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삼 KDB대우증권 투자분석부 채권팀장.
2008년 금융위기 후 선진국 경제가 망가진 빈자리를 메울 새로운 투자처로서 이머징의 역할은 부각됐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을 중심으로 선진국 중앙은행이 금리인하와 양적완화(QE)를 통해 공급한 막대한 유동성은 높은 성장성을 자랑하는 이머징으로 유입됐다. 이머징 주식, 채권, 환율 모두 강세를 나타냈으며 이머징의 성장률 역시 높은 수준을 나타내며 글로벌 경기를 이끌어가는 견인차 역할을 수행했다.
그러다가 지난해부터 테이퍼링으로 대변되는 선진국의 자금 환수, 이머징 경제의 중심축인 중국경제 둔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면서 이머징 가격지표들의 불안감은 확산되기 시작했다.
필자 역시 향후 몇 년간 이머징 금융시장의 출렁임이 마치 '만성질환'처럼 글로벌 금융시장을 괴롭힐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지난 남유럽 위기가 2010년부터 제기되기 시작해 2013년을 기점으로 위기에서 벗어나기까지 만 3년이 넘는 기간이 소요됐다. 현재 이머징 국가들 역시 적어도 2년 이상 '불안과 안도'의 과정을 반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현재 급격한 통화가치 절하를 겪은 이머징 국가들은 유로화를 썼던 그리스나 스페인보다는 사정이 나은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인도네시아의 경우 수출이 늘고 수입은 감소하면서 경상적자 규모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다는 점을 볼 때 다른 이머징 국가들 역시 선진국 자금이탈(money move)이 마무리되는 시점에서 실물경제가 균형을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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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알려진 국가들의 GDP대비 총 대외채무 부담과 외환보유고대비 단기외채 규모가 모두 40% 이내로 한국보다도 낮게 유지되고 있다. 이는 과거 1994년 멕시코 위기나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 때처럼 채무조정의 디폴트 상황을 맞은 가능성은 적다는 것을 의미한다.
올해는 미국을 필두로 선진국이 주도하는 경기회복 국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이머징의 투자매력이 부각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선진국 수요가 살아나는 국면에서 현재 선진국과 이머징 금융시장의 디커플링이 지속될 가능성도 높지 않다고 본다. 이머징 불안은 만성질환이 될 수 있겠으나 글로벌 경제를 쓰러뜨릴 병은 아니라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