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은 일과를 어떻게 보내십니까? 아침에 일어나서 가족과 식사를 하고, 일하러 가고, 일과 후에는 친구 만나고, 사랑하는 연인과 데이트하고 등등. 우리는 여러 가지 활동을 하면서 하루를 보냅니다.”
"갑자기 모든 활동이 정지했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것도 순식간에. 앞서 말한 모든 장면이 멈춰 섰습니다. 그러다가 몇백 년 후 자손들이 그것을 보게 되면 어떤 기분일까요? 옛 조상이 어떻게 살고 있었는지 생생하게 보지 않겠습니까?”
이탈리아 남부 폼페이 도로 /사진=김홍선
비록 많은 인명 피해가 있었고 시일이 가면서 훼손되었지만, 그 당시 삶의 모습이 고스란히 남아 있게 되었다. 폼페이가 인류 역사상 귀한 유적이 된 배경이다.
이탈리아 남부 폼페이 건널목 /사진=김홍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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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문명과 생활 시스템
폼페이는 이탈리아 남부의 도시로서 각종 무역이 발달했다. 본래 이탈리아 남부는 해상 무역에 밝은 그리스 출신이 주도했고, 폼페이도 각지에서 들락날락하는 수많은 뱃사람과 외지인들로 붐볐다고 한다. 당연히 상업이나 문화 활동이 성행했을 것이다.
일단 도시 안으로 들어서면, 로마가 자랑하는 도로의 실체를 볼 수 있다. 마차가 자유롭게 다니면서도 사람들이 안전하게 건널 수 있는 건널목, 말을 묶어둘 수 있는 도로변 장치, 그리고 항상 깨끗한 물을 제공하는 공동 수도 등. 복잡하고 번화한 도시에서 많은 시민이 같이 살 수 있게 한 시스템이 인상적이다. 이 도로를 따라 짐을 실어 나르고, 사람들이 어울려 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과거와의 만남이 절로 이루어진다.
이탈리아 남부 폼페이 공동수도 /사진=김홍선
맷돌과 빵 굽는 곳이 있는 것을 보니 빵집인 것 같고, 아담한 고급 주택의 내부는 우아하다. 환전상까지 갖춘 장터와 시민이 모여들던 광장은 널찍하다. 원형극장 안에서는 먼 자리에서도 또렷하게 소리가 들린다. 2,000년 전 주거의 형태, 거리 모습, 활기찬 문화를 생동감 있게 느낄 수 있다. 폼페이 유적은 우리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은 당시 생활을 확연히 드러내고 있다.
한편으로 로마 문명의 우수성과 시스템에 감탄하게 된다. 지금의 교통 시스템도 로마의 도로 구성과 맥을 같이 하고 있지 않은가? 목욕 문화의 프로그램은 이미 로마 시대에 형성된 것인가?
“로마 문명 이후 우리가 새로 발명한 것은 별로 없다”라고 누가 말했다고 하는데, 일견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궁극적으로 국가가 얼마나 배려하느냐가 중요해 보인다. 누가 지도자가 되든지 보통 사람들의 삶이 영향을 덜 받으려면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도로나 공중목욕탕, 사회 인프라에서 그런 로마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 폼페이
이탈리아 남부 폼페이 노천강당 /사진=김홍선
디지털 문명은 ‘망각이 사라지는 시대’를 만들었다. 문자, 음성, 영상 등 다양한 미디어의 형태로 보존한다. 방대한 기록도 검색을 통해 쉽게 알 수 있고, 저장 비용도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폼페이에 대한 정보만 해도 구글 검색 한 번만 해 보면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역사를 기록하는 방식이 달라지고, 신기술로 문명의 패러다임이 변하더라도, 삶의 모습은 대동소이할 것 같다. 책 속에서 어렴풋이 파악했던 로마 문명을 직접 접하고 보니, 사람 사는 것이 예나 지금이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희로애락(喜怒哀樂)이 있고, 어울림이 있고, 공동체 속에서 같이 살아가기 위해 지혜를 짜낸다. 과거의 삶의 방식을 음미할 수 있는 도시 폼페이. 만일 유럽 여행을 계획한다면, 추천하고 싶은 여행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