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암초 만난 황창규 KT號의 미래는

머니투데이 성연광 기자 2014.03.09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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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고객정보 유출]'위성 매각→대출사기→1조 프로젝트 좌초 이어…리더십 '최대위기'

황창규 KT 회장, 김기철 부사장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최근 KT 홈페이지 해킹에 의한 고객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황창규 KT 회장, 김기철 부사장이 7일 오후 서울 광화문 KT 사옥에서 최근 KT 홈페이지 해킹에 의한 고객 개인정보 유출과 관련해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동훈 기자.


7일 기자들 앞에 선 황창규 KT 회장은 고개를 숙였다. 지난 1월 말 취임 후 처음 공식석상에 나섰지만 새로운 경영혁신안 대신 사과문을 들고 나왔다. '잘해보겠다'는 각오 대신 사죄의 머리를 숙였다.

◇ 개인정보 유출, 사상 최악 리스크 되나



황창규 KT호(號)가 정식 출항한 지 불과 두달도 안 돼 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12월 KT CEO에 내정된 직후부터 위성매각 관련 행정 제재에 자화사 직원이 연루된 1조원대 금융사기 등 각종 악재에 시달리더니 급기야 '개각정보 유출'이라는 초대형 암초에 부딪힌 것. 모든 사건들은 황 회장 취임 전부터 쌓여온 결과지만 이번 고객정보 유출 사건은 앞에 벌어진 사건과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황 회장 역시 큰 부담을 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는 1200만건. 1년 가까이 몰래 정보가 새나갔는데 눈치를 못챌 정도로 보안체계가 부실했다는 점에서 KT가 받게 될 타격은 치명적이다.



올 초 카드사 사태로 '개인정보' 이슈에 이용자들이 극도로 민감해져있다. 이미 10만명 가까운 고객이 최근 타사로 빠져나갔다. 이런 상황에서 벌어진 이번 사건은 기업 이미지에 타격을 미칠 수밖에 없다. 가입자 이탈에 영향을 미칠 것을 KT가 우려하는 이유다.

후폭풍도 거셀 전망이다. 개인정보 유출에 따른 정부의 제재가 불가피하다.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가 경찰 수사발표가 있던 6일 합동 실태점검에 착수한 상태다. 그 결과에 따라 징벌적 과징금은 물론 형사고발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 이용자들의 집단소송도 KT의 큰 부담이다. 이미 개인정보 유출로 사세가 급격히 위축된 타 기업의 사례도 있기 때문에 KT로서는 이번 사안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 '위기관리' 黃 리더십 시험무대


'KT의 구원투수'로 주목받아온 황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비현장 부서의 임원 절반이상을 축소하는 과감한 조직쇄신으로 주목을 받았다. 현재는 차기 먹거리 발굴 등 KT의 근원적 경쟁력 확대 방안 마련에 주력하고 있다. 영업정지 기간을 활용해 붕괴된 영업망 재건에 나서는 등 재기의 발판도 마련할 참이었다.

이 와중에 터진 악재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경영혁신지원시스템(BIT)의 부실 시공에 따른 회계 반영으로 지난해 실적이 창사 이래 첫 연간 적자를 기록했다.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는 KT 신용등급을 A3에서 Baa1으로 한단계 강등했다. 대출사기극에 이어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터지는 등 그야말로 '악재 너머 악재'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이 사안들은 황 회장 취임 이전에 만들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엄밀히 황 회장의 책임은 아니다. 하지만 이 난국을 수습하는 것은 황 회장의 몫이다. 매출 증대 혹은 사업 확대 보다 지금 불어 닥친 총체적 난국을 해결하는 능력이 황 회장의 리더십을 평가받는 잣대가 돼버린 상황이다.

황 회장은 이날 사과문 발표와 함께 "새롭게 경영을 맡은 이상 과거 잘못을 철저히 매듭짓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내비쳤다. '공공의 적 KT'의 이미지를 '국민의 KT'로 돌려놓겠다는 각오다.

통신 업계의 한 원로는 "통신 서비스 시장은 결국 이용자들의 신뢰가 핵심 경쟁력인데 이를 한번 잃게 되면 되찾는 데는 곱절의 시일이 소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결국 황 회장의 리더십도 이 과정에서 검증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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