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플레이션이 정말 나쁜가?

머니투데이 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 2014.03.0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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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김창연 신영증권 고객자산운용팀장


대표적인 자유주의 시장경제주의자였던 밀턴 프리드먼은 헬리콥터로 돈을 뿌려서라도 디플레이션과 싸워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의 영향을 받은 밴 버냉키 전 FRB 의장은 3차에 걸쳐 양적완화를 추진했다.

양적완화 정책은 2001년부터 5년간 일본중앙은행에서 시행하였으나 결국 유동성 함정에서 벗어나는데 실패했다. 2012년 말 일본의 아베정권은 2%의 물가상승률을 목표로 제시하며 무제한 양적완화를 포함한 아베노믹스를 선언했다.



디플레이션이 해롭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음은 분명하다. 디플레이션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이 소비를 미루게 되며 채무자의 부채 부담이 증가하게 되고 이는 다시 소비를 위축시킴에 따라 경기가 계속 후퇴를 거듭하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IT산업은 디플레이션이 자연스럽다. 1986년도에 XT급 PC를 구입하려면 100만원이 넘는 돈을 지불해야 했다. 오늘날에는 모니터를 포함해서 XT급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메모리 기준으로 약 3,000배 이상)로 향상된 성능을 지닌 PC를 반값이면 구입할 수 있다. 반면에 음식료 업종은 인플레이션이 당연히 받아들여지고 있다.



1986년도에 200원으로 출시된 모 라면의 현재 권장소비자가격은 1,050원이다. 내용물과 맛에 있어서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고 생각되지만 가격은 5배 넘게 올랐다. 아이러니하게도 기술의 진보와 생산성이 크게 개선되는 분야일수록 디플레이션이 강하게 나타나고 반대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

디플레이션이 소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 따져볼 필요가 있다. 최근 물가가 약세를 보였다고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물가가 하락할 것으로 사람들이 기대한다는 가정에 무리가 있다. 이 부분을 그냥 넘어간다고 해도 과연 소비자는 물가가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비를 미룰까?

필수소비재의 경우에는 지속적인 가격의 하락이 예상되더라도 생존에 필요하므로 소비를 미룰 수 없다. 내구재의 경우를 살펴보더라도 평판TV를 예로 들어보면 10년 전 1000만원에 육박하던 40인치 대 LCD 또는 PDP TV 가격이 십분의 일 이하로 빠르게 하락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가격하락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평판TV의 판매량은 급증했다.


기호식품인 담배의 경우에는 흡연율을 감소시키기 위해서 지속적으로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 부채가 동반되고 향후 가격 하락이 예상됨에 따라 구매를 미루는 상품은 부동산 정도가 아닐까 싶다.

미국의 테이퍼링(tapering)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가는 지극히 당연한 것으로 이를 증시에서 악재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반면 일본의 아베노믹스는 다소 위험해 보인다. 디플레이션은 나쁜 것이기 때문에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하기 쉽지 않다.

발권력을 동원해 통화가치를 하락시키면 필수소비재를 포함한 전반적인 물가가 올라가게 되고 이는 예상 수명이 계속 늘어나는 상황에서 사람들에게는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와 지갑을 더욱 닫아버릴 수 있기 때문에 정책적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 디플레이션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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