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서울 서초구가 강남대로 보행로를 금연거리로 지정한 이래 전국에서 금연구역이 늘어나고 있지만 '체감 실효성'은 낮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뉴스1 양동욱 기자
보행자의 담뱃불에 어린이가 부상을 입는 사고가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키가 작은 어린이에게 보행자의 손에 들린 담뱃불은 사실상 흉기와도 같다. 2001년 일본에서는 길거리 담뱃불에 어린이가 실명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2012년 서울 서초구가 강남대로 보행로를 금연거리로 지정한 이래 전국에 금연구역이 늘어나고 있다. 올들어서만 서울 종로·동대문·성북·서초·송파·구로·도봉 등의 자치구들이 새로 금연구역을 지정했다. 금연구역으로 지정된 곳에서 흡연하면 5~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서울시가 발표한 '2013년도 흡연 단속 실적'에 따르면 구로·은평·금천·마포구의 경우 지난해 금연구역 흡연 단속 건수는 각각 10건 미만이었다. 같은 기간 동안 서초구의 단속 건수가 1만8338건에 달했음에 비춰볼 때 이는 단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서초구의 금연구역 단속 인원은 18명인 반면 지난해 단속이 1건으로 가장 적었던 구로구의 단속 인원은 2명에 불과했다.
전 거리가 금연구역인 일본 도쿄의 유료 흡연부스. 50엔(한화 약 52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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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길거리 금연구역 확대에 대한 흡연자들의 반발도 적지 않다. 흡연자 한모씨(27)는 "금연구역이 늘어나 실내에 담배를 피울 곳이 없으니까 더 길거리에서 피우게 되는 것"이라며 "금연구역을 늘릴 것이라면 흡연구역도 만들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일본은 2001년 보행자의 담뱃불에 의해 한 어린이가 실명하는 사고가 발생한 이후 도쿄 전 거리를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러나 일본은 동시에 흡연자들을 위한 흡연공간을 별도로 마련하는 데에도 힘을 쓰고 있다. 대부분의 음식점 및 카페에 흡연구역이 있을 뿐 아니라 전철역·관공서·공항 등 공용시설에도 흡연구역이 갖춰져 있다. 50엔(한화 약 520원)의 입장료를 내고 들어가 담배를 피울 수 있는 길거리 흡연부스도 쉽사리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내년부터 모든 음식점·카페·호프집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되는 등 금연구역이 확대되고 있지만 흡연구역은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 기준으로 전국 고속도로 휴게소 176곳 가운데 흡연실이 설치돼 있는 휴게소는 31곳으로 전체의 18%에 불과했다.