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는 2년여 뒤인 79년 1월 미국과 벨기에에 실전배치됐다. 이후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 25개국에 4570대 넘게 판매돼 서방국가의 전투기 가운데 최다 판매 기록을 갖게 됐다. 바로 현재 록히드마틴에서 생산하는 'F16 파이팅 팰콘' 전투기다.
◇미디엄급 전투기시장 2020∼2040년 2000억달러=미국의 방산전문 컨설팅업체 틸그룹에 따르면 F16이 현재 절대우위를 점한 전세계 미디엄급(중형) 전투기 수요는 2020년부터 2040년까지 3328대로 예상된다. 전체 전투기 수요 4455대의 75%에 해당한다. F16의 퇴진으로 미디엄급 전투기 1대 가격을 6000만달러로 할 때 2000억달러(213조원)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전투기는 기체 뒷부분에 엔진을 배치하는데 쌍발형상은 2개, 단발형상은 1개를 장착한다. 쌍발형상은 엔진 하나가 가동되지 않아도 다른 하나가 남아 있어 조종사의 생존 가능성이 높아진다. 여기에 단발형상에 비해 중거리미사일을 2기 더 실을 수 있어 공대공부문에서 전투능력이 우월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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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엔진이 하나 더 들어가야 하니 무게나 크기, 제조비용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쌍발은 4만파운드(lb)급, 단발은 3만lb급으로 분류된다. 쌍발의 단점도 여기서 나온다. 쌍발은 연료효율성이 줄어 작전 반경이 단발의 85% 수준에 불과하다.
항공업계에서는 최근 항공기 엔진기술의 발달로 안정성에서도 차이가 거의 사라졌다고 본다. 2000년부터 2012년까지 단발형상(F16)과 쌍발형상(F15)의 전투기 손실률은 10만 비행시간당 1.71건, 1.22건으로 오히려 단발이 더 낮다. 쌍발의 동체가 크다보니 레이더에 더 쉽게 포착되는 데다 피격될 확률도 높아 이런 결과가 나왔다는 게 항공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쌍발의 경우 단발 대비 구성품 수량이 많고 설계가 복잡, 결합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그 결과 작전 가동률도 단발이 쌍발에 비해 10%포인트 정도 높다.
KFX사업 기종으로 쌍발이 선택되면 개발비용과 전력화 시점도 문제다. 쌍발형상 전투기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5조원 이상 추가 소요될 뿐 아니라 전력화 일정도 2년 정도 늦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쌍발 항공기 개발은 '재앙'" 지적도=이 때문에 2011년 7월부터 쌍발에 대해 탐색개발을 벌인 국방연구원(KIDA)은 "타당성이 미흡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반면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단발에 대해 '타당성 있음'으로 결론을 냈고 방위사업청도 지난해 단발로 제안한 상태다.
쌍발은 개발이 완료됐다고 해도 문제다. 앞으로 세계 전투시장에서 유로파이터 타이푼(4만lb·쌍발)이나 록히드마틴의 F35(4만3000lb·단발) 등 하이급 전투기들과 경쟁을 해야 한다. 더군다나 이들 4만lb급 전투기는 가격경쟁력이나 효율성이 낮아 전세계에서 7개 국가만 도입했거나 도입할 예정이다. 시장이 훨씬 좁다는 얘기다.
단발로 결정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한국우주항공산업(KAI)이 록히드마틴과 함께 개발한 T50 항공기는 현재 록히드마틴의 전투기 포트폴리오에서 훈련기 위치에 올라 있다. 록히드마틴과 공동개발이 이뤄진다면 미디업급 전략기종의 위치를 F16 대신 점하게 돼 공동마케팅이 용이해진다.
이 때문에 리처드 아불라피아 틸그룹 부사장은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에어쇼 현장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나 "쌍발 항공기를 개발하는 것은 재정적인 재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틸그룹은 한국이 단발형상 전투기를 개발하면 약 870대를 수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수출금액과 운영유지 수입을 합하면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장갑 KIDA 박사는 "KF-X 사업의 목표는 전투력 확보와 항공산업 육성이라는 2가지인데 쌍발이든 단발이든 전투력 측면에서는 문제가 없기 때문에 결국은 수출할 수 있는 기종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쌍발의 경우 비용이 올라가고 개발기간이 길어져 수출 가능성이 낮다"며 "굳이 쌍발로 하겠다면 차라리 해외 전투기를 직구매하는 게 나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