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 위기 이후 한국 금융시장은?

머니투데이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2014.01.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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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디렉터]

↑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박형중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아르헨티나 페소화가 폭락하면서 신흥국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페소화 폭락의 원인으로는 아르헨티나의 경상적자, 외환보유고 고갈, 인플레이션 등을 지적할 수 있을 텐데 보다 큰 틀에서 보자면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중국경기 둔화' 등 글로벌 경제환경 변화가 아르헨티나 위기를 촉발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다.

아르헨티나 외에 터키, 남아프리카공화국, 인도, 인도네시아 등도 아르헨티나와 같은 문제를 안고 있고 미 양적완화 축소 등의 여파로 '달러화 자금의 이머징 시장 탈출' 가능성이 여전한 만큼 신흥국의 금융·외환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될 여지가 있다.



한국은 타 신흥국에 비해 펀더멘털은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경상수지는 흑자고 외환보유고도 충분해 타 신흥국과는 차별화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이 신흥국 위기에서 비껴나 있을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힘들다.

한국 전체 수출에서 아시아를 비롯해 현재 문제시되고 있는 국가(중국 제외)로의 수출이 20%를 넘는다. 때문에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장기화돼 이들 신흥국의 수입수요 및 경기 둔화로 이어진다면 한국의 대신흥국 수출이 영향을 받으면서 경기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전반으로 경기회복의 온기가 확산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흥국의 금융·경기 불안이 확대된다면 결국 한국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이 안전할 것이라 주장하기 힘들 수 있다.

한국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타 신흥국에 비해 크지 않을 수 있다 하더라도 한국이 안전지대라고 볼 수는 없으며 타 신흥국의 금융·외환시장과 동조화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신흥국 금융불안 외에 중국의 성장둔화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위협요인이다. 중국은 과잉설비를 해소하는 과정에서 국영기업의 역할이 감소(투자 감소)하고 있다. 국영기업의 투자부진을 보완해야 할 민간기업 역시 금리상승에 따른 금융비용 증가, 수익성 있는 투자처 발굴의 어려움, 위안화 강세에 따른 타격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중국의 투자부문을 낙관하기는 어렵다.


이렇듯 중국 GDP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투자부문 부진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소비가 이를 충분히 보완하기도 힘든 여건이라면 중국의 성장률은 '우상향'이 아닌 '우하향'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통화당국의 유동성 흡수기조도 경계 요인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경제·금융시스템 안정을 위해 간헐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고는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과잉유동성 해소를 위한 유동성 흡수는 반드시 필요한 정책과제이기에, 중국은 '과잉유동성 완화'에 통화정책의 주안점을 둘 것이다. 중국경제의 경착륙, 금융시스템의 붕괴 가능성은 매우 낮지만 앞으로 그림자 금융(Shadow Bank Finance) 등의 잠복 리스크가 부상할 위험이 있다.

2014년 한국경제와 금융시장은 기회요인보다는 극복해야 하는 리스크 요인이 더 많다. 부동산경기 회복조짐, 내수활성화 정책 등을 기회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면 엔화약세,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 선진국과 신흥국간 분업관계 약화, 중국경기 둔화 등은 리스크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로서는 기회요인보다는 리스크요인이 더 커 보이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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