 끌어들여 셰일가스 발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따라서 우크라이나 사태를 외환위기와 군사충돌 가능성으로 한정하지 말고 미국발 셰일가스의 영향이라는 관점에서 보다 넓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미국 셰일가스로 유발된 역학구도 변화가 기저에 깔려 있다면 우크라이나를 돈의 문제나 지역적인 문제로 국한시켜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다시 해석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들을 가지고 있다.

첫째, 유럽의 가스시장 거점 확보가 필요한 만큼 우크라이나의 자금조달은 우려하는 것보다 손쉽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향후 EU와 IMF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전개될 것이다.


둘째, 독일의 주택버블 우려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해 ECB의 통화완화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셋째, 잠재적인 비용부담이 너무나 커 서방과 러시아의 무력충돌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적어도 5월 선거까지 우크라이나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노출될 것이다.

넷째, 이번 우크라이나 사태는 미국발 셰일혁명이 글로벌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이는 보다 저렴한 에너지원 확보와 에너지 효율성 향상을 위해 글로벌 경제가 무한 경쟁을 펼치게 될 것임을 뜻한다.

이상을 종합해 보면 우크라이나의 디폴트나 서방과 러시아의 물리적 충돌과 같은 극한 상황이 현실화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스시장을 둘러싼 패권 다툼이 시작되는 신호로 보여 적어도 선거가 예정된 5월까지 우크라이나의 마찰음은 불가피하다.

이로 인한 경계감이 선거 이벤트에 노출된 취약 신흥국으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ECB의 통화완화를 정당화시키는 빌미가 될 것이며, 셰일혁명의 영향력을 반증한다는 점에서 선진국에 대한 선호도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또한 에너지 비용을 절감시키는 산업에는 중장기적인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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