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매시장에 찬물 끼얹은 '정부'… 정책방향 실종?

머니투데이 세종=김지산 기자 2014.03.06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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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임대소득 과세 현실화로 구매심리에 '악영향'

그래픽=강기영그래픽=강기영


 #서울 은평구에 아파트를 소유한 직장인 허윤수씨(54)는 은퇴를 앞두고 집을 한 채 더 장만하려던 계획을 접었다. 정부가 월세에 이어 전세에도 분리과세 방침을 정하자 과세당국으로부터 감시당한다는 느낌에, 집을 더 사봐야 실질 소득에 별 효과가 없다는 결론을 내려서다.

 정부가 '주택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이란 명분으로 '2·26 전·월세대책(세입자대책)'에 이어 내놓은 '3·5 보완조치(집주인대책)'가 정책 방향 실종으로 이어졌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4·1대책' 이후 주택매매 촉진에 총력을 쏟았던 정부가 1년만에 다주택자에 대한 과세강화로 정책의 초점을 옮긴 데 따른 것이다.



 정부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폐지나 수직증축 리모델링 허용, 5년간 양도세 한시 면제(2013년) 등 매매활성화를 위한 규제 완화에 매달렸다.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해 말 기자간담회에서 "다주택자를 임대물건 공급자로 적극 활용하기 위해선 다주택자양도세 중과 폐지 등이 절실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2개월 뒤 3주택자에게 적용되던 종합소득세 과세 기준을 세분화해 2주택자, 2000만원 임대소득 이하 분리과세를 신설하면서 매매시장에 파장이 일고 있다는 의견이다. 다주택자의 최소 요건인 2주택자가 과세당국의 안테나에 들어간다는 게 핵심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2년 기준 국내 다주택자 136만5000명 가운데 2주택자는 84.5%인 115만4000명에 이른다. 국세청도 3주택 이상 보유자, 2주택자로서 임대소득이 연간 2000만원을 초과하거나 9억원 초과 주택을 보유한 경우 신고안내 자료로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국세청이 관찰대상을 제한했지만 언제든 대상을 확대할 수 있는데다 훗날 분리과세 기준을 변경해 과세액을 늘릴 경우 저항할 수단이 없어서다. 예를 들어 전세 임대소득의 간주임대료 산정방식을 조정하면 분리과세 대상에서 종합소득세 과세 대상으로 넘어갈 수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다주택자 대부분이 2주택자인데 이들이 정부 감시 대상에 들어간다는 것은 기존 주택 보유자의 추가 매수의지에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라며 "당장 집값과 매매 증감률로 드러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정부내에서도 월세 임대소득에 이은 전세 임대소득에 대한 분리과세 방안에 찬반이 엇갈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택 매매를 독려해온 국토부는 기재부의 이번 방안을 반대했지만, 기재부 의지가 상당히 확고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는 한목소리를 내야 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 게 맞다"며 "매매심리 위축으로 이어질 소지가 없지 않지만 준공공임대사업자 세제지원 등을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주택정책에서 혼선을 빚는 사이 매매 기피 현상으로 임대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 원칙을 유지하면서도 매매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이상영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임대차 시장 대책을 내놓기 전에 정확한 시장 실태부터 파악했어야 하는데 급하게 서두르는 바람에 부작용이 나오는 것"이라며 "시간을 두고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점진적으로 양성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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