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준공공임대주택이 성공하려면

머니투데이 변창흠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한국도시연구소장) 2014.02.20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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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창흠 세종대 교수.변창흠 세종대 교수.


 전국시도지사협의회는 지난 13일 정부의 민간임대주택사업자에 대한 지방세 비과세·감면 확대방안을 재고해 달라는 공동성명서를 발표했다.

 국토교통부가 매매시장 활성화와 전세난 해소 대책으로 내놓은 임대주택사업자 육성방안이 지방세수를 줄여 지자체의 재정을 악화시킨다는 게 골자다. 정부가 지방재정 수입의 40%를 차지하는 재산세와 취득세 감면을 당사자인 지자체와 사전 협의도 없이 추진한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시도지사협의회는 민간임대주택과 관련, 정작 중요한 사실을 놓치고 있다. 우리나라 민간임대주택사업자가 공급하는 주택비중은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하다.

 정부의 지방세 감면 확대 조치에도 지자체의 재정수입 감소를 우려할 만큼 활성화될 가능성도 거의 없다. 전체 임대주택 중 임대사업자들이 등록한 임대주택 비율은 전체 임대가구의 20% 수준이다.



 그나마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SH공사, 건설기업들이 등록한 건설임대주택이나 매입임대주택을 제외하면 민간임대주택은 전체 임대가구의 5.5%에 불과하다.

 지자체가 정작 관심을 갖고 우려해야 할 것은 등록되지 않은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한다는 이유로 주거권을 침해당하는 세입자들의 불편한 현실이다. 최근 전세금이 급등하고 전세가 월세로 급격히 전환되면서 이러한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임대인들은 전세보증금 인상과 월세 전환을 요구하면서 월세전환율을 유리하게 적용하려고 한다. 세입자들의 월세소득공제 신청을 거부하거나 주거용 오피스텔의 주소 이전과 확정일자 신고마저 막고 있다.


 우리나라 세입자들이 기본권리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임대주택 등록이 법적으로 의무화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현재 매입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취득세와 재산세, 소득세와 법인세, 종합부동산세 등이 감면되지만 임대료를 연 5% 이상 인상할 수 없고 임대소득도 노출돼 소득세나 건강보험료, 국민연금 부담이 커지게 된다. 임대사업자에게 획기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하지 않는 한 등록할 이유가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임차인이 반드시 임대차등록을 해야 하거나 등록할 권리를 확보한 것도 아니다. 확정일자제도는 신고제고 전세등기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는 불가능하다. 세입자에게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하지 않고 2년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종료되면 임대료 인상률 규제도 받지 않는다. 세입자들은 법적 안전성이나 거주의 영속성을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박근혜정부는 매입임대주택에 비해 규제는 강하지만 지원혜택이 많은 '준공공임대주택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10년간 의무적으로 임대해야 하고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로 매년 5% 이상 인상할 수 없다. 대신 40㎡ 이하 소형임대주택의 재산세를 면제하고 국민주택기금에서 저리로 매입자금을 융자해준다.

 그럼에도 준공공임대주택은 활성화되기 어렵다. 민간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더라도 제재를 거의 받지 않거나 세금을 내지 않는 임대인이 굳이 매입임대사업자로 등록할 이유가 없듯이 준공공임대주택으로도 등록할 유인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임대인에게는 무등록 민간임대주택이 가장 유리한 선택이다.



 공공임대주택이나 주택바우처를 통해 모든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다 보장해줄 수 없다면 민간임대주택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세입자의 주거안정 방안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준공공임대주택은 민간임대주택을 이용해 세입자가 장기간 임대료 인상의 불확실성 없이 거주할 수 있는 창의적인 제도다. 6년간 임대료 인상을 제한하되 임대인에게 가구당 1000만원의 리모델링비용을 지원하는 서울시의 장기안심주택제도는 이 제도의 또 다른 변형이다.

 준공공임대주택이 성공하려면 임대차등록을 의무화해야 한다. 그래야 준공공임대주택의 조세감면 혜택이 제대로 된 인센티브로 정착될 수 있다.



 등록된 임대차정보는 세입자 주거안정을 위한 정책자료로서 뿐만 아니라 임대소득에 대한 과세와 임차인의 임대료 지출에 대한 소득공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지자체는 재산세 수입뿐 아니라 세입자의 주거안정을 위한 민간임대주택 관리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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