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퍼링 시대의 해외채권 투자

머니투데이 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 2014.03.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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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문승현 한국투자증권 상품전략부장


테이퍼링(Tapering)이란 미국 양적완화(QE)조치의 점진적인 축소를 의미한다.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이 지난해 5월 23일 의회 증언에서 "몇 번의 회의에서 자산 매입을 축소할 수 있다(The Fed might taper in the next few meetings)"는 발언을 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키워드로 등장했다.

5월 이후 Tapering에 대한 우려로 글로벌 금융시장은 큰 충격을 받았고 결국 지난해 12월 미국 연준은 Tapering을 시행했다.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돈이 약 3조2000억 달러에 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글로벌 증시를 비롯한 세계 경제에 커다란 파장을 몰고 올 것이 자명한 상황이다.



가장 먼저 예상할 수 있는 부분은 미국 시장금리의 상승이다. 지난해 5월 말 벤 버냉키 Fed 전 의장이 출구전략 가능성을 처음 언급한 이후 미국의 시장금리는 일제히 올랐다. 기준금리를 올리기 이전이라도 대표 금리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명목성장률 수준(현재 4% 내외)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들어 미국 한파의 영향으로 경기회복세가 다소 둔화되고 우크라이나 사태 등으로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나타나며 국채금리가 다소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결국 금리 상승세는 시간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 미국 국채금리가 기대보다 빠르게 상승할 경우 현재 최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미국 기업의 부도율이 크게 증가할 수 있다. 한편 유럽은 저금리기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유럽 기업들이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유지하고 있어 부도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세 번째로 달러 강세 및 신흥국 통화의 약세가 예상된다. 양적완화를 통해 풀린 대규모의 자금은 대부분 신흥국 자산에 투자돼 신흥국의 자산 버블을 형성했다. 그러나 지난해 5월 Tapering이 언급된 이후 신흥국에서 대규모 자금 유출이 나타났고 대부분의 신흥국은 급격한 자산가치 하락 및 통화절하를 겪었다. 이렇게 유출된 자금은 미국으로 돌아가고 있어 달러화의 강세를 예상케 한다.

이같은 투자환경에서 해외채권 투자 패턴도 변화가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양적완화가 처음 시행된 2009년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세계 채권시장은 유래없는 호황을 누렸다. 미국 양적완화로 인해 저금리 환경이 지속됐기 때문이다. 채권 유형별로 성과를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테이퍼링 시대의 해외채권 투자
위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2009~2012년까지 대부분의 채권 유형이 좋은 성과를 보였던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2013년 5월 초부터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우려가 나타나기 시작했으며 5월 23일 벤 버냉키 전 연준의장의 의회연설을 시작으로 Tapering 이슈가 본격화됐다. 이후 채권 자산에서의 자금유출이 나타나며 2013년 5월 이후부터 2013년 말까지의 모든 채권 유형의 성과가 좋지 않았다.

특히 이머징 로컬(이머징 국가의 통화로 발행된 국채) 채권은 지난해 5월 이후 급격한 투자자금 회수로 인해 금리 상승 및 환율 절하 현상이 나타나며 큰 폭의 약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2013년 채권 자산의 투자 성적이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한 가운데 단 하나의 유형이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2009년 이후 누적 수익률 100%이상을 기록한 하이일드채권이 Tapering 이슈가 불거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5월 이후 유일하게 수익을 냈다. 하이일드채권 또한 지난해 5~6월 큰 폭의 하락을 겪었으나 미국과 유럽의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되며 빠른 속도로 손실을 복구하였고 지난해 말에는 Tapering 언급 이전 수준까지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2014년에도 하이일드 채권 중심의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점진적인 경기회복, 이에 따른 국채금리의 완만한 상승, 낮은 주식시장 변동성 등 시장에는 하이일드 채권의 강세를 이끌어내는 유인들이 복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잠재돼있는 가운데 글로벌 이슈 대응 능력이 높은 선진국 위험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미국 금리의 급격한 상승에 의한 미국 기업의 부도율 증가 가능성은 유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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