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정보로 카드발급, 가입신청서는 이면지로?

머니투데이 강미선 기자 2014.03.10 0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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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통사 대리점·판매점 등 오프라인 유통망도 개인정보 관리 '구멍'

고객정보로 카드발급, 가입신청서는 이면지로?


#회사원 이모씨(37)는 얼마전 휴대전화를 바꾼 뒤 스팸문자를 부쩍 많이 받는다. 인터넷 도박 사이트에서부터 성인사이트 홍보까지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문자메시지 소리에 짜증날 정도. 휴대폰을 새로 개통하면서 개인정보가 샌 것 아닐까 찝찝하지만 확인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KT (36,300원 ▲100 +0.28%)의 대규모 고객정보 유출로 이동통신사들의 보안 취약점이 드러난 가운데 온라인 뿐 아니라 대리점, 판매점 등 통신사들의 오프라인 유통망도 보안이 매우 허술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 개통 때 수집된 개인정보가 유출될 경우 불법 텔레마케팅에 활용되는 것은 물론 신용카드 부정발급 등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통신사에 책임을 묻기 어려운 구조여서 새로운 규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고객정보로 카드발급, 가입신청서는 이면지로?



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7일 부산 서부경찰서는 휴대전화 판매점을 운영하면서 고객 개인정보를 이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유모씨를 구속했다. 유씨는 지난해 12월15일 자신이 운영하는 판매점에서 휴대폰을 개통한 고객의 운전면허증 인적사항을 도용해 신용카드를 발급받아 물품을 사고 카드대출을 받는 등 8000만원 상당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처럼 이통사 판매점에서 고객 정보가 허술하게 관리되는 경우는 종종 확인된다.

지난해는 박스에 쌓아둔 고객정보 서류 사본을 상담용 이면지로 활용한 뒤 폐기하지 않고 종이수거함에 무단 방치한 사례가 적발됐다. 또 같은 해 부산에서는 휴대폰 판매업자가 창고에 보관한 고객들의 가입신청서와 신분증 사본 등을 불태우면서 일부 개인정보 문서를 무단으로 버려 불구속 입건되기도 했다.


◇파기안한 개인정보, 창고 '가득'·엑셀파일 열면 '주르륵'

이통사 가입 시 고객이 제공하는 정보는 주민등록번호, 계좌번호 등 민감정보들이 많다. 통신사가 '개인정보 백화점'으로 불리는 이유다.

관련법에 따르면 통신사 영업점은 고객이 작성한 가입신청서를 개통 등 관련업무 직후 고객에게 즉시 돌려줘야 한다.

대리점과 계약을 통해 이통3사 단말기를 모두 취급하는 판매점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통신사 전산망을 직접 사용하지 못하기 때문에 신분증 사본 및 가입신청서를 스캔해 가입처리를 위해 대리점에 송부한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복사된 개인정보를 판매점들이 곧바로 파기하지 않고 보관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 특히 대리점과 계약한 프리랜서 판매원은 가입자 정보를 직접 자신의 영업에 활용하기도 한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자가 개인적으로 마케팅 자료로 쓸 수도 있고, 대부분 암호화를 하지 않고 엑셀 파일로 보관하기 때문에 외부 유출시 불법 텔레마케팅 등 다른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이 가입한 휴대폰의 약정기간이 끝날 때쯤 집중적으로 텔레마케팅 업체로 부터 전화가 온다면 가입정보가 이미 유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다.

◇대리점·판매점 관리 감독 '사각지대'

이통사 대리점 및 판매점에서 고객 개인정보를 파기하지 않고 불법으로 갖고 있다고 해도 이를 적발하거나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이통3사는 대리점 및 판매점이 가입신청서를 보관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관련 지침 준수여부 등을 자체 점검하고 있다. 규정을 어길 경우에는 경고, 계약해지 등 조치를 취하지만 정보유출 사고가 나더라도 이통사에 직접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는 없다.

한 이통사 관계자는 "대리점과 계약 시 고객정보를 유출하거나 업무 외 용도로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정보보호 서약서'를 받는다"며 "이를 지키지 않아 고객 피해로 이어질 경우 민형사상의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내용도 명시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히 판매점들은 개별적으로 대리점과 계약을 맺고 개인사업자로 활동하기 때문에 이통사가 직접 관리하고 점검하기 힘든 구조"라고 덧붙였다.

정부도 오프라인 영업점을 대상으로 점검을 하고 있지만 효과가 미비하다. 단속인원이 적은 데다 대리점 및 판매점 등이 미리 단속 사실을 인지하고 있어 사전에 조치를 취하면 그만이다. 개인사업자인 판매점에 대한 강제성도 없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의 관리 감독 의무를 더 철저하게 규정하고 대리점 및 판매점에 대한 정부 단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판매점이라 해도 요즘은 대부분 온라인 영업을 같이 하고 있어 고객정보가 자의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크다"며 "이통사에 보다 무거운 책임을 부여하고 대리점 및 판매점 대상의 보다 세분화된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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