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의원, '할아버지 얼굴' 국회에 새겨진 사연은?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4.02.12 07:40
글자크기

[피플]제헌의원 199명 부조 '눈길'…"故 김종문 의원 손녀이자 후배"

김현미 민주당 의원(사진 오른쪽)과 그의 조부 고(故) 김종문 제헌 의원/뉴스1김현미 민주당 의원(사진 오른쪽)과 그의 조부 고(故) 김종문 제헌 의원/뉴스1


"꼭 할아버지가 살아계신 것만 같아요. 돌아가신 아버지가 보셨으면 뿌듯해하셨을 거에요."

여의도 1번지 국회의사당 로텐더 홀. 지난 3일 강창희 국회의장이 참석한 가운데 본관 중앙홀에서 '제헌국회기념조형물 제막식'이 열렸다.

조형물은 제헌국회의원과 제헌헌법 전문을 청동부조 형식으로 제작됐다. 1948년 5·10 총선거에서 국민의 손으로 직접 뽑은 제헌국회 의원 199명(국회 사무총장 포함)의 모습을 담고 있다. 건국의 기반을 닦은 주인공들이 국회 본회의장과 예결위회의장을 양 옆에 두고 지키고 있는 모양새다.



김현미 민주당 의원(경기 고양을)에게 이 부조는 남다른 의미를 지닌다. 부조 맨 뒷줄 오른쪽 끝에서 두번째에 있는 고(故) 김종문 의원(1906~1950년)이 바로 그의 친할아버지다.

김 의원의 할아버지는 젊은 시절 보성전문학교 상과 3학년을 중퇴하고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정읍 신태인읍회 의원 민족대표자대회 대의원을 거쳐 1948년 5월 10일 전북 정읍을에서 초대 의원(한국민주당)에 당선됐다.



'백봉신사상'으로 유명한 고 나용균 의원이 같은 해 바로 옆 지역구인 정읍갑에서 초대 의원을 함께 지냈다. 당시 국회의원 198명의 10%, 약 20명이 전라북도 의원이었다.

하지만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 김 의원의 할아버지는 40대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뜨고 만다. 전북 김제에서 경찰서장을 했던 작은할아버지를 살리려다 목숨을 잃은 것.

그래서 할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는 큰아버지를 통해 들어야 했다. 큰아버지는 김종필 전 총리와 함께 중앙정보부의 창립멤버를 지냈다.


김 의원은 "정읍 고향집에 가면 서까래 한 쪽이 까맣게 그을려 있죠. 인민위원회 사람들이 불을 지른 자국이라고 들었어요. 아버지가 매우 어릴때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아버지도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없으셨어요. 3년전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이 부조를 보셨으면 매우 좋아하셨을텐데…"라고 안타까워했다.

정읍시의회 의장을 지낸 김 의원의 아버지 고 김병태씨는 그 누구보다도 김 의원의 당선을 기뻐했다. 김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김영선 후보와 맞붙어 고배를 마셨다가 19대 국회에서 재선에 성공한다.

아울러 조부의 구체적 업적과 관련해서는 비록 기록으로 남아있는게 없지만, 김 의원은 그가 '제정헌법' 마련에 참여했다는데 주목하고 있다.

김 의원은 "제헌헌법은 지금 헌법과 비교하면 굉장히 진보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헌법이 제헌헌법 보다 갈수록 보수화하고 있다는게 헌법학자들의 지적"이라며 "나라의 기초를 놓았던 할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의사활동을 해나가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