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베 총리, 그는 왜 '꼴통'이 돼 버렸나?

머니투데이 이상배 기자 2014.03.0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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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사이트] 신념에 반하는 주장 접할수록 더 극단화되는 '역화현상'

일본 아베 총리, 그는 왜 '꼴통'이 돼 버렸나?


1997년 1월 일본 니시오 간지 전기통신대 교수, 후지오카 노부가쓰 도쿄대 교수 등이 주축이 된 '새 역사 교과서를 만드는 모임'이 만들어졌다.

'난징대학살'과 '종군위안부' 문제 등은 국내외 반일세력에 의한 '날조'라는 것이 이들의 주된 주장이었다. 기존의 역사는 일본의 태평양전쟁 패전 이후 조작된 '승자의 논리'로, 이제는 자신들의 근대사를 죄악시하는 '자학사관'을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 일본 자민당 극우파들의 논리적 근거가 되는 '역사수정주의'가 이론적으로 집대성된 것이 바로 이때다.

이들의 핵심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일본의 굴욕적인 근대사가 시작된 것은 1945년 패전 이후 1946년 전범을 대상으로 한 '도쿄재판'(극동국제군사재판) 때였다. 당시 미국 등 승전국들은 쇼와 천황의 면책을 조건으로 '조작된' 죄목을 전범들에게 뒤집어씌우고 이들을 심판했다. 이후 일본은 타의에 의해 '국제사회의 죄인'이 돼 전쟁을 할 수 없는 '평화국가'가 돼 버렸다. 일본이 이 '굴레'를 벗고 과거의 '영광'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은 다시 전쟁에서 '승전국'이 됨으로써 아시아의 패권을 장악하고 '승자'로 거듭나는 것 뿐이다"



아베 총리가 헌법 해석 변경을 통해 '집단적 자위권 확보'를 추진하는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아베 내각은 '집단적 자위권 확보'가 우방을 제3국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역사수정주의'의 논리에 비춰볼 때 이는 '일본 군국주의 부활'에 다름 아니다.

그렇다면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극우세력들은 위안부를 비롯한 자신의 전쟁범죄를 증명하는 수많은 객관적인 사료들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처럼 잘못된 '신념'을 유지할 수 있을까?

심리학에는 자신의 신념에 반하는 주장들을 접할수록 그에 대한 반발로 오히려 자신의 신념이 더욱 강화되는 현상을 '역화현상'(backfire effect)이라고 부른다. 그릇되고 극단적인 주장일수록 더욱 많은 반발에 부딪힌다는 점에서 '역화현상'에 따라 더욱 극단으로 치닫는 경향이 있다.


'역화현상'이라는 표현은 브렌던 나이한(Brendan Nyhan) 미시건대 교수와 제이슨 리플러(Jason Reifler) 조지아주립대 교수가 처음 만들었다.

이들은 "세금을 줄이면 경기가 활성화돼 연방정부의 세수가 더욱 늘 것"이라는 미국 부시 행정부의 주장에 대한 보수주의자들의 반응을 연구한 결과를 토대로 이 같은 개념을 만들었다.

연구 결과, 실험 대상이 된 보수주의자(공화당 지지자)들 가운데 이 주장을 믿은 사람의 비율은 당초 35%에 불과했지만, 이를 반박하는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접한 뒤에는 그 비율이 오히려 67%로 높아졌다. 자신들이 지지하는 '공화당 행정부'에 대해 비판을 접하고 듣고 나서 되레 '지지'가 더욱 강해진 셈이다.

'역화현상'의 사례는 국내에서도 찾을 수 있다.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 내란음모 혐의 사건 등은 편향된 신념이 어디까지 극단화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신념을 바꾸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역화현상'을 경계하지 않으면 어느 순간 '꼴통'으로 불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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