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수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예산을 짰는데 오히려 줄었으니 문제가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지난해 거둔 총세입에서 쓰고 남은 돈을 뜻하는 세계잉여금은 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적자다. 올해도 나라살림을 위해 마이너스통장을 써야 하는 상황에 처한 것이다.
경제 곳곳에 '조세 사각지대'가 있지만 조세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대표 분야는 '주택임대시장'이다. 국내 주택임대시장에서 발생하는 연간 임대소득은 수십조원에 달한다. 시세보다 훨씬 낮은 국토교통부의 2012년 주거실태조사 자료로 추산한 연간 월세소득만 무려 11조7000억원(월세가구 총 377만9745가구, 사글세 제외)이 넘는다.
실제 2012년 기준 등록 민간임대사업자(건축법허가자+개인 매입임대사업자)는 약 5만4100명으로 전체 다주택자(136만5000명)의 4%가 채 안된다. 관련제도가 도입된 94년 이후 19년간 이룬 성과가 이 정도다.
그나마 등록된 민간 임대사업자에 대한 관리도 엉망이다. 임대사업자가 종합소득세를 허위·축소신고하는 사례를 쉽게 찾을 수 있지만 이에 대한 실태조사는 전무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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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도를 만든 국토교통부, 이를 실행하는 지방자치단체, 세금을 징수하는 국세청 모두 사후관리는 뒷전인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동산시장에선 주택임대시장은 '조세 사각지대'가 아닌 무정부 상태가 야기한 '조세 무풍지대'란 비아냥까지 나온다.
나라살림에 적신호가 켜지자 최근 정부는 증세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미 세법을 개정해 올해 법인세 최저한세율을 16%에서 17%로 인상했다. 소득세 최고세율 과표구간도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낮췄다.
개인, 기업으로부터 더 많은 세금을 걷어 세수부족을 메워보겠다는 의도다. 증세는 적자재정을 면하기 위한 가장 단순하고 확실한 방법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경제가 살아난다는 전제 하에서나 가능한 수단이다. 연초부터 G2(미국·중국) 경기둔화 우려에 이머징마켓마저 흔들리는 상황에서 정부의 기대대로 증세가 효과를 발휘할지 미지수다.
박근혜정부는 출범 초기 '증세없는 복지' 실현과 세정 강화를 위해 조세 사각지대 등 지하경제를 양성화하겠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하지만 주택임대시장의 조세 현실과 이에 대한 정부의 열악한 인식을 보면 과연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월급쟁이 유리지갑 털기' 식의 증세로 빈 곳간을 채우기보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조세 대원칙을 곱씹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