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STX·쌍용…파산부는 "울고파"

머니투데이 박경담 기자 2014.02.05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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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증권·팬오션 등 외환위기 후 최대물건 대기…13일 수석판사 인사 후 본격 매각

동양 (918원 0.00%)과 STX그룹 등이 잇따라 해체되면서 적잖은 수의 기업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서울중앙지방법원 파산부에 M&A(인수·합병)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최대 일감이 몰린 파산부의 새 실무진은 이달 중순에 확정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파산부에는 현재 동양증권과 동양매직, ㈜동양 등 동양그룹 관련 기업들과 팬오션(옛 STX팬오션), 쌍용건설 (0원 %) 등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들 기업들은 지난해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법원은 회생이나 파산을 신속히 처리하기 위한 패스트트랙 방침에 따라 6개월 이내에 새 주인을 찾아주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기업들의 마음은 급하지만 법원은 인사철을 맞아 이들 기업의 회생 절차에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달 13일 고등법원 부장판사 인사에 따라 파산부에 새로운 수석부장판사가 부임하기 전까지는 큰 결정을 내릴 수 없는 탓이다. 수석부장판사가 결정돼도 실무급인 평판사 인사(24일)가 끝나는 이달 말이 지나야 거래가 본격적으로 재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새 수석부장판사가 맡게 될 사안은 동양그룹의 회생계획안 인가 여부다. ㈜동양을 비롯해 법정관리 중인 5개 동양그룹 계열사는 14일까지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다. 제출된 회생계획안 통과 여부는 관계인 집회에서 채권자들이 결정하는데 2차 관계인 집회가 3월 중순에 열리게 된다.



법원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는 동양의 경우 채권단 규모가 너무 커 채권단의 의사를 모으기 어렵다는 것이다. 기업어음(CP) 사기 발행 및 판매 혐의를 받고 있는 ㈜동양의 채권자는 3만8000여명에 달한다. 통상 회생계획안이 가결되려면 회생담보권자는 채권액의 75% 이상, 회생채권자는 채권액 3분의 2 이상 찬성을 얻어야 한다.

동양의 개인 채권자들이 5000만원 미만 투자자란 점을 고려하고 이들의 채권액 규모가 비슷하다고 가정하면 3만8000명의 66%인 2만5000여명 의견을 받아야 회생절차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채권단이 이합집산해 복수가 된다면 여러 주장을 한 데 모으는 것은 쉽지 않다.

쌍용건설도 시장의 관심을 받는 대형 매물이다. 쌍용건설은 유동성 위기를 겪다 지난해 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재 법원은 쌍용건설의 채권 및 재산 상태를 조사 중인데 업계 시공능력 순위 16위인 대형사라 회생 방식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온다.


지난 3일 법원의 매각 허가가 떨어진 팬오션은 상대적으로 회생작업이 수월할 것으로 예상된다. 회계법인 관계자는 "회생안 인가를 받았고 회사가치도 높아 매각작업이 순탄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는 법원 내에서 가장 주목받는 곳이지만 최근 분위기는 기피 부서로 분류된다. 어려운 사안이 많아 유능한 판사라도 일을 그르치거나 비판받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다만 그 위상은 커지고 있다는 평이다. 파산부에는 왠만한 도시 법원 규모와 맞먹는 27명의 판사가 근무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사법정책자문위원회가 서울중앙지법 파산부를 파산법원으로 승격하는 안을 대법원장에게 건의했다.

수석부장판사를 지낸 이들의 면면도 화려하다. 최근 이 부서 수석을 지낸 지대운 판사는 광주지방법원장이 됐다. 재직 당시 대한통운 매각을 성공적으로 처리한 이진성 판사는 법원행정처 처장, 서울중앙지방법원장에 이어 헌법재판관으로 일하고 있다. 양승태 현 대법원장은 1999년 설립된 초대 파산부 수석부장판사를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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